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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환경단체에 정치인이 모이는 까닭은

by 달그리메 2011. 1. 31.

지난주 금요일날 오랜만에 낙사모 식구들을 만났습니다. 환경단체로부터 낙사모가 녹색 시민상을 받는 날이라 시간이 나는 사람들이 모여 얼굴을 봤습니다. 이제는 찢어졌으니 '식구들이었던'이 맞겠네요. 그렇지만 앞으로 언제든지 필요하면 다시 식구들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처음 생각으로는 이번에 낙사모가 상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을 참이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상이라는 게 칭찬과 격려의 뜻이 담겨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게 다 형식이고 폼이지 않나 싶기도 해서 말입니다.

낙사모가 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개별 상장을 준비하겠다는 김훤주 대표님에게 저는 상장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별시리 한 것도 없는데 상장을 받는다는 게 좀 머쓱하기도 했구요. 그냥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했으면 그만이지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글을 올리는 까닭은 시상식날에 가서 보고 느낀 점을 그냥 한번 적어보고 싶어서 입니다. 시상식장에 가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환경단체 회원들 면면이 너무 삐까번쩍했거든요. 시골스러운^^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은 저의 촌스러운 예상과는 달리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이 다 환경단체 회원이라니 참 대단하구나 싶었습니다.
저런 많은 분들이 한결같이 4대강 사업을 반대했음에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니~ 이명박이 얼마나 센 사람인지 새삼 확인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기사 지역에서 유명하다고 해봐야 중앙 유명인에 비길바는 아니지만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 든 생각이 있습니다. 그날 정치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환경단체 회원으로 활동을 하는 지역 정치인들이 정말 순수하게 환경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고 싶어서 회원이 되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분들도 있겠지만 낯을 내기 위한 사람도 더러는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 중에 한 분이 인사말을 하는데 그 자리의 취지에 맞지않게 다음 총선에 나오겠다는 발언 비슷한 것을 했습니다. 기분이 좀 거시기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창동에서 낙동강 사진전을 했던 모습입니다


창동에서 낙사모 회원들이 사진전을 하고 있을 때 자치단체장 선거 운동을 하러 그 분이 왔더랬습니다. 인사치레라도 이야기를 건넬법 한데 선거 운동하기에 급급해서 그런지 펼쳐놓은 사진에는 눈길조차 주지않고 그 앞을 무심하게 지나갔습니다. 그분이 환경단체 회원인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아무리 좋은 뜻으로 뭉쳐도 덩치가 커지면서 조직화됩니다. 커진 조직의 힘이 원래의 뜻보다는 다른 곳에 종종 쓰여지기도 하구요. 참석한 정치인들을 보면서 환경단체가 인맥 형성을 하는데 또 하나의 조직 구실을 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면 쓸데없는 제 기우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요?

환경단체 입장에서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유명인을 회원으로 많이 확보했다는 양적인 팽창에 자만을 한다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단체만큼은 정말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순수한 목적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 모인 70~80명 가량의 사람들 중에서 유명한 사람들을 골라내 일일이 소개를 하면서 환경단체의 파워를 은근히 과시하거나 뿌듯해하는듯한 진행자의 멘트는 그래서 인지 좀 거슬렸습니다. 

순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환경단체가 높은 사람들 모셔놓고 일일이 소개하는 여느 행사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모습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습니다. 환경을 보호하는데 유명하고 유명하지 않고 그런 게 어디 있을까요? 그런 유명한 분들이 회원이라면 그 힘을 모아 환경을 보호하고 지키는데 쓰면 그만입니다.

세계적으로 환경단체의 파워는 막강합니다. 이제 환경 문제는 인간의 생존과 맞물려 있습니다. 그런만큼 역할도 중요하구요. 사회가 변해도 마지막까지 남을 시민 운동이 환경운동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외국의 경우을 보면 환경단체 회원들의 활동은 지구의 지킴이 역활을 담당하는데 부족함이 없을만큼 아주 열혈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환경 문제 이외에 다른 이해관계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지요.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유정 무정의 모든 생명체들은 실핏줄처럼 촘촘히 이어진 한 몸 입니다


그나저나 강이 얼어 붙어도 4대강 사업은 중단이 없습니다. 급하게 밀어붙이다 보니 낙동강에서는 준설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습니다. 기름띠를 둘러쳐 놓고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사진을 보니 참 갑갑하다 싶기도 하구요.


그런 저런 사연을 접어두고 다 정리정돈이 되고 나면 사람들은 본래의 강을 까맣게 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뭐든지 금방 잊어먹기를 잘 하니까요. 처음 4대강 정비 사업을 시작할 무렵에 나온 문학지 여름호에 실려 있는 글을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강에 살고 있던 그 많은 생명체들을 사람들은 지금 어디로 다 내 몰고 있을까요... 그 글을 옮겨봅니다.

우리들의 입에서 내장을 지나 항문을 통과한 물은 다시 강으로 흐르며 순환

되고 있으니 강물의 시작과 끝은 바로 우리들뿐만이 아니라 유정 무정의 모

든 생명체들의 입이요 항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바로 이러한 관계의 그물망

이 실핏줄처럼 촘촘히 어어진 한 몸, 한 생명체가 아닌지요.


이명박 눈에는 유정 무정의 생명체가 보일리가 없습니다. 오로지 사람들만 보이겠지요. 그것도 힘있고 돈많은 사람들만요. 그럴수록 환경단체의 역할도 더 순수해지고 더 커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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