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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4대강 사업요? 지 무덤 파는 거지요

by 달그리메 2010. 9. 20.

지난 여름은 참으로 무더웠습니다. 더위에 지쳐서 이러다 영영 가을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매서운 겨울 끝에 매달려 봄이 오듯이 여름이 아무리 무덥기로서니 계절의 섭리 앞에서는 무기력합니다.

무더위를 핑계로 게으름을 피웠던 사진전을 더위가 수그러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시작을 자연의 섭리 어쩌구 저쩌구 해놓고 보니 사진전을 하는 의미를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세상을 지배한다고 큰소리를 치는 인간이지만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는 그저 미미한 존재일 따름입니다.

인간의 횡포를 말없이 당하고만 있어 보여도 언젠가는 모진 앙갚음을 하고 마는 것이 자연입니다. 사람들은 지금 당장 손에 잡을 수 있는 이익에만 매달여 훗날 어떤 보복을 당하게 될지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또한 자연 위에 인간이 있다고 여기는 오만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은 제 물길을 따라 흘러야 하고 물길 속에서 공존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생물만이 아니라 모래톱이나 물이나 돌멩이 같은 무생물조차도 인간이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것들 입니다. 자연 속에서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함께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지요.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강을 지켜보아야 하는 심정은 답답합니다. 강들을 지켜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는 많습니다. 낙사모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고 있습니다.

                    

                    

                                                  전시 장소가 좀 조촐해보입니다


공연장이나 행사장처럼 그럴싸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만 찾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는 진해 용원에서 전시회를 했습니다. 용원은 선술집이 떠오를 것 같은 조금은 지저분하고 작은 어촌 마을입니다. 요즘은 가을 떡전어를 먹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수협 공판장이 있어 주말이면 사람들이 붐비지만 평일이라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판을 펼치면서 조금은 폼이 나지 않는 전시회가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폼 같은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4대강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행사장보다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하는 전시회가 훨씬 더 보람이 있습니다. 모르는 것을 알게 하는 그런 보람이지요.


                      
                      


전시회를 하면서 학생들을 종종 만납니다. 그런데 용원에서 만난 학생들처럼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생각이 분명한 아이들을 본 적이 없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길래 가까이 가서 이런 저런 말을 걸었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냐고 물었더니 대한민국 국민인데 어떻게 그걸 모르냐면서 당연히 많이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던데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했더니 인터넷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반응이 그렇게 나오자 저도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는데요?" 그 물음에 대뜸 하는 말이 그랬습니다. "지 무덤파는 일이지요. 박근혜 대표도 4대강 찬성을 했다하던데요. 그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 선거에서 뽑아주면 안됩니다 "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아이들 입에서 술술 나왔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그러고 보니 학교 공부를 잘하는 게 뭐 그리 대수겠습니까마는, 아무튼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고, 자기의 생각이 분명해 보이는 학생들이었습니다.

한참을 사진을 들여다 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자리를 뜨면서 수고하시라고 인사까지 잊지 않았습니다. 의젓해 보였습니다. 학
생들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오늘 전시회는 성공적일거라는 예감이 막 들었습니다.^^

 
 
 

                                      오며가며 사진을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예감은 맞아떨어졌습니다. 어느 때보다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봤습니다. 조그마한 동네 버스 종점이긴 했지만, 버스 종점이라는 특성상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사진을 봤습니다. 낙사모 회원 모두가 한결같이 예상 외의 성과라며 뿌듯해 했습니다. 이왕하는 사진전 많이들 봐 주시니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기사분들이 일부러 차에서 내려 많이들 봐 주셨습니다



                    

         낙사모 회원 이시우 기자님이 뒤에서 낑낑대며 사진을 붙잡고 있습니다 하하^^


판넬을 들고 정자에 가서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바다 물길이나 강 물길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바다와 강은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바다가 깨끗하기 위해서는 강물이 깨끗해야 하고, 강물이 깨끗하기 위해서는 오만가지로 이어져 있는 실개천이 깨끗해야 합니다. 

그렇듯이 강을 지키는 일은 누구 한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위에서부터의 마인드가 필요하고 그것을 지키려는 개개인의 노력이 함께해야 합니다. 밑에서 아무리 애를 써서 사진전을 하고 크레인 농성을 해도 위에서 꿈쩍을 하지 않으면 강을 지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답답합니다. 그래도 할만큼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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