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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이야기

학교에서 돈많은 학부모를 관리하는 이유

by 달그리메 2011. 1. 17.

얼마 전 동네 미용실에 가서 들은 이야기 입니다. 미용실은 머리를 손질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이런 저런 정보를 주고 받는 곳이기도 하지요. 제가 가는 미용실은 미리 예약을 한 손님만 받는 곳인데 솜씨가 있는 덕분인지 창원에서 내서까지 먼길을 오는 단골들도 제법 있습니다.

단골 손님 중에 한 분인 창원 아줌마가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새학기에 반 편성을 하는 기준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겨울 방학도 거의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새로운 학기가 시작이 되겠네요.

 

아이들은 제껴두고 어른들끼리 찌지고 볶는다는 것을 이 귀여운 어린이는 잘 모르겠지요.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이 되어서 이제 창원시가 되었지만 생활 수준은 지역마다 좀 차이가 있습니다. 공단이 있는 창원은 특히 교육열이 마산이나 진해에 비해서 월등히 높습니다. 사교육의 메카인 대치동에 버금갈 정도로 고액과외가 성하고 그런만큼 학교에 대한 관심이나 향학열이 인근 마산이나 진해에 비길 바가 못 될 정도입니다. 마산 아이들도 좋은 학원을 찾아 일부러 창원까지 가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요.

이야기의 요지가 대충 무엇인지 짐작이 되었지만 창원 아줌마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자못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듣고만 있었습니다. 창원 아줌마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창원에는 선생님들이 학부모들의 생활 수준이나 직업 등을 다 꿰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정도는 아이들의 생활 지도 차원에서라도 창원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예전에도 있어 왔던 일입니다. 집에 텔레비전이 있나 냉장고가 있나 그런 조사를 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의사, 변호사, 교사, 교수 등등 우리 사회에서 내로라 하는 직업을 가진 학부모를 파악하는 데 더 무게 중심이 실려버린 것 같습니다. 창원 아줌마의 이야기인즉슨
그렇게 입수한 빵빵한 학부모 리스트가 바로 새학기 반 편성을 할 때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고 그럽니다.

조건이 훌륭한 부모를 둔 아이들이 한 반에 우루루 모이게 되면 교육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일까요? 끼리끼리 모여서 황태자 클럽이라도 만들어 위화감을 조성하게 되면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 드라마를 많이 보면 그 정도의 상상력은 가능하겠지요.^^


대충 짐작을 하시겠지만 그 자료는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선생님을 위해서 사용이 된답니다. 부유한 부모를 둔 아이들이 많이 모인 반 선생님은 떨어지는 떡고물이 많으니까 싫어할 까닭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선생님의 입장에서 보면 기분이 꿀꿀할 수밖에 없는 거겠지요. 말하자면 형평성 조절을 위해서 그런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새학기 무렵에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큰 거 한 장을 봉투에 넣어 드리고는 마음에 들지 않은 아이와 한 반이 되자 자기 아이를 다른 반으로 바꿔달라고 선생님께 요구를 했습니다. 그 정도의 부탁이야 봉투를 받은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들어주었구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학교가 변하지 않는 책임을 묻자면 그 탓이 학부모도 선생님 못지 않습니다. 제 자식 친구나 담임까지도 돈으로 선택하려드는 학부모나, 돈을 받고 사사로운 이유로 아이들 반 배정을 조정하는 선생님이나 못났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런데 저는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를 굳이 규정을 하자면 갑과 을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학부모가 주니까 받는 것이 아니냐고 하면 할 말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 잘못된 것을 거절 할 줄 아는 것이 교사로서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을 하니까요. 일단 돈을 받으면 그것에 대한 대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사람이지요.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학생이 선생님의 사랑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어 훗날 선생님을 다시 찾는 그런 미담을 우리는 간혹 듣기도 하고 보기도 하고 그럽니다. 어려운 아이들을 살피고 배려하기 위해서 가정 형편을 파악하고 있으면 더없이 좋으련만 이제는 가정 환경 조사가 이상한 방향으로 쓰여지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했던 창원 아줌마가 말끝에 조만간 시간을 내서 학교에 한번 찾아가야 하는데 그럽니다. 방학이라 아이들은 학원에서 열공을 하고 있는데 조용해진 학교 안에서는 새학기를 준비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게 시끄럽습니다. 학교에서의 따뜻한 봄날은 참으로 멀고 아늑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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