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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딴에 이야기

장흥 물축제, 해운대는 저리가라~

by 달그리메 2014. 8. 9.

장흥 물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오만 축제를 다 다녀봤지만 장흥 물축제만큼 신나고 즐거웠던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자체마다 열고 있는 비슷비슷, 고만고만한 축제들에 식상해하는 사람들도 많은 줄 압니다. 동네잔치보다 시시한 행사를 두고 축제라는 이름을 붙여 예산만 잔뜩 낭비한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많습니다.

 

각 지자체마다 축제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행사의 한계는 무엇보다 눈으로 보는 축제에 그친다는 겁니다. 사시사철 이어지는 꽃 축제가 그렇습니다. 눈으로 보는 게 손으로 만지는 것보다 감동이 못하고 손으로 만지는 게 온 몸으로 느끼는 것보다 못한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가장 무딘 자극을 상대로 소재와 장소만 다르게 여기저기서 축제를 여니 특징도 없을뿐더러 감동도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장흥 물축제는 좀 달랐습니다. 우선 무엇보다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온 몸으로 즐길 수 있는 축제여서 그 즐거움이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그동안의 축제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는 한마디로 말하지면 제대로 된 한바탕 축제였습니다.

 

 

지역의 특색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점도 축제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잔치하면 먹는 것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축제장마다 차려놓은 음식들이 어떤가요? 국적불명 불량식품들이 어디를 가도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음식은 또 얼마나 바가지를 씌우는지요. 그 지역의 특색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축제는 거의 없습니다.

 

 

장흥 물축제의 또 다른 특징은 축제장에 국적불명의 재료로 만드는 불량 음식점이 없다는 것입니다. 축제장에서 마다 만나는 천편일률의 포장마차 군단을 만나지 않아도 됩니다. 물축제가 열리는 탐진강 옆에는 토요 시장이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장이 열리는데 축제 때는 계속 열립니다. 토요시장에 가면 장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시장을 함께 축제장으로 포함을 시킨 것 같은데 조건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 점도 있겠지만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는 행사나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면서 뛰어난 장흥 군청 관계자들의 감각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8월 2일, 물축제를 시작하는 날 장흥을 찾았습니다. 아침부터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은 물축제에 비가 오는 것도 근사하겠다며 기대에 부풀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세차게 불어대는바람은 축제장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습니다. 행사의 반은 날씨가 부조한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비바람을 피해 시장을 찾았더니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시장 사람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물축제 대신 장흥 시장의 명물인 키조개전과 한우전 한 접시를 안주 삼아 말걸리를 걸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다시 찾은 8월 7일 축제 마지막 날은 화창했습니다. 태풍으로 인해 불어난 물은 축제하기에는 더없이 좋았습니다. 봄부터 계속되던 가뭄이 그대로 이어졌다면 물이 지금처럼 풍성하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물 위에 여러가지 탈 것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궁금했던 것은 타는 배의 모양이나 종류에 따라 그 느낌이 어떻게 다를까 하는 것입니다. 느낌을 다르게 하는 것은 배의 모양일까? 아니면 물살의 흐름일까? 그 궁금함을 직접 시험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오후에 두 가지 행사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제목이 지상 최대의 물싸움입니다. 이 곳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물싸움장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싸움을 하는건지 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그 궁금증은 조금 후에 풀렸습니다.

 

 

아이들이 놀기 좋도록 이동식 물놀이장을 만들어 놨는데 아이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여름에는 물놀이 겨울에는 불놀이가 최고입니다. 그런데 탕 이름이 헛개탕 매실탕입니다. 내년에는 삼계탕 보신탕도 부탁드립니다.~~^^

 

 

물싸움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와의 싸움, 물총 싸움, 그런데 누구도 이 싸움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싸움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지상에서 가장 시원한 싸움입니다.

 

처음에는 밖에서 이 장면을 찍다가 카메라를 몸으로 감싼 채 무리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쉴새없이 뿜어져나오는 물줄기 속으로 사람들은 너나없이 몸을 던졌습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구분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신이 났습니다. 그야말로 남여노소 다함께 즐기는 축제입니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너도 나도 더위를 피해 물을 찾습니다.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찾아 떠나는 곳에는 다 물이 있습니다. 여름 휴가를 물이 없는 곳으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물가에 가서 물과 어떻게 어울리며 놀까요?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참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물과 즐기는 방법이 참 소극적입니다. 특히 어른들이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하거나 물장구를 치고 놀지만 대부분 어른들은 물에 발을 담그거나 물을 끼얹는 정도일 겁니다.

