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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나무가 있는 풍경, 담양 녹음 속을 걷다

by 달그리메 2012. 7. 25.

무지 덥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지난 주 생태 역사 기행을 떠났던 그 날도 무척 더웠습니다. 3시간 즐기려고 오며 가며 차 속에서 5시간을 자다 졸다 찾은 곳이 전라남도 담양이었습니다.

 

담양하면 예전에는 대나무가 유명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원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소쇄원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것들을 앞지르며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것이 바로 메타스쿼이아 가로수 길입니다.

 

대나무나 소쇄원이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면, 메타스쿼이아 길에서는 패기발랄한 청년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로도 길이 소개가 되면서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끝이지 않는 곳이 되었습니다. 

 

메타스쿼이아는 가깝게는 창원에도 가로수로 심어져 있고 우리집 앞에도 마치 정원수처럼 시원시원하게 서 있습니다. 그런데 담양의 메타스쿼이아가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규모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차가 다니지 못하는 길과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을 합치면 거의 8km 정도가 됩니다. 어른들이 팔을 뻗어도 한아름에 안기지 않을 굵직 굵직한 나무들이 쭉 늘어서 있는 길은 걸어도 차를 타고 둘러봐도 그 모습이 장관입니다.

 

담양에는 메타스쿼이아 길과 더불어 죽녹원과 관방제림이 있습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나무도 잘 가꾸면 문화재가 되고 문화 유산이 되고 훌륭한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죽녹원은 동네 나즈막한 야산에 심어져 있던 나무들을 통째로 베어내고 그곳에다 대나무를 심어 만든 대나무 정원 같은 곳입니다.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길을 내놓고 군데 군데 쉴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예전에 찾았을 때보다 마디는 굵어지고 숲은 더욱 울창해져 있었습니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대나무는 끝도 없이 하늘을 향해 쑥쑥 자라는 듯했습니다. 위로만 향하다보니 길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무더위를 다 가려주지는 못했습니다. 더러는 옆으로도 아래도 쳐다보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바람이 불 때마다 소스스~내는 대바람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와서 좋았습니다.

 

대나무하면 기품있고 점잖은 사군자를 꼽는 사람들도 많으시겠지만 저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점집입니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거친 바다를 상대로 생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미신을 많이 믿습니다. 거제도에서 나고 자라면서 골목골목 대나무 끝에 붉은 천을 매단 점집들을 참 많이 봤습니다.

 

굿을 하는 무당들이 흔들어대던 요롱소리 쿵쿵쿵 북소리에 맞춰 온 몸을 떨어대던 가녀린 댓잎들이며, 무당들의 몸짓에 따라 휘청거리던 가늘가늘한 줄기들이 이렇게 근사하게 변신을 할 수 있다니~ 어떤 대상에 대한 이미지는 이렇듯 저마다의 기억과 맞물려 있는 것 같습니다.

 

 

죽녹원을 나와 관방제림을 따라 둑을 걸었습니다. 관방제림을 홍수를 막기 위해 관에서 둑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2km 정도 이어진 길에는 팽나무 벚나무 푸조나무 음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오래된 나무는 300~400년 된 것들도 많다고 하니 그늘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여름은 지금처럼 눅눅하고 칙칙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가 뛰놀며 살았던 환경은 말 그대로 자연스러웠습니다. 흙길이 대부분이었고 에어컨이 흔하지도 않았습니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으면 금방 땀이 식었고 오뉴월 더위가 맑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스팔트 길 위로 검은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건물 밖으로 매달린 에어컨 환풍기에서 더운 바람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 부자연스러운 것들과 뒤섞여 지금은 온통 잡탕 더위가 돼버린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인간의 능력이 위대하다고 해도 자연의 힘을 따를 수 없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지 않으면 인간은 생존할 수 없습니다. 나무 그늘이 주는 넉넉함을 누리면서 자연의 고마움을 절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아스팔트를 깔아 차가 지나다니던 길을 이제는 아스팔스를 걷어내고 사람길을 만들었습니다. 길 느낌은 덜하지만 길 전체가 통째로 정원같은 분위기로 변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는 새로운 길들은 대부분은 자동차가 주인입니다. 구불구불한 엣길 정도만이 사람길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주인인 이런 길들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자연이 만들어 낸 작품사람들이 만들어낸 작품 입니다.

함께 어우러져 있으니 더하고 덜함이 없이 훌흉하게 조화롭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흔히들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자연에 손을 댄다구요. 크게는 4대강이 그랬고 주변에서 보자면 마산만이 그렇습니다. 수많은 생명체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멀리서 멀뚱하게 쳐다만 봐야 하는 강, 바닷물에 손 한 번 담글 수 없는 바다, 그 대가로 우리에게 돌아오는 잘 삶이 뭘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담양에 있는 관방제림과 메타스쿼이아 길을 걷다보면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이해와 방법에 대해서 답을 얻게 됩니다. 몸과 마음이 인위적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평안하고 즐거운 상태, 300~400년 전 조상들이 홍수를 대비해 심었던 나무들로 인해 무수한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가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인드는 바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죽녹원을 돌아나와 관방제림에서 걸을 수 있는 메타스쿼이아 길까지 5km 정도 됩니다. 가만히 앉아 있기도 버거운 더위에 그만큼 걸을 수 있는 길이 흔하지는 않을 겁니다. 바다도 계곡도 좋지만 나무 그늘이 우거진 담양 녹음길을 한번 걸어보시라 권합니다. 그 걸음에서 얻게 되는 것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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