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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취업한 딸 생활비 받아야 할까요?

by 달그리메 2011. 2. 19.

딸아이 졸업식장에 갔습니다. 세월이 변한만큼 졸업식 모습도 참 많이 달라졌더라구요. 예전에는 소팔고 논팔아 자식 대학 하나 마치면 보람이고 그런만큼 졸업식은 온 집안의 큰 행사였습니다. 부모 형제는 물론이고 할아버니 할머니 고모 이모 삼촌들이 총 출동을 해서 돌아가면서 학사모를 쓰고 사진을 찍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도 많고, 혼자와서 친구들과 어울려 기념 사진 찍고 그냥 돌아가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도 가족들 대표로 혼자 갔습니다. 사가지고 간 꽃다발을 안겨주면서 캠퍼스를 배경으로 마지막 추억을 사진에 담아 주는 것으로 졸업식 행사를 대신했습니다.

 


졸업식이라고 할 것도 없는 행사를 마치고 가족들이 아무도 오지 않은 딸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서 고기 뷔페에 갔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고갔습니다.

딸 친구 중에 한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제부터 엄마한테 매달 30만원씩 생활비를 내기로 했다고요. 돈을 버니까 당연히 생활비를 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엄마가 그랬답니다.

그러면서 저더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좀 버벅거렸습니다. 참 좋은 생각인데~라든가 아니면 좀 그렇긴하다~ 이 두가지 대답 중에 어떤 쪽도 흔쾌히 말이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제가 버벅거렸던 이유가 나름 있습니다. 요즘은 자식 하나 대학까지 졸업시켜서 자기 밥벌이라도 시키려면 들어가는 돈이며 공이 장난이 아닙니다.
 
고등학교 마칠 때까지 드는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지만 대학을 보내고 난 후에도 부모 등골 휘게 만드는 일은 끝도 없이 계속 됩니다. 통계를 보니 대학 졸업 시킬때 까지 드는 돈이 보통 2~3억씩은 된다고 그러더라구요. 그야말로 억~억소리 납니다.

돈도 돈이지만 4년만에 수월하게 졸업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해외 연수니 교환 학생이니, 거기에다 휴학을 해서 인턴 생활까지 이런 저런 스펙을 쌓은 다음에야 겨우 졸업을 합니다.
그렇게 돈과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 놓고도 정작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졸업을 시켜놓아도 취업이 쉽지가 않습니다. 대학을 마치고 실업자로 살아가는 사람이 졸업생의 절반이 더 됩니다. 그러고보면 사람 하나 자기 손으로 밥벌이 시키는 일이 참으로 힘든 세상입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온갖 지원을 한다고 해도 자식 낳아 기르는 것을 너도 나도 다들 꺼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딸 아이는 다행히도 지역에 있는 보건계열을 갔습니다. 그나마 보건계열을 나오면 취업이 좀 수월합니다. 학교 다니는 도중에 해외연수니 교환학생이니 그런 과정도 없습니다. 거기에다 집에서 다니다 보니 하숙비 걱정도 없었습니다.


그런 딸이 저는 고맙기만 했습니다. 취직해서 돈벌어 알아서 결혼이라도 해주면 그야말로 감자 덕자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딸아이 친구 엄마는 딸한테 생활비로 한달에 30만원을 내 놓으라고 그런답니다.

먹이고 입히고 대학까지 공부시켜서 독립을 하면 먹고 사는 일도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저 역시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막상 딸아이한테 취직을 했으니 다달이 생활비를 내놔라 그 소리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효도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약속이나 한듯이  "공부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어서 부모님 호강 시켜드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돈 벌어서 자기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 부모 호강까지 시켜주자면 참 골병이 들겠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부모님 걱정 시켜드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잘 사는 것"이 효도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제가 감동을 받았습니다. 언감생심 호강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제 앞가림이나 잘 해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을 하니까요.


자식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이런 마음 때문에 요즘 사람들은 자식 낳아 기르는 것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딸아이의 친구 엄마는 참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들이 그렇게 당당할 수 있다면 자식 낳아서 키우기가 좀 수월할 수 있겠지요. 

만약 취업을 한 자식에게 생활비를 받겠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답을 하겠습니까? 저는 좀 생뚱맞긴 하지만 이렇게 대답을 하고 싶습니다. 다음 세상에서는 자식 키우는 일이 이렇게도 힘이 드는 대한민국에서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구요. 이래저래 참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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