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은 경남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곳입니다. 서울보다 1.5배 넓습니다. 좀 더 실감나게 설명을 하자면 같은 합천 지역 안이지만 남북의 끝에서 끝으로 이동을 할 때 버스 요금이 거의 8,000원 정도 입니다. 1,500원이면 시내를 마음껏 다닐 수 있는 도시에 비긴다면 거리의 문제도 있겠지만 교통 요금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어쨌든 땅이 넓다보니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곳이 합천이기도 합니다. 우선 합천하면 팔만대장경으로 유명한 해인사를 떠올립니다. 해인사가 합천의 브랜드로 대표된다는 것은 합천으로 봐서는 좋은 점이기도 하고 나쁜 점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해인사에 묻혀 다른 훌륭한 곳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기 때문입니다.

 

해인사가 아니더라도 볼거리가 아주 많은 곳이 바로 합천입니다. 영암사지, 월광사지 두 곳은 여느 절터에 견주어도 으뜸일 정도로 강렬한 기운과 느낌이 있는 사지입니다. 영암사지를 둘러싸고 있는 모산재도 그 산세가 빼어나기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봄이면 철쭉, 가을이면 억새로 아름다운 황매산도 빼 놓을 수 없지요. 여름이면 물축제를 하는 황강변,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으로 자리를 잡은 영상테마파크도 손 꼽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1박을 했을 때 이른 아침 조금 부지런을 떨면 득템을 할 수 있는 정양늪을 소개 하려고 합니다.

 

 

정양늪의 가장 강점은 접근성을 들 수 있습니다. 습지하면 남쪽 지방에서는 대표주자가 우포늪, 주남저수지, 순천만입니다. 이곳들은 마음을 내서 차로 제법 움직여야 갈 수 있는데 비해 정양늪은 합천 읍내에 있습니다. 황강 주변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산책을 하듯이 거닐면 우와~ 합천에 이런 곳이~~탄성이 나올법한 곳입니다.

 

정양늪은 황강의 지류인 아천의 배후습지입니다. 면적이 41만 ㎡로 광할한 순천만이나 우포늪에 비긴다면 좀 아담한 느낌을 줍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생물학적, 생태학적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습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홍련이 활짝 펴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줍니다.

 

산책로가 두 개가 있는데 한 쪽은 테크길을 따라 걷다 징검다리를 건너 오솔길을 걸을 수 있고 또 다른 한 쪽은 황톳길이어서 맨발로 걸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길입니다. 이 두 길이 서로 만나지 않고 끊어져 있어 좀 아쉽기는 합니다.

 

 

일행이 접은 풀잎배에 개망초꽃을 실어서 띄웠습니다.

 

여행의 재미가 찾아가는 시기나 시간에 상관없이 한결 같다면 참 밋밋하겠지요. 그런데 시기에 따라 시시각각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은 여행객들에게는 참 다행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습지는 그렇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늪이라고 해도 한 낮에 찾아가면 별 감흥이 없습니다.

 

한 여름 대낮에 바라본 순천만의 갈대는 참 지루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뉴월 땡볕 아래 서 있는 갈대는 들판에서 자라는 벼와 별반 달라보이지 않았거던요.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 주변도 커다란 습지입니다. 뿌우연 안개로 뒤덮힌 새벽은 신비롭기 그지 없지만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면 풍경은 사뭇 달라집니다.

 

우포늪 지기 이인식 선생님이 우포늪 근처에다 도서관을 마련한 까닭도 그런 연유와 관계가 있습니다. 1박 2일 습지를 체험하러 온 학생들이 볼거리가 적어지는 낮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습지 만큼은 찾아가는 시기가 중요하다고 강조를 하기 위해서 설명이 길었습니다.

 

 

이번에 황강 물축제를 알리기 위한 1박 2일 팸투어에서 이튿날 아침 일정을 정양 늪으로 잡은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아침 7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도착을 했는데 이미 햇살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이건 계절마다 차이가 있는데 일찍 해가 떠는 여름에는 그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나서는 것이 더 좋습니다. 

  

무작정 거닐어도 자연이 주는 싱그러움에 마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별 기대없이 나섰던 일행들은 이른 아침 정양늪이 건내주는 편안함에 흠뻑 젖어들었습니다. 큰 것이 주는 포만감도 있지만 소소한 것이 주는 만족감은 기대가 적었기에 더 푸짐하기도 합니다. 합천 정양늪은 바로 그런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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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그리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