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이야기

이명박 정권이 논술에 부정적인 이유는

by 달그리메 2010. 12. 6.

컴퓨터를 열었습니다. 리영희 선생님 타계 소식이 있었습니다. 또 한쪽에는 이런 뉴스도  끼여 있더군요. "앞으로 대학 논술시험 안 보는 학교에 인센티브를 준다." 무심하게 보면 두가지 뉴스는 무관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두가지 소식을 접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이 많았습니다. 마음 한편으로 참 씁쓸하다 싶었습니다.

 

제대로 말하고 제대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온 몸으로 일깨우고 떠난 리영희 선생님의 생전 모습입니다. (사진 오마이뉴스)

수능이 끝나고 대치동 일대에서 고액 논술 과외가 성행한다는 뉴스가 일제히 매스컴을 탔습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입 논술에 대한 정책을 내 놓았습니다. "대학 논술 시험을 안보는 학교에 인센티브를 준다." 참 기발한 발상입니다. 그 이유를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교육 참 대단하지요. 대한민국의 사교육 열기는 규모나 열정 면에서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밀리지 않을 거라 자부를 합니다. 이런 걸 두고 자부라는 말을 쓰는 게 좀 거시기하지만 말입니다.

원래 사교육은 공교육에서 받는 교육 말고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거나 취미나 특기를 살리기 위해 받는 수업 뭐 그 정도 의미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교육은 원 뜻과는 달리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야말로 치열한 생존전략이 되었습니다.

진정한 사교육의 주범은 무엇일까?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논술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사교육의 주범은 무엇인지 따져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 수학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영어 사교육 시장 규모는 엄청납니다. 태어나 말문이 열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부모들은 영어에 투자를 하기 시작합니다. 학교 다니는16년, 유치원을 포함해서 거의 20년 동안을 사교육에 매달리고도 끝이 나지 않습니다.
 
피땀 흘려 번 달러를 날려가면서 어학 연수를 보냅니다. 매년 늘어나는 조기유학의 내면을 들어다보면 그것도 영어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에 드는 돈이 얼마 정도인지 계산을 해보시면 아마도 어마어마 할 것입니다.


수학은 어떻습니까? 초등학교 때부터 어지간하면 수학 학원에 보냅니다. 중 고등학교 다니면서 수학과목 과외비가 장난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이 사교육비의 대부분이 영. 수 과목에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논술이 영어나 수학에 비해 필요없는 공부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가장 강조한 과목이 영어입니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를 못하면 사람 구실도 못한다고 설레발을 쳤습니다. 물론 세계화 시대에 영어를 잘하면 여러가지 편리하겠지요. 못하는 것보다야 훨씬 좋을 겁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모두 미국인처럼 영어를 잘 할 필요가 있을까요? 세계화 시대에 영어를 못하면 사람구실도 못한다는 그 말 한 마디로 말미암아 한글도 제대로 깨치지 못한 유치원 아이들까지 영어 사교육에 밀어 넣은 게 바로 이명박 정권입니다. 정권 초기에 영어 교육을 강조하면서 '오렌지' 발음을 두고 어쩌구 저쩌구 했다가 구설에 올랐던 사건을 다들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소용면으로 치자면 수학은 어떻습니까? 전공을 하거나 특정학과를 제외하고는 사회에 나오면 그닥 쓰이지 않는 게 수학입니다. 그럼에도 수험생들의 변별력을 위해서 내는 수학 문제 난이도는 거의 전문가 수준입니다.

소위 명문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수학이 당락을 좌우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사람 대접을 받으려면 명문대학을 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수학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전공을 하는 학생들도 대학을 가기 위해 수학 고액 과외를 받습니다.

언젠가 학교 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신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수학 과목 비중을 줄여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부담을 부모들에게 물질적인 부담을 줄여주겠다구요.
효용 가치면으로 볼 때 너무 소모적인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렇다면 논술은 어떤 과목일까요? 대학에서 너무 뜬구름 잡는 문제를 내는 바람에 논술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잘못 인식 된 탓도 큽니다. 그러나 논술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표현하는 공부입니다. 인간답게 살기위해서 배워야 할 가장 기본적인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공부 잘한다고 칭찬받은 아이들 세상 돌아가는 물정 정말 아무 것도 모릅니다. 남을 배려하거나 이해심같은 건 더군다나 없습니다. 참 이기적입니다. 세상의 이치를 모르니 이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그 탓을 아이들에게만 할 수도 없습니다.

사교육 부담을 줄이려면 공교육을 정상화해라


이명박 정권은 논술을 아무짝에도 쓰잘데기 없는 공부로 취급합니다. 말을 하자면 사교육 부담만 늘인다는 거지요. 사교육 부담의 주범은 바로 영어입니다. 영어 사교육 시장을 공룡화시켜 놓은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그래놓고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논술 시험을 안보는 학교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기발한 발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무리 돈의 힘이 대단하기로서니 이렇게 까지 할 까닭이 뭘까 싶은 거지요.

사교육을 줄이려면 말 그대로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논술처럼 필요한 과목을 왜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을까요? 이명박 정권 입만 열만 세계화를 부르짖습니다.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우리나라처럼 4지선다형 문제로 경쟁을 붙이는 곳은 없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사교육은 투자가 아니라 소비에 가깝습니다.

논술이 일반화 된 유럽 학교에서는 초등학생들도 우리나라 대학생들보다 훨씬 더 논술실력이 뛰어납니다. 그게 다 어릴 때부터 탄탄하게 받은 학교 공부 덕분이지요. 사교육 잘 받아서 논술 잘한다는 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교사들 그야말로 엘리트들입니다. 그 고급인력들 제대로 활용도 안하고 공교육에서는 논술이라는 과목을 아예 포기를 하고 있습니다.

논술 시험을 줄이려는 진짜 속셈은 뭘까?

다시 논술 이야기로 돌아와서 하자면 그렇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유독 논술을 싫어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표현하는 공부를 시키는 것을 두려워하는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 싶습니다. 혹시 세상 물정을 알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걸 두려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리영희 선생이 생전에 가장 개탄을 한 것이 타락한 언론이라고 하더군요. 이명박 정권이 이렇다 하면 이렇게 옮기고 저렇다 하면 저렇게 옮기는 더 나아가서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비위를 맞추는 게 지금의 언론의 모습입니다.

평생 올곧은 지식인으로 언론인으로 살다간 리영희 선생님의 타계 소식과 함께 나란히 실린 제대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공부를 막는 현 정권의 우스꽝스러운 뉴스를 보면서 그분이 살아 생전에 무엇을 염려했는지를 짐작해 봅니다. 참 답답한 현실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