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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4대강 사업 반대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by 달그리메 2010. 12. 11.

어제 낙사모 마지막 사진 전시회를 함안보에서 했습니다. 마지막 사진 전시회 날 아침 우울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환경단체와 낙동강 유역 주민으로 구성된 국민 소송단이 국토 해양부 장관과 수자원공사 사장을 상대로 낸 소송이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정부가 낙동강 사업권을 회수하자 김두관 지사가 법정 투쟁을 감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봤습니다. 만약 승소를 하게 되면 낙동강이 기사회생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기대를 버리지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담당판사 문형배의 인감됨입니다. 법조인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금 그래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분 중의 한사람이 바로 문형배 판사입니다. 그런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기대를 버리지 못했습니다.

 

                               문형배 판사의 함안보 현장 검증 모습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원고 패소였습니다. 그렇다고 문형배 판사에 대해서 원망을 하거나 실망을 하는 건 아닙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도 마땅하다는 생각합니다.
이번 결과에 대해서 소송단은 당연히 항소를 결정했습니다. 국민 소송단 입장에서는 그리 간단하게 결과에 승복할 만큼 4대강 사업 반대 논리가 약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하지만 국민 소송단이 주장하는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은 정부의 4대강 사업 정당성보다 더 많고 분명합니다.
낙사모 회원들과 함안보로 향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참 허탈하다. 이명박의 불도저식 밀어부치기에는 답이 없다. 주로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런 우스개도 오고 갔습니다. 실비단님이 이명박을 두고 저렇게 말이 통하지 않는 남자하고 어떻게 같이 살까? 그러자 다른 분이 다 똑같으니까 사는 게 아니냐고 해서 한바탕 웃기는 했습니다만, 6개월 넘게 낙동강 사진전을 해온 사람들의 허탈한 웃음이 그렇게 오고 갔습니다.

                   
 

                                        말은 보라지만 댐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마지막 전시 장소인 함안보에 도착하고 나서 낙사모 회원들은 다시 한 번 억~하는 심정이었습니다. 대충 물길만 가로 막았던 지난번 모습에서 이제는 제법 댐 형식을 갖춘 보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강을 정비한다기로서니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하는 공통된 심정이 하나로 모아졌습니다. 어느 한 지역을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한 민국을 이어주는 큰 강줄기를 저런 형식으로 규격화 한다는 사실을 새삼 눈으로 확인을 한 거지요.

함안보에는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 사진을 봤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망가진 강을 배경으로 묵묵히 사진을 펼쳤습니다. 그런 마음은 지난 6개월 동안 사진전을 했던 낙사모 회원들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사진을 보는 사람은 보고 그랬습니다.


강이 있는 그대로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낙사모를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한다거나 하지 않으면 안 된다거나 하는 당위가 없었습니다. 할 수 있는만큼 하자는 마음들이 모여서 움직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낙사모가 이룩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4대강 사업은 더 급진전하고 있고 4대강 사업을 두고 벌이는 찬성과 반대 논리는 더욱 성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만약 이런 움직임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까 싶은 거지요. 가진 자들 힘있는 자들의 천국이 될 게 뻔합니다. 아무 것도 변화시키지 못했더라도 이런 작은 힘이 모이고 모이면 적어도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할 수 없다는 최소한의 견제는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합니다.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펼침막 아래에다 낙동강 사진을 전시했습니다.


함안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와 수자원공사 홍보관 근처에는 어디에도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펼침막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깃발들만 무성했습니다. 이 또한 독재의 정수를 보여주는 거라 생각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자연지킴이 상근자를 배치시켜 찾아오는 이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게 합니다. "한쪽에는 공사가 진행중인데 또 한 쪽에서 새들이 찾아와서 놀고 있지요. 자연의 힘은 정말 위대합니다." 그러면서 멀리 보이는 몇마리 새들을 볼 수 있게 망원경을 비치해 두었습니다.

공사를 하기 전에는 망원경이 없어도 수없이 많이 볼 수 있었던 새들이 이제 몇마리만 겨우 남아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돌려서 이야기를 합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 말에 또 고개를 끄덕입니다.

마지막 전시회에는 많은 분들이 동참을 했습니다. 봄밤님 이시우님 실비단님 대표님 염좌님도 함께 했습니다. 블로거와 아고라 분들이 모여서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을 저는 낙사모의 의미와 보람으로 여기고 싶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처음 예정했던대로 12월달에 낙사모 모임은 해산을 합니다. 그러나 미약한 힘이나마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시 모이겠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끝은 다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에 아쉽지만은 않습니다.

6개월 동안 낙사모 활동을 하면서 비록 세상을 바꿀 수는 없었지만 세상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기에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강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고 굽이굽이 제 스스로 만들어내는 물길을 따라 흘러가기를 바라는 작은 염원을 서운함에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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