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이야기

고개 숙인 문성근, 무례한 트위터리안

by 달그리메 2012. 2. 17.
지난주 유명한 시사 블로거이자 트위터리안이신 거다란님을 살 떨리게 한 현장에 함께 있었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잠시 설명을 드리자면 민주통합당 후보로 이번에 부산 지역구에서 출사표를 낸 문성근 후보와 트위터리안들의 담소회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우선 이름부터가 다릅니다. 블로거 간담회, 트위터리안 담소회,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간담회와는 달리 담소회는 그야말로 후보와 함께 가볍게 수다를 떠는 정도라고 그럽니다. 담소회라는 이름만으로도 어느 정도 짐작을 했지만 거다란님처럼 살이 떨릴 지경은 아니었지만 그날 분위기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한결같이 조금이라도 자신을 더 알리고 싶어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선거판에서는 평소 성향과는 상관없이 과묵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게 마련입니다. 그것을 두고 가볍다거나 경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과묵하게 굴면 무성의하게 선거운동을 한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건방지다는 오해까지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습으로 보자면 간담회와 담소회 분위기가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습니다.

블로거 간담회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진행자에게 맡겨진 임무 중의 중에 하나가 길어지는 후보들의 말을 중간에서 끊는 일입니다. 간단하게 이야기 해주세요~ 정해진 시간을 지켜 주세요~ 아무리 부탁을 해도 정해진 시간 안에 답변을 끝내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보면 맞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몰입을 하다 보면 듣는 사람들이 얼마나 지루한지 진행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곤란한지 그런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다른 후보들의 지루한 답변을 들으면서 나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다짐을 해도 막상 자기 차례가 오면 이야기가 길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든지 말든지 좀 괴롭긴 하지만 블로거들은 묵묵히 들어주는 편입니다.

그런데 한창 젊은 트위터리안들의 반응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문성근 후보가 인사말을 좀 길게 하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얼마인지 헤아려볼 생각조차 못했는데 문성근 후보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게임을 하던 여학생이 불쑥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인사말을 벌써 22분이 넘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고 계신 이야기는 동영상을 통해서 다 알고 있는 내용이거든요." 연이어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문성근 후보가 하는 이야기는 지역구와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이야기 말고 지역구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이야기 해 주세요......"

말의 내용보다는 당당하다 못해 무례하기 짝이 없는 말투를 보면서 무슨 이런 황당한 경우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연륜과 경력에 어울리게 문성근 후보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공손하게 사죄를 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는 결국은 다 지역구를 위한 것과 연결이 되어있는 것이고, 그와 상관없이 이야기가 길어져서 죄송하다며 자연스럽게 상황을 수습했습니다.

속마음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문성근 후보는 그런 젊은이들의 태도를 당당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고 하더라구요. 그 장면에서 만약 불쾌한 표정을 보였다면 젊은 트위터리안들은 문성근이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트위터에다 한방 날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또 그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파만파 퍼져나가겠지요. 그러고보면 SNS의 위력이 참 대단하기는 합니다.

문성근 후보 선거사무실 모습

사람에 따라 그런 장면을 두고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만약 그 자리가 후보와 유권자의 관계가 아니라 배우와 팬의 입장에서 만났다 하더라도 트위터리안들의 말과 행동이 그렇게 무례할 정도로 당당했을까 하는 거지요.

우리나라는 선거철만 되면 유독 자세를 낮추는 후보와 후보들에 대해서 무례해지는 유권자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그런 일그러진 모습들은 정치나 정치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부터 기인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런 기본 인식부터가 되어 있지 못합니다. 정치인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아니라 국민들 위에서 군림하는 권력으로 인식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권력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후보자들은 비굴할 정도로 굽신거립니다.  

반면에 그런 정치인들에 대해 불신과 피해의식을 가진 유권자들은 선거 기간이 되면 지나칠 정도로 냉소적이고 냉정해집니다. 후보자와 유권자들의 관계가 서로 존중해주고 존중받지 못하는 왜곡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정치나 정치인의 이미지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담소회가 끝나고 참관을 했던 블로거들의 반응은 우와~~~였습니다. 솔직하게 표현을 하자면 무례하고 시끄럽고 그래서 정신이 사나웠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렇게라도 관심을 가져주는 젊은이들이 고맙다, 저런 활동들이 젊은이들이 정치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하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아무튼 부산의 싱싱한 트위터리안 여러분 그 당당함이 부산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도록 유감없이 발휘되면 좋겠습니다. 그러고도 여전히 여당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이 된다는 불명예를 벗어던지지 못한다면 부산 사람들 정말 쪽팔리지 않을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