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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딴에 이야기

생태 기행,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by 달그리메 2011. 11. 7.

지난 주에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민일보가 함께 주최하고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이 주관하는 역사 생태 기행에 다녀왔습니다. 이름 그대로 역사와 생태를 주제로 각각의 색깔이 다른 4곳을 둘러보게 됩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9월, 첫 번째로 문경에 있는 토끼비리와 과거길을 땀을 뻘뻘 흘리며 걸었습니다. 길은 세월을 따라 의미도 형태도 변했지만 길 위에는 지나간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기행이었습니다.   

두 번째 기행으로는 우포늪과 화포천에 다녀왔습니다. 봄은 봄이라서 여름은 여름이라서 또 겨울은 겨울이라서 제각각의 색깔과 아름다움이 살아있지만, 물길을 따라 우거진 억새와 갈대는 우포늪과 화포천을 한층 넉넉하게 만들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세 번째로 하동 술상 갯벌과 사천만 갯벌을 찾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이 갯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렇게 생태 기행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일부러 찾아나서고 있습니다.
 

갯벌은 이제 일부러 찾아나서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민일보 역사 생태 기행~ 폭발적인 인기?

기행을 떠나는 날 아침, 도민일보 앞에 도착을 하고 보니 다른 때보다 유독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블로그를 통해서 신문에 광고가 실리고 사흘만에 마감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45인승 버스가 미어터질 듯이 사람들로 가득찬 것을 보면서 역사 생태 기행의 폭발적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인기가 폭발적이기로서니 빈 자리 하나 없을 정도로 사람을 태우다니요~쩝쩝!! 맨 앞자리에 쭈그리고 앉았습니다. 아무래도 주관하시는 분이 욕심이 많거나 아니면 마음이 약하거나 그런 모양입니다~^^

그날 함께 동행을 했던 분들은 아주 다양했습니다. 나이 어린 학생들부터 손자 손녀가 있을 법한 할머니, 아저씨, 아줌마, 아가씨, 총각... 그런 다양함이 역사 생태 기행의 특징이고 재미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용마고등학교 특수학급 학생들과 담당교사 17명이 그 주인공입니다.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그렇지 않은 처지에서 다만 짐작으로만 헤아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는알고 있습니다. 여러 어려움 중에서도 사회적인 편견과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은 그들을 더 외롭게 만듭니다.

한 발자욱만 문밖으로 나서면 하나부터 열까지 넘어야 할 벽 투성이입니다. 그러다보니 어지간하면 나서지 않는 편이 더 편하다는 생각이 몸에 익어져 있기도 하구요. 그런 생각이 바탕에 깔려서 그런지 아무래도 학생들 통솔하는 것도 신경쓰이고 번거러울 법도 한데 생태 기행을 나섰다는 게 참 대견해 보였습니다.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을 하도록 배려를 해주신 분이 다름 아닌 용마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이라고 하더군요. 얼마 전에도 학교 급식, 수학 여행과 관련해서 뒷돈을 챙긴 교장선생님 이야기가 뉴스를 타더니만 한 편으로는 이렇게 좋은 교장선생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교장선생님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가 있지만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런 기회가 훨씬 적게 마련입니다. 흔쾌히 아이들에게 그런 자리를 마련해 준 경남도민일보도 용마 고등학교 교장선생님 만큼이나 훌륭하십니다.



도민일보 역사 생태 기행~ 컨셉은  자유분탕

도민일보의 역사 생태 기행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함도 있지만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답사를 다녀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움직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도민일보의 역사 생태 기행은 좀 다릅니다. 해설사의 기본적인 설명이 곁들여지기는 하지만 그것은 전제적으로 이해를 돕는 정도이지 세부적인 것까지 꼬치꼬치 설명을 하려 들지는 않습니다.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알게 되는 즐거움도 좋지만 그보다는 볼 수 있는 만큼 보고 느낄 수 있는 만큼 마음껏 느껴라~ 한 마디로 표현을 하자면 '자유분탕' 입니다. 그런 도민일보 역사 생태 기행의 컨셉과 용마고등학교 학생들의 하루 나들이는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도민일보 생태 기행~ 아이들을 해방시키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에게 가장 기분좋은 것은 뭐니뭐니해도 공부를 하지않고 땡땡이를 치는 것이지요. 학창 시절 저는 월요일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일요일 하루 종일 실컷 놀다 월요일에 학교 가는 것이 뭐가 좋을까 싶겠지만 월요일 아침마다 전교 미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월요일 첫 수업을 땡땡이칠 수 있다는 즐거움~ 그 기분은 뭐라 설명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으니까요.

