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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

김두관, 어쨌든 고이 보내드리지는 못합니다

by 달그리메 2012. 7. 10.

김두관 경남 도지사(이제는 전 도지사가 되었습니다만)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그동안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를 마음 편히 보내주어야 한다고 했고, 어떤 이들은 어찌 그리 무책임할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무수한 갑논을박을 뒤로 하고 어쨌든 그는 이제 자신의 꿈을 향해 떠났습니다.

 

보내주자는 사람도 어찌 그럴 수 있냐는 사람도 따지고 보면 다 마음 속 바탕에는 그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지지하지 않았거나,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러든지 저러든지 무심하거나 무관심하거나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두관 전 지사가 대선 출마 여부를 두고 주판알을 튕기는 동안 그의 행보를 두고 많은 이야기들이 글로 말로 쏟아졌습니다. 찬성하는 이들은 더 큰 물에서 노는 게 경남 도민이나 김두관 자신을 위해 옳다고 거들었고, 반대를 하는 이들은 미완의 출발에 대한 배신감과 염려를 함께 토로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와서 그의 선택에 대해서 새삼 옳다 그르다 한 마디를 더 보탤 까닭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이미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가 열심히 항해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이렇게 뒷북을 치듯이 글을 쓰는 것은 나름 해야 할 숙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두관 전 도지사와는 세 번의 블로거 간담회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며칠 전 대통령 출마를 위해 퇴임식을 하고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지막으로 했던 간담회가 새삼 각별하게 떠올랐습니다.

 

블로그 간담회 모습입니다

 

그 자리에서 블로거들은 대통령 출마 여부에 대해서 질문을 했습니다. 김두관 도지사의 답변은 단순 명쾌했습니다. "대통령에 출마할 생각은 있다 그러나 출마를 하더라도 차차기가 될 것이다. 지금은 경남 도정에 전념하는 것이 맞다."

 

간담회를 끝내고 별다른 이슈가 없었던 지라 블로거들이 쓴 후기글들이 참 옹색했습니다. 신변 잡기 위주의 가벼운 글들이 올라오자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블로거 한 분이 이런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김두관의 대통령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주변의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두관 도지사 역시 처음 기대와는 달리 제대로 일을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블로거들이 그런 점을 전혀 비판을 하지 않느냐?"

 

당시는 박원순이 서울 시장에 당선되고 개혁적인 행정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경남 사람들이 김두관 도지사에게 걸었던 기대가 무엇인지, 어떤 갈증을 느끼고 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 글를 두고 참석한 블로거로서 '김두관을 비판하든 칭찬하든 블로거 자유다'라는 제목으로 제가 답글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내용은 대충 이랬습니다.

 

"본인의 입으로 지금은 도정에 전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하는데 옆에서 자꾸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를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비판만이 능사는 아니다. 의 말을 믿고, 그의 인간됨을 믿고, 우리의 선택을 믿으면 된다. 비판을 해야 될 때가 있으면 그때 원없이 비판을 하면 되는 것이다."

 

제가 너무 순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의 질문이 설마 이렇게 현실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시에도 물 밑에서는 이미 그런 기류들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오로지 김두관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만 믿으려고 했던 것은 다른 정치인과는 다른 뭔가가 있다는 믿음 같은 것이 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출판기념회 모습입니다. 출판기념회가 요즘은 정치 출정식같이 되버렸습니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한결 같습니다. 지역민이나 더 나아가서 국민을 위해서라구요. 그러나 그 이면에는 결국 자신의 입지를 위함이 숨어 있다는 것에 큰 이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듯이 김두관이 도지사직을 중도에 그만두고 대통령 출마를 하게 된 과정에는 그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이해타산이 포함되어 있으리라 짐작을 합니다.

 

정치라는 게 다 그렇고 그렇지 않느냐지만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정치가 힘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그들로부터 공감을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또다른 정치적인 행보를 하면서 김두관 도지사는 그를 지지했던 다수의 경남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출마 선언을 해남 땅끝에서 하면서 맨 아래로부터 차근차근 밟아올라간다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과연 제대로 차근차근 밟아올아와서 지금 대통령에 출마를 하게 된 것일까요?

 

경남 도민들이 만들어준 도지사직은 김두관 개인에게는 많은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위와 아래를 연결해주고 나아가서는 전체를 지탱해주는 사람의 몸으로 치다면 허리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 허리의 소중함을 너무 가볍게 생각을 해버린 것 같습니다. 그것이 그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는 지금으로서는 모르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김두관은 두 가지 큰 잘못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잘못은 경남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입니다.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 것은 더할나위없이 잘못한 일이지만 도지사직을 수행했던 2년 동안의 기간 역시 기대에 미치치 못했던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경남 사람들이 만들어냈던 자긍심을 거두어 가버린 일입니다. 오랫동안 여당이 아성을 지켜오던 경남에서 야권 인사였던 그가 도지사에 당선이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까닭모를 감격에 겨워했습니다. 다른 도민들의 부러움과 축하를 받으면서 경남도민으로서 가졌던 뿌듯함과 긍지를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는 이제 더 큰 김두관이 되어서 보답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떠나면서도 차마 마음이 불편했을 겁니다. 가장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줄 수 있는 경남 사람들에게 남긴 마음의 상처는 더 큰 뜻을 위해 더 큰 세상으로 향하는 그의 발목을 시시때때로 잡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를 지지했던 한 사람으로서 고이 보내드릴 수만은 없는 심정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이 비판을 해야 할 때 원없이 비판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제가 올린 글에 대한 최소한의 숙제는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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