 

 

그 다음 순서는 그늘에 앉아 준비해 간 삼겹살을 불판에 얹어놓고 지글지글 굽습니다. 고기에 술 한 잔을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습니다. 계곡이든 바다든 어디를 가도 물소리 바람소리를 압도하는 것이 고기굽는 냄새입니다. 배가 부르면 그늘에 잠을 자거나 꾼이 맞으면 고스톱도 휴가철 놀이가 됩니다. 

물을 그렇게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장흥 물축제장에 가면 물과 사람이 하나가 됩니다. 소극적으로 물놀이를 하지 않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물놀이는 세상에 없을 것 같습니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일정으로 댄스 경연대회를 했는데 경연이 끝나자 마자 바로 행사를 마무리 했습니다. 사람들마다 끝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아쉬움이 그득~~ 마지막 1분의 센스가 필요했습니다.

 

 

 

물 싸움에 이어 또 하나 준비된 행사가 물고기잡이 체험입니다. 요즘은 행사장 어디를 가도 다양한 체험을 준비 해놓고 있습니다. 그것은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는 것 보다 몸으로 직접 누리는 것의 즐거움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좀 아쉬운 것은 행사장에 준비된 체험이 대부분 소극적이라는 겁니다. 부스에 마련된 체험장은 손으로 꼼지락거려서 만들어내는 것들이 많습니다. 보람이나 즐거움보다는 그야말로 프로그램화 되어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물고기잡이 체험은 좀 달랐습니다. 물싸움에 정신이 팔려 물고기잡이 체험장으로 이동을 했을 때는 표가 벌써 동이나고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밖에서 사진만 찍어야겠구나 생각을 하고 아쉬운 마음을 접었습니다.

 

사람들이 표를 내고 입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입구 쪽에서 기웃거리고 있는데 쳐 놓은 그물이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대충 가늠을 해보니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넘을까 말까 망설이다 표를 받고 있는 쪽으로 돌아보니 아무도 이 쪽으로는 신경을 쓰지 않더라구요.

 

에라 모르겠다하고 담치기를 했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행정의 허술함을 틈 타서 공짜로 체험장을 무사히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좀 깊은 곳은 허벅지 위에까지 물에 잠겼습니다. 그런데 목적은 물고기가 아니라 사진입니다. 조금만 기웃뚱했다가는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날아갈 판입니다. 그렇게 되면 재물 손실이 엄청납니다. 이리저리 다니며 사진을 대충 찍고 난 후에는 사진찍기를 접고 물놀이에만 심취했습니다. 물고기는 한 마리도 축을 내지 않았으니 손해을 보진 않았을겁니다~~^^ 

 

 

 

엄마와 아들 딸이 함께~~~

 

 

수경까지 준비하시고~~

 

 

어른들 엄청 신중하게 고기 잡으시고~~

 

 

월척이요~~~

 

 

 

 이이들도 신나고~~~~

 

 

 

한쪽에는 뱃놀이~~

 

한쪽에는 고기잡이~~

 

 

가족끼리 으샤 으샤~~~~~

 

 

 

복작 복작~~~~

시끌 시끌~~~~

 

 

 

이만한 물놀이 어디 또 있나요~~~~

 

 

 

 

해마다 휴가철이면 해운대에 백 만이 모인다 어쩐다 그러지요~

가보신 분은 알겠지만 차에 밀리고~ 사람에 치이고~

손바닥만한 파라솔 그늘에 앉아 바다만 실컷 쳐다보다 옵니다~

장흥 물축제에 오면 마음껏 물과 함께 즐기며 더위를 싹 잊을 수 있습니다.

해운대는 저리 가라입니다.

내년 휴가철에는 장흥 물놀이 축제에 꼭 한 번 와 보세요.

저도 갈아입을 옷 준비해서 꼭 찾아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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