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네 마트에서 저녁 찬거리를 사서 나오는데 아줌마들이 전단지를 나누어주고 있었습니다. 마트 앞이야 워낙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이다 보니 이런 저런 영업들이 성행을 합니다. 습관적으로 전단지를 받아들고 주변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말고 무심코 눈길을 주었습니다.

정토 불교 대학에서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불교 대학 신입생 유치 전단지라~ 생각해보니 그도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그 유명한 법륜 스님이 강의를 하는 대학이랍니다. 법륜 스님은 아줌마들에게는 스타 스님으로 통합니다. 

아프고 괴로운 부분을 쿡쿡 잘도 찔러주기 때문인지 한창 방송을 탈 때는 가는 곳마다 아줌마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습니다. 작년에 창원에 왔을 때 저도 가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전단지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때 들었던 내용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법륜 스님이 말하기를 인간이 겪는 불행은 다 ~때문에 라고 그랬습니다. 남편 때문에, 자식 때문에, 돈 때문에, 건강 때문에...그 때문에가 참 많기도 합니다. 그런데 괴롭다 혹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이나 누구 때문에가 아니라 다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했습니다. 내가 괴로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탓이 크다고 했습니다.

사실 그 말이 담고 있는 뜻이 대단히 어렵거나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요. 몰라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아무 문제가 아닌지도 모릅니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게 큰 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서 지금도 괴로움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엉뚱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사람의 마음에서 사랑과 욕심을 내려놓으면 무서울 게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마음 중에 사랑과 욕심을 빼버리면 그게 신이지 사람이냐고 이야기 할지도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인간은 평생 사랑과 욕심에 참 많이도 휘둘리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인간에게 가장 큰 즐거움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또한 고통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바라는 게 많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어떤 기대를 하거나 나한테 잘 해주지 않는다고 내가 괴로운 법은 없습니다.

사랑하는 만큼 기대가 크고 기대하는 만큼 채워지지 못하니 내 마음이 괴롭습니다. 행복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비롯되지만, 불행 역시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법륜 스님이 이름을 날릴 때 오고갔던 유명한 질문과 답변이 있습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데 너무 괴롭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떤 아줌마가 이런 질문을 던졌는데 법륜 스님의 답변이 아주 재미 있었습니다. 아마도 법륜 스님의 유명세는 이 질문과 답변의 공이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 대충 이랬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 "집에 들어오면 내~편이요, 밖으로 나가면 남~편이다. 불쌍한 중생 나 말고 다른 사람이 구제해 주어서 고맙지 " 그리 여기면 속이 편하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하하하^^입니다. 그야말로 말이야 쉽지요.

질문을 했던 그 아줌마는 법륜 스님의 답변을 들으면서 밖에 나가면 남의 편이고 안에 들어오면 내 편이라고 남편을 그리 여기게 되었을까요? 부부라는 게 실재로 그런 존재라 하더라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일은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교회나 절에 가면 사람들은 해 달라는 게 그리도 많습니다. 돈을 벌게 해 달라, 건강하게 해 달라, 좋은 대학 붙게 해 달라, 승진하게 해 달라... 그런데 욕심으로 가득한 마음을 비우게 해 달라, 범사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해 달라 그런 기도는 잘 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또다시 눈을 뜨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신의 손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것, 인간에게 있어 그 이상의 축복은 없을 겁니다.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지를 깨달을 수 있으면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법륜 스님의 말씀이 작은 울림으로 다가왔던 기억도 났습니다.

사람들은 괴로움에서 벗어나 보려고, 좀 더 행복해지려고 온갖 노력을 다 합니다. 정토 불교 대학에 들어가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마음을 다스리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아마도 그 대학은 서울대학보다 더 유명한 대학이 되겠지요.

대학을 만들어서라도 중생들의 괴로움을 구원해주고 싶어하는 그 뜻이 갸륵하다고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을 불교 대학 신입생 유치 전단지를 보면서 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스스로 깨닫고 다스릴 수가 있다면 최고로 좋은데 말입니다.



