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딴에 이야기

생태역사기행을 마칩니다

by 달그리메 2016. 3. 16.

경남도민일보 자회사인 '해딴에'에서는 여러가지 일을 합니다. 도랑살리기도 하고, 마을만들기도 하고,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만나는 대상도 다양합니다. 그 중에 하나로 람사르환경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생태역사기행을 4년 동안 진행 했습니다. 자연과 역사를 주제로 삼아 하루 나들이를 지역민들과 함께 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다 그렇겠지만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모집하는 일이 무척이나 힘이 들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광고를 내도 신청을 하는 이가 드물었습니다. 주변 사람들 아름아름으로 사람을 모으기도 했는데 45인승 버스를 다 채우는 일이 불가능했습니다.

 

용마고 학생들과 찾은 사천 갯벌

 

장애인 학생을 무료로 데리고 가기도 하고,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경로잔치 하듯이 진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돈에 매이지 않고 정성을 다해 프로그램을 짜고 진행을 한 덕분에 입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부터는 마니아층이 형성될만큼 성황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안내 문자를 보내고 30분 만에 마감이 될만큼 생태역사기행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경상도와 전라도는 물론 충청도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곳은 물론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좋은 곳을 구석구석 다녔습니다. 해딴에와 함께하는 여행의 색깔은 "잘놀아야 잘산다" 입니다. 여느 답사나 기행과는 달리 자유분탕하게 여행을 하는 것이 우리가 정한 컨셉이었고 그런 분위기를 다들 즐겼습니다.

 

생각해보면 진땀을 뺐던 적도 많았습니다. 특히 꽃과 관련된 장소는 완전 실패였습니다. 선암사 홍매화, 무안 백련, 제암산 철쭉를 보러갔을 때는 꽃이 져버렸거나 아직 피지 않아서 사람들의 실망감을 감당하느라 진땀을 흘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거제도 지심도 배가 출발 당일 아침에 뜨지 않아 내도로 급히 일정을 바꿔야 했던 기억도 납니다.

 

담양 관방제림

 

그런데 올해는 아쉽게도 이 기행을 계속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람사르재단으로부터 받았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게 된 까닭에는 돈에 매이지 않고 지역민에게 환원한다는 마음으로 실비에 가깝게 비용을 받은 것도 있습니다. 람사르재단의 지원 덕분으로 그것이 가능했습니다.

 

오늘 아침, 그동안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사정을 알리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저에게는 이 또한 제가 처리해야 할 업무의 하나고 그런 생각으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하루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그저 홀가분하고 즐거운 일탈이겠지만 이것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할 일이 많은 게 아니었습니다.

 

장소, 식당 답사는 기본이고 신청을 받은 후 일일이 일정과 타는 장소를 안내하고 변경된 인원을 다시 보충하고 보험을 가입하는 등의 업무도 만만 찮았습니다. 돌아온 후에 지원금을 받은 만큼 만들어내야 할 서류가 산더미였습니다. 생태역사기행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아쉬움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홀가분한 마음도 그만큼 있었습니다.

 

장흥 보림사

 

그런데 문자를 보내자마자 정신없이 답 문자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고맙다~" "서운하다~" "수고했다~"는 수없이 많은 아쉬움과 격려의 말들에 순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아~어떤 마무리에도 다 그만큼의 서운함이 있는 법이구나!" 그동안 함께 하면서 고마웠던 분들, 정들었던 분들과도 이제 아쉬운 이별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을 할 때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자~ 그러나 끝날 때는 미련도 후회도 없이~ 그것이 제 소소한 인생관입니다. 그래서 생태역사기행의 마무리도 아쉽지만 홀가분하게 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함께 했던 많은 분들과 기회가 된다면 또 다시 만나뵙기를 바랍니다. 시작과 끝, 만남과 이별은 언제나 같은 선 상에 있는 일이니까요.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