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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아~ 4대강 사업이 바로 이런 거구나

by 달그리메 2010. 10. 9.

요즘 아줌마들이 모이면 흔히들 하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풀도 마음대로 못 먹고 사는 드~러운 세상" 이라는 말입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요. 손수 추석 명절상을 차리고 식구들을 위해서 끼니 때마다 밥상 준비를 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이라면 이 이야기에 공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추석 전날 가족들이 먹을 나물거리를 사러 나갔다가 엄두가 안나서 콩나물하고 숙주나물만 잔뜩 사서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덕분에 새김치 대신에 냉동시켜둔(김치 냉장고가 없는 관계로^^) 질긴 김장 김치를 요즘 아주 고맙게 먹고 있습니다.

시어머니는 생선이나 고기보다 나물값이 더 비싼 추석 차례상을 차려본 적은 칠십 평생 처음이라고도 하셨습니다.
그 푸념 끝에 했던 이야기도 기억이 납니다. 다 그 4대강 사업인가 뭔가 바람에 이 모양이라는 거지요.

시어머니는 그야말로 시골에 사시는 팔순을 바라보는 노인입니다. 그런 시어머니의 입에서 4대강 사업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저항감이 생각보다 넓고 깊구나 그런 실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시어머니의 그 다음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 사는 일이 한 평생 먹고 사는 일인데 마음대로 먹고 살지도 못하게 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열을 냈습니다. 강을 정비해서 경제를 살린다고 하는데 먹고 살기가 힘들게 만드는 경제 살리기가 이치에 맞는 말인가 싶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4대강 정비 사업을 한다고 농지를 다 없애버리는 것은 우리의 삶을 뭉개는 일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4대강 정비 사업을 통해서 얻는 게 있다고 백번 너그럽게 생각을 해도 먹고 사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4대강 사업은 좀 유식하게 말을 하자면 소탐대실이라 아니 할 수가 없겠습니다.

 

                              낙사모 회원들이 사진을 전시하는 중입니다.
                  염좌님, 실비단안개님, 착한마녀님, 파비님의 모습입니다.


낙동강 사진 전시회를 이번에는 낙동강 하구인 하단에서 했습니다. 하단은 부산의 끄트머리에 있습니다. 낙동강 공사 현장의 끝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정비 사업을 하느라 강을 온통 파엎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사진을 펴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공원에 놀러온 아줌마들이 사진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쓰~윽 지나쳐가는 게 아니라 무릎을 접고 앉아서 자세히 사진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아줌마들끼리 나누는 이야기가 그랬습니다.

" 말로만 들었는데 이게 바로 4대강 사업이라는 거구나~ " 그렇습니다. 아무런 대가없이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사진전을 하면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반면에 주변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아줌마들이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야채값 걱정을 많이 하시더군요.


" 아이구 이래가지고 어떻게 하노! 4대강 때문에 야채값이 비싸다는 소리를 들어도 그냥 그런가 생각했는데 정말 큰일이네~ 이 멀쩡한 땅들을 다 없애버리면 농사는 어디에다 지으라고"

손바닥만한 공터만 있어도 서로 야채를 심어 먹어려고 동네 사람들끼리 경쟁이 치열합니다. 땅이 없으면 그것 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하물며 그 넓은 터를 다 없애버리면 답이 없습니다. 강만 쳐다보고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야채값이 추석에 비해 조금 내리긴 했지만 예전에 비하면 택도 없이 비싼 건 여전합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 이유를 날씨 탓을 하기도 하고, 유통 구조의 문제로 돌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있지만 4대강 사업과 채소가 비싼 까닭이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그들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겁니다.

 
 

          사진전을 하다보면 이런 작은 관심과 손길이 절로 눈물겨울 때가 있습니다.


많은 것을 잃고 난 후에 후회하면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인간이 어리석은 것은 미루어 짐작을 하면서도 직접 부닥치지 않으면 그냥 편하고 좋게만 생각하려드는 이기적인 마음에 휘둘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려 줄 필요를 사진전을 할 때마다 느끼게 됩니다. 그런 일을 낙사모 회원들은 이 가을에 좀 더 부지런히 할 생각입니다. 

 

 

            해가 저물어 사진을 거두고 낙동강 공사 현장에 들러 사진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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