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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페이스북 친구만들기 그 허망함에 대하여~

by 달그리메 2011. 6. 5.
참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습니다. 그래도 간간이 손님들이 다녀간 흔적을 보면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원래 게으른 탓에 부지런히 글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꽤 긴 시간 블로그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았습니다.

특별한 까닭이 있었다기보다는 요즘은 분위기가 좀 그렇습니다. 블로그보다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대세입니다. 그러다보니 주변 블로거들 중에도 블로그는 대충하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더 열을 올리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구요.

세상이 변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렇긴 해도 너무 빠르게 변한다는 생각을 근래 들어서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처음 홈페이지가 등장하고 얼마 후 카페가 널리 퍼졌습니다. 그 이후 블로그가 생겨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1인 미디어의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블로그가 기존 종이 신문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여기저기에서 했습니다.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 제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그 자리를 매꿔가고 있습니다.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전국에서 좋은 사례가 되었던 경남도민일보의 메타블로그 갱블을 보더라도 그런 분위기를 여실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신문 상단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갱블은 어느새 맨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대신에 식당을 하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세계와 소통하는 식당을 운영한다는 제목으로 종이 신문 1면에 싣기도 했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세상살이와 사람들의 속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뭐 그런 것을 엿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SNS라는 것이 이렇게 단시간에 널리 퍼진 까닭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우선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성향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블로그는 본래 기록의 의미도 가지고 있지만, 개인이 생산해 낸 다양한 콘텐츠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는 구실도 동시에 했습니다. 그런데 블로그를 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블로그를 하는 데 드는 공이나 시간이 장난이 아닙니다. 

글도 써야 하고 사진 자료도 정리해 올려야 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어지간하면 마음을 내서 블로그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그렇지 않습니다. 툭 한 마디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올리면 그만입니다. 올린 글이 어떤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할 만큼의 위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특징이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폭발력이 되었습니다. 무겁고 어려운 것보다 가볍고 쉬운 것을 선택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매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가진 매력이 많음에도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지적을 하는 것이 이슈는 있지만 생산해 내는 콘텐츠가 없다고들 합니다.  SNS의 급속한 전파 때문에 깊이 생각하는 사고력이 없어지고 뭐든지 가볍게 바라보는 세태를 비판하는 기사를 얼마 전에 한겨레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두고 흔히들 인맥 쌓기라는 표현을 합니다. 블로그처럼 열심히 한다고 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인맥은 권력입니다. 돈도 좋지만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맥 형성의 기회가 되기에 너도나도 페이스북에 열광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의 인맥쌓기를 두고 학연 지연 혈연 그딴 것들이 대한민국을 말아먹는다 그런 구태의연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분석하기보다는 그냥 평소에 든 생각을 한 번 풀어보는 정도입니다. 

 

요즈음은 MBC '나는 가수다'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나는 가수다의 최고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임재범이라고 다들 그러더군요. 임재범이 부른 '여러분'이라는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토해낼듯이 절규하며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객석에 앉은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눈물을 찍어냈습니다.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 줄게 ~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내가 눈물이 되리 ~~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 되리라 ~~~

임재범이 노래를 끝냈을 때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임재범의 노래 실력에도 탄복을 했지만 노래 실력 못지않게 선곡도 중요하게 한 몫을 하겠구나...

사람들은 누구나 참 많이들 외롭습니다. 누구는 이 외로움을 두고 인간의 조건이라고도 하더군요. 외롭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다, 혹은 외로우니까 인간이다 이런 공식이 성립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처럼 외로움은 인간으로 살아내기 위해서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임재범한테 보낸 박수는 저마다 가슴속에 껴안고 살아가는 외로움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약 외로울때면 누가 날 위로해줄까~~ 각자 무늬도 색깔도 다른 그런저런 감정에 겨워 사람들은 노래를 들으면서 울컥했던 거지요.

페이스북의 인맥쌓기에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아마도 이 외로움에 대한 본능적인 방어도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페이스북에서 오고가는 내용을 보면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싶으니까요.

비가 내리는 날, 울적한 심정을 글 한 줄에 담아 올려봅니다. "아 비가 오네요." 그러면 여기저기서 답글이 올라옵니다. "막걸리에 파전이 생각나는군요" "비 때문인지 좀 싱숭생숭합니다" 기타 등등~~ 그런저런 글들이 페이스북 친구들간에 공허하게 오고 갑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 맺어진 낯선 관계들 그 이름하여 페이스북 친구~쩝쩝!!

짧은 답글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많은 사람들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 확인합니다. 아 물론~페이스북에서 오고가는 글들이 다 그렇게 영양가 없거나 시시껄렁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창원에 있는 호호국수집을 대박낸 것도 다 페이스북의 힘이라고 들었거든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순식간에 퍼다나르는 대단한 페이스북!!

그런데 본래대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면 내가 만약 외로울 때 페이스북 친구 여러분들이 진정으로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페이스북 친구 숫자가 늘어나고 트위터의 팔로우 숫자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외롭지 않을까요? 그렇게 위로받을 수 있는 외로움이라면 견딜만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흐르는 강물을 막을 수 없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다만 가볍고 쉬운 것만 쫓아 열광하는 지금의 풍토가 왠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싶은 건 제 혼자만의 느낌일까요?

이런 표현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블로그를 편지에 비긴다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우편 배달부에 비유를 하고 싶습니다. 편지쓰기는 귀찮아하면서 점점 너도나도 배달부만 되고 싶어합니다. 할 일이 없는 배달부들이 오늘도 페이스북 안에서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던지는 심심풀이 땅콩처럼 무의미한 대화들...

편지를 받아들고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쓰는 이의 열정과 마음이 담겨 있기에 가능합니다. 쓰는 이와 읽는 이 그리고 전달하는 이들이 공존하는 세상이 다채롭고 즐겁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SNS 열기가 언제 사그라들고 또다시 새로운 현상에 사람들이 열광하게 될지 궁금해질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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