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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이야기

체벌 금지법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더라

by 달그리메 2010. 11. 3.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체벌이 드디어 사라집니다. (물론 지금은 서울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체벌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체벌을 하지 못하게 되면 교육 현장이 무너질 것이다. 아니다 새로운 환경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혼란이다가 서로 팽팽하게 대립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 울학교 이티의 한 장면 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학교 이야기나 교육 문제에 대해서 주인공인 학생들을 빼고 어른들끼리 모여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인은 따로 두고 객들이 모여서 왈가왈부 하는 꼴입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과 체벌에 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체벌금지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써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이야기를 말하고 쓸 때 가장 신나 합니다. 술술술 막힘이 없이 말하고 써내려가는 것을 보면 아이들도 참 할 말이 많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생각을 털어 놓을 곳이 없다는 것도 느끼게 됩니다.

당연히 체벌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체벌이 없어지게 되면 까부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체벌을 당하게 되는 당사자가 아이들인 만큼 체벌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좋아했습니다.

체벌이 없어지면 선생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구체적인 방법을 적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을 풀어놓았습니다.

그린 마일리지 포인트 제도를 제대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외국의 경우를 들어가며 정학제도를 엄격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봉사활동을 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왔습니다. 또 학부모와 서로 연락을 해서 의논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격이 아주 포악하고 드~러운 000 선생님께 맡기면 된다는 우스운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교육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체벌 대신에 다른 규칙이 정해져야 한다는데는 아이들 역시 별 이견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 저런 내용 가운데 중학교 3학년이 쓴 한 학생의 글이 눈에 들어와 간략하게 옮겨 적어봅니다.

" 잘못된 방법인줄 알면서도 오랫동안 학교에서는 체벌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제 체벌이 없어진다고 한다. 찬성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또 다른 사람들은 걱정을 한다. 어른들뿐만이 아니라 체벌이 없어지면 말을 듣지 않은 아이들이 생겨날 것이라며 체벌이 있어야 한다고 걱정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내 생각은 그렇다. 그렇게 오랫동안 해왔던 체벌을 없애는데 하루 아침에 아무 혼란이나 문제도 없이 잘 적응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어떤 학생들은 마치 이제부터는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처럼 착각을 하고 행동을 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고 어른들은 체벌의 필요성을 더 강조할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아이들을 통제하는데 체벌이 중요하다고 당연히 생각할지도 모른다. 

다른 무엇보다도 내 생각에는 체벌을 금지하게 되면 좋은 선생님과 그렇지 않은 선생님이 확실히 구분이 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노력해야 할 사람들은 선생님들이다.

좋은 선생님들은 체벌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더 많이 애를 쓸 것이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서 모르는 척 묵인을 하거나 방치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체벌이 필요하다고 주장을 할 것이다. 체벌을 반대하는 선생님은 어쩌면 이것이 가장 두려운지도 모르겠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체벌을 금지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혼란에 대해서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체벌은 교육에 있어서 가장 원초적이고 손쉬운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체벌이 가지고 있는 교육적인 효과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체벌로 인한 폐해를 없애지 않고서는 좀 더 나은 교육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절실한 판단이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과거 학창시절은 선생님에게 맞은 기억과 많은 부분은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체벌은 오랫동안 교육의 일부처럼 당연하게 여기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처럼 학교에서 체벌이 없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장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중 3 학생의 글에서처럼 혼란과 갈등이 없을 수 없습니다. 문제가 없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가장 힘이 들 사람들은 당연히 선생님들이고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부모님들 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회를 바꾸는 가장 큰 힘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곽노현 교육감이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교육현장에서 역사적이라고 일컫을만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면 선생님들은 나서서 바꾸어내는 노력을 해야 할 것 입니다. 옳은 길이라 여기며 발을 내딛어 놓고 힘이 든다고 다시 되돌아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경남 도교육감은 지금 전교조 교사를 징계하는 일선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체벌을 없애는 길을 열어 놓았습니다. 사람의 생각이 세상을 망치기도 하고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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