용마고등학교 아이들이 차에서 내리자 마자 너도나도 환호성을 지르면 방방 뛰었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갯벌이 멋있어서 그랬냐구요? 하하~^^ 설마 그럴리가요. 그냥 교실에서 해방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던 거지요.

선생님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친구들도 있었구요. 흥에 겨워 노래를 멋드러지게 부르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덜컹덜컹 달려가는 시골버스야~" 뭐 그런 가사였는데 트롯트 가수 박상철의 신곡입니다. 시대에 뒤처지지도 않고 분위기에도 딱 어울리는 노래를 선곡할 줄 아는 감각이 아주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열심히 공부를 하는 학생들 모습이 참 진지합니다.

도민일보 생태 기행~ 살아있는 공부를 시키다.

그 날 하동 술상 갯벌에서 1km 정도를 걸었고 사천만 갯벌에서 5km 정도를 걸었습니다. 총 6km를 걸은 셈입니다. 걷는 동안 아이들은 누구 하나 지치거나 지루해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말에 귀를 기울였고 무엇보다 바다를 좋아했고 자연을 한껏 누렸습니다.

눈높이에 맞추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선생님의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학교에 가지 않고 하루종일 땡땡이를 쳤지만 학생들은 교실에서 공부를 한 것보다 더 귀한 공부를 한 셈입니다. 갯벌에는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음을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았습니다.

그런 생명의 힘이 인간의 삶을 지탱시켜 준다는 것, 인간의 일그러진 욕심이 소중한 것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는 것. 뭐 그런 것은 몰라도 그만입니다. 아마도 갯벌은 아이들에게 특별하게 입력이 되어서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자연과 인간이 사이좋게 있는 모습입니다.

도민일보 생태 기행~ 자연과 사람은 더불어 아름답다

저녁 무렵, 노을에 젖은 사천만 갯벌은 장관을 이룹니다. 그런 모습 앞에서 그저 경건해 질뿐입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만큼 갯벌이 살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생명력을 많이 상실해 버렸습니다.  

사천만 갯벌에다 삶을 의지하고 살았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갯벌은 그이들에게 보물창고와도 같았습니다. 갯벌은 그이들의 배를 부르게 해 주었고, 아이들 공부를 시켜주었습니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껴안고 공존했습니다.

그러나 주변에 공단이 들어서고 매립을 하면서 갯벌은 죽어갔습니다. 
자연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아름답고 사람은 자연과 더불어 편안해집니다. 사천만 갯벌은 이제 사람과 자연이 아름답게 어울리지 못하고 서로가 떨어져서 바라볼 뿐이지요.





자연은 저 홀로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낼 줄 압니다.

자연은 손을 대지 않아도 저 홀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줄 압니다. 갯벌은 생명력을 잃

어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갯잔디가 자라고 갯질경이 칠면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갯잔디 속에는 새들의 먹이가 되는 기수고동도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갯잔디가 무엇인지, 갯질경이가 무엇인지. 칠면초가 무엇인지를 알았을 겁니다. 손수 기수고동을 잡아보면서 세상에 이렇게 작은 것들도 다 제 몫을 한다는 것도 알았을 겁니다. 그처럼 그 아이들도 자신들이 세상에서 참 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지점에 이르자 학생들은 이게 끝이냐고 아쉬워했습니다. 좀 더 걷고 싶다며 아쉬워하는 아이들에게 오늘 재미 있었냐고 물었더니 아주 재미 있었다고 그럽니다. 왜 재밌냐고 물었더니 글쎄 공부를 안해서 재미있었다고 하네요. 하하^^ 

다음에도 선생님과 함께 오고 싶다고 수줍게 말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몇 배로 즐거운 기행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동행의 기회를 만들어준 분들이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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