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제, 그가 한 달간씩이나 제주도 올레길을 걷겠노라고  했을 때 솔직히 좀 의아했습니다. 올레길을 무슨 한 달씩이나  걷는다는 말인고?  마음에 드는 길 몇 코스 골라서 걸으면 될 일을, 그것도 머나먼 캐나다에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말이지...

 

그 다음, 올레길 풀코스를 걷고나서 책을 내겠다고 했을 때 띠웅~했습니다. 한창 올레길 열퐁이 거세게 불어댈 때 앞 다투어 나온 올레길 관련 만해도 차고 넘칠판에 (제주 올레에 관한 책이 30여권 정도 있음) 무슨 영화를 보겠노라고...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는 20일 만에 오뉴월 땡볕을 뚫고 기어이 올레길 26코스 425킬로미터를 완주했습니다.정을 마치고 짠 나타난 그의 몰골은 마치 전쟁터에서 막 돌아온 패잔병을 떠올리게 했다는 것이지요~~쩝쩝^^::

 

그리고 계절이 바뀌어 다시 나타난 그의 손에는 올레길 탐방기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그 책 이름이 "폭삭 속았수다"입니다. 제목을 보면서 걷다가 개고생한 이야기를 적은 건가? 싶었는데 폭삭 속았수다는 제주도 방언으로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이랍니다. 제목이 마치 스스로에게 던지는 파이팅 같기하고 아무튼 그랬습니다.

 

근사하게 자필 사인을 한 '폭삭 속았수다'를 건내주면서 은근 속보이는 PR도 곁들였습니다. 올레길 전문가(이름이 기억이 안남)가 이르기를  "제주 올레길 관련 책 중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책을 받아놓고 읽어야지 하는 마음과는 달리 이런 저런 일에 밀려 책장을 열지도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왜 책 후기를 쓰지않느냐고 독촉 카톡을 받은 후에는 마치 미루어 놓은 숙제처럼 마음 한 켠이 걸렸는데 드디어 틈을 내서 책 장을 열게 되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이 있습니다. 반대로 이 말 뜻은 별 기대가 없으면 그만큼 실망도 적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개의 여행책이 그렇듯이 솔직히 빤한 내용이 아닐까 싶은 마음으로 1코스 우도길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어~괜찮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헀습니다. 여느 여행 가이드 책처럼 가볍지만도 않았고 그렇다고 무거운 것만도 아니고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마을을 지나면서 만난 마을 사람들 이야기,그 속에 담긴 문화 역사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몇 번 걸었던 우도 올레길에서는 지나간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재미도 생겨났습니다. 해녀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는 멍게 해삼을 곁들여 소주를 마시던 지난해 우도에서 보낸 여름밤이 생각났습니다. 하얀 모래 사장에서 시작하여 연두 초록 파랑 검정으로 이어지는 하고수동 해수욕장의 풍경이 그림처럼 떠올랐습니다.

 

성산 일출봉 주변 일출을 제대로 누리면서 올레길을 걷는 방법을 자신이 걸은대로 옮겨 적은 대목에서는 꼭 그대로 한 번 따라 걸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습니다. 걸어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걸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길 안내서가 같은 책이었습니다.

 

쭉~쭉 읽어내려가는데 또 다른 의미로 시선을 잡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곱씹어 읽으며 그가 왜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올레길 전 코스를 걷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어했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2011년 9월 제주 올레와 캐나다 브루스트레일의 우정의 길 개통 행사가 열렸을 때 3백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는데 그 중에서 한국 사람이 2백명이 넘었다. 올레길이 토론토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그만큼 유명하고 많은 이들이 올래길 걷기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올레 2코스는 제주도의 브루스트레일이다. 2코스 출발점에 브루스트레일 상징물이 붙어 있으나 캐나다에서 제주올레 간세를 보았을 때의 감동 같은 것은 생겨나지 않는다."

