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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아! 이래서 남해를 보물섬이라 하는구나

by 달그리메 2013. 10. 10.

남해로 블로거 팸투어를 떠나던 날 버스 안에서  운전기사 아저씨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제 국내 여행은 영 장사가 안됩니다. 다들 수준이 높아져서 외국으로만 나가거든요" 생활 수준이 높아졌다는 말인지 보고 느끼는 수준이 높아졌다는 말인지 감을 잡을 수는 없었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런가 봅니다.

 

금산에 있는 남해 보리암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두 번은 찾았을 곳입니다. 보리암은 경치가 아름답기로도 유명하지만 기도발이 잘 듣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저 있는 절이지요. 보리암 주변으로 둘러싸여있는 씩씩하고 잘 생긴 바위들을 보면 그 기운이 절로 느껴집니다.

 

보리암은 그동안 대여섯 번 정도 다녀왔습니다. 갈 때마다 눈 안으로 들어오는 풍경의 느낌이 달랐고 빌었던 소원이 제각각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블로거팸투어가 각별했던 것은 그렇게 이른 시간에 보리암 풍경을 볼 기회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똑 같은 장소라도 시간에 따라, 계절에 땨라, 날씨에 따라,  심지어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 그 느낌과 모습이 달라보인다고 그럽니다. 이른 아침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아말로 황홀했습니다.

 

 

 

외국으로 나가는 여행객들 중에는 정작 우리나라의 자연과 문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아름다운 비경과 의미있는 역사와 문화가 구석구석 숨어있습니다. 남해가 바로 그런 곳 중에 하나입니다.

 

멀리 보석처럼 점점이 박혀있는 섬들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습니다. 그 뒤로 해맞이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마 이 사람들도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남해 보리암에서 본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하면서 두고 두고 이야기를 하겠지요.

 

언젠가 외국으로 이민을 간 친구가 한국에 나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외국의 풍경이 아무리 근사하고 멋져도 한국 여행길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감동이 훨씬 더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다구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시각적인것보다 그 속에 담겨있는 정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보리암에는 기도를 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멀리 바다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시간을 보니 6시 반입니다.  해인사나 선암사는 해가 질 무렵 타종식이 인상적인데 비해, 바다를 끼고 있는 보리암은 해가 뜨는 아침 기운이 유난히 강한 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산을 오르다 뒤돌아 봤더니 멀리 동이 터오는 바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리암의 모습이 더욱 고즈늑해 보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한 폭의 그림입니다.

 

 

점점 하늘이 밝아져 오고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습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법왕대라고도 하는 부소암으로 가는 길이 최근에 개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금산에 올라 보리암까지 와서도 이 곳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지지만 부소암 구름다리를 건너가면 멀리 소치도 노도가 보이고 호구산 망운산 그리고 두모마을 다랭이 논들이 한 눈에 담깁니다.

 

바위 뒤를 돌아가면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붙어있는 암자가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하지만 그곳에 암자를 지키는 스님이 있습니다.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특이한 부소암 암자를 찾아보지 않고 보리암을 다 돌아봤다고 할 수 없겠지요.

 

 

부소암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담은 모습입니다. 자연이 만든 명작입니다. 이보다 더 빼어난 작품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이쯤되면 남해를 두고 왜 보물섬이라고 하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어디를 봐도 눈부신 풍경입니다.

 

 

금산산장이라고 하는 식당 모습입니다. 전생에 나라를 한 두 개 정도 구하고서는 얻을 수 없는 명당입니다. 아마도 집 주인이 나라를 수 십 개는 구한 모양입니다. 음식맛도 아주 정갈하고 깔끔합니다.

 

 

 

금산산장에서 가꾸는 텃밭입니다. 산중에 가꾸는 텃밭에서 색다른 맛과 멋이 느껴집니다. 텃밭이 꽃밭처럼 아름답고 정겹지 않은가요!

 

흔히들 하는 말로 우리 것을 제대로 알아야 남의 것도 잘 받아들일 줄 안다고 했습니다. 규모가 크고 볼거리가 많은 외국의 관광거리에 비해 소박할 수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수준이 높아져서 다들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운전기사 아저씨의 말을 금산의 아침 풍경을 둘러보면서 새삼 곱씹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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