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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나가수 적우를 보면서 조pd를 떠올리다

by 달그리메 2011. 12. 13.

인터넷에 들어와보니 온통 나가수 이야기입니다. 나가수의 인기가 예전만 하니 못하니 해도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이 대중가요 문화에 미치는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매번 이런저런 이슈를 만들어 내더니만 이번에는 적우의 가창력 논란으로 시끌벅적 합니다.

적우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가수는 아닙니다.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실력있는 가수들을 무대에 세워 그들에게는 자신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대중들에게는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하는 것이 나는 가수다의 프로그램 기획 의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몇몇 가수들의 자질을 두고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가창력을 두고 우회가 아닌 직격탄을 맞은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적우라는 가수가 유명하지 않음에도 저는 개인적으로 엠피쓰리에 담아서 듣고 다닐 정도로 적우의 노래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바다를 삼킨 파도'나 '하루만'이라는 노래는 어지간한 연륜이 없고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깊이가 느껴지는 노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사나 곡도 그렇지만 특히 짙은 허스키보이스가 매력적인 적우에게 딱 맞는 곡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런 적우가 나가수에 나가서 가창력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도대체 노래를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시끄러운가 싶어 동영상을 봤습니다. 적우가 부른 김완선의 '나홀로 뜰앞에 서서'라는 노래는 적우라는 가수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습니다.

진짜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면 어떤 곡이라도 잘 소화를 해야 하고, 진짜 미인이라면 어떤 옷이라도 척척 어울려야겠지만요, 현실적으로 그런 것은 극히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자신한테 어울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어울림을 찾아내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능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적우라는 가수를 옹호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나는 가수다와 더불어 요즘 mbc를 먹여 살리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위대한 탄생 2'입니다. 멘토와 멘티 관계를 설정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 한것이 인기의 비결이기도 하더군요.

윤일상 멘토 제자 중에 정서경이라는 멘티가 있습니다. 정서경의 목소리나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적우의 느낌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허스키한 중저음이 매력적이라는 점과 왠지 슬픔과 한이 느껴지는 톤이라는 점에서 저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방송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 초청 멘토들 앞에서 경연을 할 때 정서경이 부른 노래가 이은미의 죄인입니다. 분위기가 굉장한 노래였습니다. 몸으로 연기를 하듯 노래를 부른다는 심사평이 딱 맞아 떨어질만큼 잘 부른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정서경이 아니었다면 그런 분위기를 끌어내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이은미보다 더 노래를 잘 부른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 곡의 노래를 두고 정서경이 이은미보다 노래를 더 잘 부른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선곡을 너무 잘했다는 심사위원들의 한결같은 평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자신한테 참 잘 어울리는 옷을 멋드러지게 차려입은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조pd는 청중을 향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노래에 몰입 할 수 있었던 분은 손을 들어보라구요. 대부분의 청중들은 손을 들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조pd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무 좋다 눈을 감고 들어도 눈을 뜨고 들어도 몰입이 되더라. 이런 가수들도 있었으면 좋겠다. 너도나도 소몰이 창법을 하고 화려한 스킬이 있어야 훌륭한 것은 아니다. 연기파 배우가 있다면 그 배우에 맞는 역할을 주면 되는 것이다. 정서경이 가지고 있는 보컬에 맞는 노래를 만들어주면 좋은 가수가 될 수 있다. "



정말 맞는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적우가 부른 노래와 적우의 목소리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어울리지 않았던 만큼 듣는 사람들은 부담스럽고 불편해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불편함이 가창력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적우는 적우에게 어울리는 노래를 잘 부르면 그만입니다.


저는 이번 적우 논란을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가창력이라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몰이해입니다.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은 화려한 스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진정한 가창력은 감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순이의 노래를 들으면 시원시원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도대체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각자 성향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인순이의 노래를 들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그처럼 가창력이라는 것을 두고 그렇게 순위 매기듯이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거지요.

그리고 또 한가지 느낀 점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흐느적거리거나 한이 느껴지는 목소리, 말하자면 트로트적인 감성이나 목소리을 저급하게 여기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적우의 가창력을 두고 사람들의 평 속에는 한이 많은 트로트 가수 정도라고 표현을 한 것을 보면서 트로트적인 것이 뭐가 나쁜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트로트를 가장 좋아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편하고 좋더라구요. 발라드나 팝, 클래식은 격이 높고 트로트는 격이 낮다는 것도 좀 우스운 것이지요. 자기 마음을 많이 움직이게 하는 곡이 가장 훌륭한 명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논란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나 편견들이 이런 식으로 표출이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는 잘한다 못한다 혹은 좋다 나쁘다라고 규정을 정해놓은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좋은 직업에 대한 개념이 그렇고, 성공에 대한 개념이 그렇고, 잘산다 못산다는 개념 또한 그렇습니다. 만들어진 틀 안에서만 모든 것을 판단하고 규정지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적우의 가창력을 두고 세상이 시끄러운 것을 보면서 정서경에 대한 조 PD의 평이 떠오른 건 전혀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중들 다수가 좋아하고 인정하는 것만이 최고라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그런 생각에 빠져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따끔한 일침이었기에 새삼 그의 말이 의미있게 되살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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