 

단언컨대 그가 만약 한국을 떠나지 않았다면, 제주 올레길을 걷고 책을 내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올레길 걷기는 모국에 대한 울컥하는 그 무엇인가~그 무엇이 그리움이라 해도 좋고, 애국심이라 해도 좋고, 머나먼 이국땅에 삶의 터전을 만들어놓은 사람들이 느끼는 응어리 같은 것이라 해도 좋고,이도 저도 아니라해도 좋습니다. 

 

어쨌든 그런 저런 것들이 그를 올레길을 걷게 등 떠밀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절실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올레길을 걸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캐나다 브루스트레일에 걸려있는 간새에서 그가 느꼈을 울컥함을 나름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팩트가 아니라 다만 짐작이긴 하지만 왜? 라는 의문이 책을 읽으면서 글쿠나 혹은 그럴수도 있겠구나로  바뀌어가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입니다. 내가 진심이지 않고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올레길을 걸으며 작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내려놓을 수 있었고 그러면서 스스로가 치유받고 있음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올레길 화살표와 리본이 보이지 않는다. 코스를 벗어나 얼마나 걸었는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는다. 되돌아서 가는 길이 참 멀고 지루하다.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나 스스로에게 짜증이 확 밀려왔다. 길에서 벗어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세상사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를 곱씹느라 길을 놓쳤기 때문이다. 여기까지와서......그저 순하게 용서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다시 바다가 보인다"

 

책장을 열면 그런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캐나다 부르스트레일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것들을 그는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길을 걷고, 완주를 해서 얻은 정보를 전해주는 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이 책 속에는 많이 담겨 있습니다.

 

" 말 그대로 길 자체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있다해도 부분적으로 몇 코스 걷고 쓴 책 두어 권이 전부입니다. 캐나다 부루스트레일, 산티아고, 미국 애팔레치안 트레일, 일본 시코구 등 이름난 트레일들이 이름을 얻은 이면에는 그 길에 관한 종합 보고서격인 스토리텔링 책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주도 올레길에 관한 책들이 무수히 나와 있지만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많습니다.

 

독자들이 어떻게 읽어줄지는 모르나 많이 나와 있는 책 중에 한 권 더 보탤 거 였다면 올레길을 걷고 책을 낼 이유가 없었고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구별해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해주지 않아도 어쩔수 없지만..."

 

그가 올레길을 걷고 책을 낸 까닭을 제게 이야기 해 준 내용을 옮겨적은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마음으로 길을 걸었는지 그 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하나라도 제대로, 더 많이 기록하고 알려주고 싶은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어쨌든 저는 그런 마음조차 바탕에는 올레길에 대한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떨치려 올레길을 걷은 사람, 새로운 출발을 꿈꾸며 마음을 다잡기 위해 길을 걷는 사람, 올레길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사는 제주 사람, 물질을 하며 생계를 꾸리는 해녀들, 효도관광으로 길을 걷은 황혼의 부부, 낯선 사람들이 만나 길동무가 되어주는 사람 사람들..... 책 속에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삼별초의 대몽 항쟁 거점이었던 항파두리와 최영 장군이 진을 쳤다는 새별오름이야기도 나오고, 4.3사건을 공식 활자로 써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소설 '현기영'의 '순이삼촌'의 무대가 된 조천읍 북촌리 이야기도 나옵니다. 영화 지슬로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진 제주 4.3 사건 이야기와 흔적들은 올레길을 걷다보면 곳곳에서 만나고 들을 수 있습니다. 유격대 5백명을 잡겠다고 궁산간 마을들을 불태우고 초토화시키며 3만명을 죽인 이야기도 책 속에는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있는 이야기, 아름다운 풍광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는 여행을 두고 머리를 비우는 작업이 아니라 가슴을 채우는 일이라고 그러더군요. 일상을 털고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 싶어하는 욕망은 인간만이 가진 특권 같은 것입니다. 보지 못한 것, 듣지 못한 것, 알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을 여행으로 채우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 장소를 제주 올레길로 정하신 분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동무가 될 것입니다. 

 

책을 만드느라 개고생^^ 하신 성우제 작가님 폭삭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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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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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우제 2014.02.14 1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맙습니다. 폭삭 폭삭 속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