밀양이 널리 알려 진 것은 아마도 전도연 송강호 주연의 '밀양'이라는 영화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도연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국내 흥행에도 성공을 거두면서 많은 분들이 '송강호 길' '전도연 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을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 속 장소가 그러하듯이 실제로 가보면 별 볼거리는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대중 문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 지속성을 가지지 못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잊혀지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 ~~~"라고 외쳐대던 김추자의 노래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영화 속 밀양역 광장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드는 걸 보면 대중문화가 가지는 파급 효과는 참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영화 때문에 밀양을 찾아온 사람들이 영화 속 장소를 찾아가 실망을 하더라도 영화의 유명세에 뒤지지 않을만큼 빼어난 자연 경관과 명소가 많은 곳이 밀양이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밀양을 참 좋아합니다. 특히 표충사는 살고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으면서, 들머리에 늘어서 있는 소나무 숲길과 정갈한 절 분위기가 좋아서 마음이 울적할 때면 한나절 버스를 타고 다녀오곤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 눈에 안경이겠지만 표충사 부처님의 인상이 무척 좋습니다. 

 

허준이 스승인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했다는 얼음골이나 호박소, 표충사 등 이름만 들어봤거나, 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가면서 영남루를 얼핏 지나치신 분들이라면 하루 날을 내셔서 느긋하게 둘러보셔도 더없이 좋은 곳이 밀양입니다. 아침 일찍 나서서 저녁 무렵까지 돌아본 밀양길입니다. 밀양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하루 일정을 따라 움직였던대로 담아봤습니다. 

 

 

유명 사찰 어디를 가더라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지역에서 생산된 물건을 내다 팔면 더없이 훌륭한 장터가 됩니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어느 곳이라도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면은 있기 마련입니다.

 

간혹 수입산 나물을 판다는 이야기가 나돌아 선뜻 사기가 망설여지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이런 모습이 있어서 여행길이 한결 정겹습니다. 표충사 입구에서 해운대구 비치 파라솔을 보니 재밌습니다. 어디에서 굴러왔든 하루종일 할머니들에게 그늘을 주는 고마운 파라솔입니다. 

 

 

 

표충사 가는 길에 들어서 있는 노점상에서 파는 먹을거리가 몇가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추억의 풀빵입니다. 예전에는 안에다 팥을 넣었는데 요즘에는 손이 덜가는 노란 설탕을 넣습니다. 할머니가 맛을 보라고 권합니다. 한 개 얻어먹으면 그냥은 못갑니다. 낯이 두꺼우신 분은 그냥 가셔도 됩니다만~^^

 

또 한 가지는 도토리묵입니다. 다라이에다 직접 쑨 묵을 담아놓고 팝니다. 그 날 만든 묵으로 묵무침을 해서 근처 마을 사람이 만들었다는 동동주와 함께 먹으면 맛이 아주 좋습니다. 묵을 맛있게 먹는 비법을 알려드리자면~ 묵은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도 냉장고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본래의 맛을 다 잃어버린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묵에게 찬 맛을 보이지 말고 실온 상태에서 드시면 쫄깃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는 군밤입니다. 이 세 가지 메뉴는 사철 변함이 없습니다. 군밤이나 풀빵을 사서 우물거리다 보면 표충사에 금방 이르게 됩니다. 표충사 입장료가 1인에 3천원씩이나 하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두 사람이 군밤 한 봉지를 사서 표충사에 가면 거의 만원이라는 돈이 들게 됩니다. 돈이 없으면 절에도 못갑니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어라는 노래 가사가 요즘은 절에서도 맞는 것 같습니다.

 

 

 

표충사 이르는 길에 늘어서 있는 소나무 숲 사이로 사람들이 걸어갑니다. 소나무에 비해 사람들이 더없이 작아 보입니다.  나무는 아무리 크도 잘난 체를 하지 않지만 사람은 작아도 잘난 체를 잘 합니다. 자연 앞에 서면 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어떤 이들은 배우러~ 어떤 이들은 즐기러~ 어떤 이들은 간절한 뭔가를 위해 절을 찾습니다. 배우는 것도 즐기는 것도 소망하는 것도 다 삶 입니다. 주말 한 낮의 절간에는 그런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표충사에 가시거든 꼭 천왕문에 있는 사천왕상을 들여다 보셔요.아름다운 여인이 발 밑에 깔려있는 모습은 여느 절에서는 흔하게 보지 못합니다. 아름다움도 죄가 된다고 그러네요. 아름다움으로 남자를 현혹한 죄~~?? 그래도 여자들은 아름답고 싶습니다.

                                            

               

주말이라 체험학습을 하러 온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절은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훌륭한 문화재는 물론이고  그 문화재를 만든 조상들의 삶과 시대의 흔적까지도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입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땀을 뻘뻘 흘리며 설명을 하는 선생님 이야기는 안 듣고 딴 짓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어른이 되면 표충사에 대한 아련한 기억은 남아있을 겁니다.

  

 

표충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우화루 입니다. 우화는 우리 말로 꽃비라는 뜻입니다. 무척 낭만적인 이름만큼이나 낭만적인 곳입니다. 두 다리 쭉 뻗은 채 편히 쉬어도 좋습니다. 차를 마셔도 좋고 약간 졸아도 상관이 없습니다.

 

기둥을 사이에 두고 등을 기대고 있는 두 남자 분은 제각각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라나요... 기대고 있는 벽은 하나이지만 아마도 동상이몽일 것 같습니다.

