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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

똑똑한 김해 사람들, 멍청한 김해 사람들

by 달그리메 2011. 4. 28.

역대 선거 중에 가장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다고 하는 재.보궐 선거가 막을 내렸습니다. 최문순 손학규 후보가 승리를 하면서 한나라당이 줄줄이 물을 먹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겉으로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사람이 있습니다. 김해 을 선거구에서 당선이 된 김태호입니다.

 김해 을 선거구가 전국적으로 많은 관심의 대상이었던 것은 김해가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이자 노무현 대통령이 묻혀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김해 밖의 사람들은 당연히 김태호가 떨어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선거 하루 전날 함께 자리를 했던 창원 사람들의 반응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선거운동 기간 내내 김해 인심은 바깥 사람들이 보는 것과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습니다. 좀 더 직접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봉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훨씬 더 구체적으로 감지했다고들 합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루머가 아니라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결과를 두고 생각을 해보면 김해 밖의 사람들은 이봉수 후보 보다는 노무현을 먼저 보고 크게 보았다면, 김해 사람들은 노무현 보다는 이봉수를 더 먼저 보고 더 크게 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제가 블로그에다 '노무현 계승 이봉수 후보 인터넷 선거 전략은 완전 꽝'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좋은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는 블로거 간담회를 거절 또시 무시하면서,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배너 광고는 물론이고 인터넷을 통한 선거 운동에 대해서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이런 무식한 선거 전략이 어딨냐는 요지였습니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견해가 다르군요' 님이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발로 뛰고 열심히 합니다.
눈물나게 감동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이 멀리서 자비로 내려와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감동을 주는데 뭔 앉아서 섭섭한 소리나 해댑니까?
이쁘게 봐줄라면 얼마든지 좋게 봐 질 것 아닙니까?

발로 뛰고 열심히 하는데 무슨 초치는 소리를 하느냐구요. 상대방은 비행기 타고 날아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혼자서 땀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뛰어가고 있으니 잔소리 하지 말라고 그럽니다. '내편'님이라는 분이 그 댓글을 보고 기분이 언짢았는지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원래 좋은 말은 귀에 거슬리게 마련이라 했는데,
쓴소리 달게 듣기부터 바로 연습하셔야겠습니다~~

그리고 노무현은 발로도 열심히 뛰었지만
인터넷의 쌍방향성에 크게 주목해 인터넷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발로 열심히 뛴다고 해도 인터넷으로 소통도 함께 잘할 수 있습니다.

저는 또 이렇게 답글을 달았습니다.

제가 염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제가 쓴 글의 핵심을 그리 왜곡하시는 분이
지금 이봉수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면
뭔가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못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걱정 말입니다.

우려는 현실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물론 이봉수 후보의 낙선에는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을 포함해서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선거전략도 한 몫을 했을 겁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의 위력을 모르거나, 인터넷의 힘을 무시했다는 것은 진보를 내세우며 젊은 층을 흡수하려 했던 국민참여당 입장에서 보자면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그에 더해 이번 선거의 결정적인 패인은 노무현을 자신의 이익에 이용하려 들었던 이봉수 후보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김해 사람들에게 반감을 주었다는 데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노무현을 팔아 먹는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으니까요. 

'김해 사람들이 노무현을 지켜주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제가 블로그에 올린 글에  달린 댓글에서 그런 정황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 '김해인'님이 단 댓글은 이랬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노무현을 지켜주고 싶은 김해사람입니다.
이봉수 후보가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이 분은 마사회에 노무현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로 취직된 분입니다.
마사회에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요.
은혜를 입고 난 뒤
이봉수 후보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선거대책위원장이었습니다.
그때 경남도민일보에 기고한 글에 부패가 무능보다 차라리 낮다며
노무현 정권은 심판받아 마땅하다고 한 후보입니다.
노무현 참여정부를 무능한 정부라 비판한 사람이
노무현 팔아먹고 있다는 걸 저는 슬프게 바라보고 있는 중이지요.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사람입니까?

김해 사람으로서 이런 분들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열매를 따먹는 꼴을 부끄러워하며 슬퍼합니다.

김해에서는 이미 이봉수의 인간됨에 등을 돌린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만약 봉하재단 사무국장인 김경수가 나왔다면 결과는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면 답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태호가 허리를 접고 무릎을 꿇은 까닭을 이봉수 후보는 몰랐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김태호의 고단수를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노무현을 등에 업고 노무현의 이름만 팔고 다녔습니다. 촌사람같은 이미지를 노무현의 서민적인 이미지에 대비시키려고만 했습니다.

걷고 있지만 날고 있다는 사실을 이봉수 의원은 몰랐을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감정적인 것에 매이지 않고 이봉수 후보의 면면을 제대로 볼 줄 알았던 김해 사람들이 참 똑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보다 더한 아쉬움이 드는 까닭이 있습니다. 그동안의 행보로 미루어 짐작건데 정치인으로 인간됨을 치자면 김태호 역시 이봉수에 더하면 더했지 뒤질 게 없는 사람입니다. 

기회 때마다 말바꾸기를 거듭하면서 때로는 노무현을 밟으며 자신의 입지를 만들어왔던 사람이 바로 김태호입니다. 2005년 신항 명칭을 두고 '진해'로 해야 한다고 떠들어 댈 때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를 비틀어 공격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챙겼습니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진주에 혁신도시를 건설하기로 결정난 상태에서 마산으로 공공 기관이 옮겨오는 것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었는데도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부득부득 우기며 마산 사람들을 선동하고 동원해 댔습니다.

2010년 8월 국무총리 후보 시절 청문회에서 이리저리 말을 바꾸다가 박연차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한 말이 언론을 통해 거짓말로 확인되면서 자진 사퇴한 것은 노무현과 무관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이의 인품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김해 사람들은 이번에 김태호에게 금뱃지를 달아 주었습니다. 

김태호 입장에서보자면 그저 감읍하고 감개무량할 따름일 것입니다. 그냥 금뱃지가 아니라 그속에 담긴 무한한 의미를 보자면 그렇습니다. 정치적 부활의 날개를 달아줌과 동시에 그의 지난 잘못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 준 금뱃지... 김해 사람들 김태호에게 금뱃지 달아주면서도 차마 손이 떨렸을 것 입니다. 만약 손조차 떨리지 않았다면 김해 사람들은 정말 멍청한 사람들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마땅합니다.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이기심과 욕심으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단일후보가 내세워지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노무현만 물먹은 꼴이 되었습니다. 이번 같은 결과를 반면교사 삼아 내년 선거에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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