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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마산에 비치로드가 있더라

by 달그리메 2010. 10. 29.
마산하면 떠오르는 것이 뭘까요? 물론 지금은 창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마산은 마산입니다. 언젠가 가수 안치환이 공연을 와서 마산하면 똥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했던 말이 저는 잊히지 않고 머리속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똥물 수준은 아닙니다. 물이 많이 맑아져 고기가 뛰놀고 갯벌도 살아나고 그렇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내고향 남쪽바다 그 푸른 물결 눈에 보이고~라고 시작하는 명곡 "가고파"라는 노래가사가 무색할 만큼 마산의 바다는 물도 물이지만 야금 야금 육지로 변해져 버렸습니다. 그 푸른 물결 위에는 아파트가 서고 공장이 서고 그렇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어디 앉아서 쉴만한 나무 그늘 하나도 아쉬운 곳이 마산입니다. 마산은 사람을 위한 배려가 없는 도시입니다. 나고 자란 곳은 아니지만 수십 년 동안 마산에 터를 잡고 살면서 마산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게 즐겁지만은 않습니다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아무튼 그러다보니 마산에 살아도 사람들은 마산에 대한 자부심이 없습니다. 자부심까지는 아니라해도 애정이 별로 없습니다. 마산을
그렇게 삭막한 곳으로 만든 사람들이 누굴까요? 다 정치하는 사람들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놈의 돈만 된다면 간도 쓸개도 다 팔아먹을 지경입니다. 사람들은 또 잘 사게 해준다고 그러면 그 말에 속아 넘어가고 그 판입니다.
마산 시장들이 들어서 마산을 아주 몹쓸 곳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수밖에 없다고 마산이 싫다고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간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마산 자랑을 하려고 글을 씁니다. 얼마 전에 지인들과 모여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 사람이 비치로드 자랑을 늘어 놓았습니다. 비치로드라 해서 저는 처음에 무슨 외국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무슨 실크로드처럼 말입니다.

이야기인즉슨 구복 콰이강 다리를 건너가면 해안을 따라 둘레길을 잘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어디 좋다는 데는 일단 가 봐야 합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어시장까지 버스를 타고 나가서 다시 구복 가는 버스로 환승을 했습니다.

콰이강 다리까지는 종종 다녀봤습니다. 마산에서는 그나마 그곳이 바다 구경하기가 괜찮기 때문입니다. 다니면서 다리말고는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별로 없어 아쉽다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그런데 해안을 따라 둘레길을 새로 만들어 놓은 것 입니다.

비치로드는 흙을 밟고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었습니다. 경사가 높지가 낮지도 않은 것이 걷기에는 편하고 좋았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중간중간 등산로가 있어서 등산을 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눈에 뜨일 뿐 붐비지는 않았습니다. 

공무원들 일 못한다고 이래저래 동네북처럼 얻어 맞는데 공무원들도 보통은 넘구나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공무원 경쟁율이 그걸 말해주지 않습니까?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요^^) 길을 걸어가면서 그런 저런 우스운 생각도 하고, 전망대에 서서 바다를 보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딱 두가지가 아쉬웠습니다. 하나는 이름입니다. 무슨 비치로드입니까? 그보다는 '바다 둘레길' 뭐 이런 게 얼마나 정감있고 좋습니까. 딱 2% 부족한 발상이지요. 그리고 또 한가지는 비치로드라면 그야말로 길을 걸으면서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어야 제 격이지요.

그런데 나무에 가려서 바다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산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듬어가는 중이어서 당연히 간벌을 해서 제대로 된 바다 둘레길을 만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우수성을 믿으니까요.

이왕 시작한 거 진짜 폼나게 하면 좋겠습니다. 이름도 좀 예쁘게 바꾸고 바다라는 특징이 살아날 수 있는 둘레길이 된다면 제주 올레길 못지않게 마산의 명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그보다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가보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서 제가 이제부터 길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즐겁게 눈구경하시고 기회가 되면 직접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길이 잘 다듬어져서 마산의 명소가 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요.
 
 

 

 

 


구복에서 내려 걸어들어가면서 보는 바다 풍경도 아주 좋습니다. 콰이강 다리를 걸어서 들어가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연륙교를 지나 저도에 걸어들어가면 바다를 따라 이런 둘레길이 나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거제도도 보이고 고성도 보이고 원전도 보이고 그렇습니다. 툭 트인 바다가 아주 아름답습니다. 마산에도 이런 좋은 곳이 있다는 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 차비 2천원이면 하루를 아주 즐겁게 보낼 수 있습니다. 여행이라는 게 꼭 많은 시간과 돈과 마음을 내야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공원이 잘 만들어진 창원시와 마산이 합쳐졌으니 삭막했던 마산에도 앞으로는 이런 좋은 곳을 많이 만들 거라 기대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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