Posted by 달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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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크리스탈~ 2010.09.13 16: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토회가 무엇인지 몰랐는데 정토불교대학도 있었군요....
    모든게 마음으로부터 비롯되지만
    그걸 인정하고 초월하는건 아무나 안되는 일인듯 합니다. ㅎㅎㅎ

    • 달그리메 2010.09.14 09: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세상이 지금보다는 훨씬 조용하겠지요~
      그렇더라도 마음을 다스리는 일을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구요~
      크리스탈님은 별 근심걱정이 없어 보여서리~~하하^^

  2. 실비단안개 2010.09.13 2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이 나이에 괴로움의 원천을 모른다면 인생 헛 산거지요.^^
    오늘 참 좋은 전시회장에 다녀왔습니다.
    전시회장을 나와 걸으니 덥더라고요.
    에구, 이 양반 더운데 고생이네, 아껴야지 -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고 친구 딸램 혼인한다기에 축의금이랄 것도 없이,
    딸래미 시집 보내기 전에 밥이나 한끼 사 먹여라며 봉투를 줬습니다.
    친구가 방방 뛰었습니다. 이렇게 많이 주면 빚인데..
    빚 아니거든, 우리 딸들 시집 안가기로 했으니 걱정마셔~
    실제 내 마음은 봉투 플러스 알파여~

    집으로 오는 길에 수협위판장에 들려 전어 좀 사고 딸래미들 먹이려고 풀빵과 콩국 사고 -
    이래서 내가 행복했다는 겁니다.

    저는 불교대학에 안가도 되겠지요?ㅋㅋ

    • 달그리메 2010.09.14 10: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실비단님 정도면 학교 안 다녀도 충분하지요.
      저는 충분하지 않아도 학교는 안 다니고 싶습니다.
      독학으로 깨치고 싶거든요.
      그래야 더 힘이 있을 것 같아서요.

      벌써 친구 딸래미가 시집 갈 나이가 되었군요.
      정말 세월이 금방입니다.
      어영부영 하다보면 인생의 끝이 보일 거고~
      쓰다보니 너무 무거워져 버렸네요.하하하^^입니다.

  3. 이미순 2010.09.15 1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달 가까이 된 달이 가을밤하늘에 떴네요. 미국사람들이야 이번 보름이 별 의미가 없지만 우리 중한일 사람들은 맘이 분주하고 고향 생각도 나고 그러네요. 법륜스님 법문은 저도 여기서 알고 들었는데..교회 설교처럼 복잡하지 않아서 전 더 좋았습니다. 굳이 성경어디라고 말 하지 않아도 우리가 그냥 깨달을 수 있는 진리가 이렇게 무궁무진하구나 싶었구요. 달이 어디 있는지 가리키는 누군가가 필요하기는 하지요. 하지만 달그리메님 말씀처럼 고개 들었으면 달 쳐다보면 되는데 손가락 보느라 정신없이 자신을 돌아치게 만드는 것도 쓸데 없단 생각이 들지요. 가끔 답답해지면, 불교방송 웹싸이트가서 법륜스님 즉문즉설 하나씩 듣는답니다.

    • 달그리메 2010.09.15 13: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매이지 말고 그냥 고개를 들어 달을 볼 수 있는 지경에 이른다면 무슨 괴로움이나 고통이 있을까마는요~
      그래도 때로는 법륜 스님의 그런 말들이 위로가 될 때가 있지요.
      그래서 인간이겠지요.

      그런데 가끔 그런 생각은 해봅니다.
      법륜 스님은 어떻게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됐었을까 싶은 거지요.
      법륜 스님의 말에 매이지 말고, 그 분의 삶을 더듬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4. 이미순 2010.09.15 2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트는 데는, 사실 남의 삶이 상관없다지요.
    남이야 하건 말건,
    내가 그 진리를 마음에 새기고
    말하자면, 내가 그렇게 살아내면서 그 말이 진리가 되는 거지요.
    그 말 한 사람이 어떻게 사는가는
    사실 내 삶이랑은 아무 상관없지 않나 싶어요.
    저도 한때는 그분의 삶이 궁금했는데..그냥 접었지요.
    우리 애들 표현대로라면 "So What?"
    알몬 우짤낀데?ㅎㅎㅎ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가을 하늘이 너무 좋아서 오늘 아침에 우유를 뜨겁게 데워서
    진한 커피 섞어서 마시고 있지요.
    이런날은 도심 어딘가를 걸으면 좋겠다 싶네요.
    둘째 녀석 더 건강해지면 워싱턴디씨나가서 백악관이나 의사당 앞을
    다녀보고 싶네요. 혼자서 돌아다니는 게 젤 좋던데.

    • 달그리메 2010.09.15 2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이 글을 쓴 의도가 그랬지요.
      정토 불교 대학도 결국 돈벌이가 아닌가?
      법륜 스님의 몸값이 장난이 아니게 비싼 줄 아는 데 그 돈은 다 벌어서 어디에 쓰는가?
      그런 좋은 말들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런 궁금증이겠지요.
      미순님 말처럼 알몬 우짤긴데 말입니다~하하^^

  5. 염좌 2010.09.16 18: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복은 풍족할 때보다 부족할 때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
    사람은 풍족해 지기 위해 온갖 고생을 다하지만
    정작 행복은 약간 모자르게 살때 찾아오는 듯.
    말이야 쉽지만 맘먹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