 

 

우화루에서 바라본 대웅전입니다. 부처님에게 간절하게 기도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무심코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부처님은 무심합니다. 그저 인간이 제 마음에, 제 욕심에 겨워 부처님에게 매달리는 것이겠지요.

 

 

 

돌아 나올 때는 일부러 다른 길을 찾아 걸었습니다. 계곡 맞은 편에 있는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어떤 풍경일까 시골 냄새가 남아있지 않을까 혹시나~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지만 풍경 좋은 시골 마을은 온통 팬션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팬션 공화국입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야 한다고 늘 이야기 하면서도 그 공존의 정도를 어떻게 정하는가는 제각각 다른  것 같습니다. 계곡에서 때 이른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의 모습과 물에 발을 담그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정겨웠습니다.

 

 

 

표충사에서 20분 쯤 차를 타고 도래재를 넘어가면 얼음골이 나옵니다. 얼음골에 드디어 케이블카가 완성이 되었습니다. 8월 말이나 9월쯤에 손님맞이를 위한 마지막 마무리 작업이 분주했습니다.

 

케이블카~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사회적 약자에게 아름다움을 누릴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그러고, 반대편에서는 자연을 훼손하는 케이블카 설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럽니다.

 

자연을 누리는 것이 공존인지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공존인지 이 또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 같습니다.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도 이런 찬반 논란 속에서 12년만에야 완공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케이블카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자연 보호도 좋지만 뭐 그런 걸 떠나서 좀 단순하고 불편하게 살자 그런 주의입니다. 한 번 왔다가 가는 인생 많이 보고 많이 누리면 좋겠지만 누리든 누리지 않든 생각해보면 그런 게 뭐 그리 대수일까 싶은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지금보다 조금 덜 누리고 조금 더 불편하면 지금처럼 아둥바둥 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튼 그러거나 말거나 제 생각하고는 아무 상관없이 케이블카는 완성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자연의 경관에 열광을 하게 될 것입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꼭대기에 올라가니 데크 길이 아주 그럴듯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자연을 덜 훼손하기 위해서 데크 길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 데크 길이 훗날 애물이 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길은 원래 10년 후를 생각하고 100년 후를 생각하면서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10년 후 100년 후에 이 데크 길은 어떻게 진화 발전되어 있을까요?

 

 

사람들마다 산아래를 내려다 보며 가을이면 더없이 아름다울 것 같다며 감탄사를 쏟아냈습니다. 자욱한 안개 때문인지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니 산새보다는 이리저리 새로 놓여진 길들이 거미줄처럼 엉켜 있는 모습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보다 인간의 기술이 더 감탄스러웠습니다.

                                                                       

 

얼음골 케이블카에서 내려 550m를 걸어가면 호박소가 나옵니다. 호박소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이에게 어떤 분이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호랑이들이 박이 터지게 싸우던 곳'이라고요~하하~ 이름의 뜻이야 어쨌든 무더위에 쩔은 몸을 상쾌하게 식혀주기에는 더없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호박소가 더 좋은 이유를 혹시 아시는지요? 이것도 주워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나이아가라 폭포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지만 호박소에서는 물놀이를 할 수 있어서 훨씬 더 좋다고 그러더군요. 그림의 떡이 아무리 맛있게 보인들 집어 먹을 수 있는 보리개떡 보다야 좋을라구요.

 

 

마지막 코스는 영남루입니다. 우리나라 3대 누각이 영남루, 촉석루, 부벽루입니다. 그 중에서도 일등이 영남루라 하니 규모나 아름다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영남루에 들어서자 연극 공연이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8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공연을 한다고 하니 때를 맞추어가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그런데 단원들 모두가 나고 자란 곳이 밀양 사람들이랍니다.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지역을 지키는 사람들~ 짱 멋있습니다.

                       

 

사진에 담은 영남루의 모습입니다~어떠신가요? 실제로 보면 더욱 훌륭합니다. 규모는 물론이고 나무결이나 새겨진 무늬나 글짜 한 자 한 자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가까이 있으면 그 소중함을 모른다 했습니다.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 들어가 봤더니 근처에 살면서도 아직도 영남루를 가보지 못한 분이 의외로 많더군요. 멀리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도 있지만 살펴보면 주변에 보석같이 빛나는 곳도 많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영남루입니다.

 

  

이런 근사한 영남루를 가까이에서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밀양 사람들은 참 복도 많다 싶습니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근처에 사시는 분인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멀리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역시 사람은 앞 모습보다는 뒷 모습에 더 많은 느낌과 여운을 담고 있습니다.

 

 

영남루 옆에 있는 무봉사에서 바라본 밀양의 모습입니다. 어디를 가도 특징없이 거기가 거기같은 평범한 도시에 영남루가 있어 빛이 나는 곳이 밀양입니다.

 

무봉사는 백마강이 내려다보이는 고란사만큼 운치가 있는 절은 아닙니다. 고란사도 사실은 백마강이 있어 빛이 나고 유명한 절이지만요. 밀양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절을 지을 정도면 주지 스님이 전생에 나라는 아니어도 밀양 고을 하나 정도는 구한 모양입니다.

 

 

                                                                                                           

하루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영남루 입구에 서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밀양을 잘 모르시거나 밀양을 찾아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들 한마디씩 합니다. 먹고 노는 것도 힘들다고요~^^

 

 

Posted by 달그리메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나무 2012.06.25 12: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이 참 좋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