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딴에 이야기

황매산 철쭉이 피었던 자리에 억새가 천지다

by 달그리메 2012. 9. 18.

합천하면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게 무엇인지요? 저마다 조금다르겠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떠오르는 건 아마도 합천 해인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합천 해인사하면 팔만대장경도 있고, 성철 스님 부도도 있고 최근에 널리 알려진 소리길도 있습니다. 그런데 합천에는 해인사에 비길 수 있을만큼 기운이나 경관이 예사롭지 않은 곳이 또 있습니다.

 

모산재, 영암사지 ,황매산이 서로 이어져 있는데 이 곳이 그렇습니다. 합천 황매산하면 사람들은 봄 철쭉을 가장 많이 떠올립니다. 철쭉이 필 무렵이면 황매산에는 꽃 반, 사람 반입니다. 봄 날 온 산을 뒤덮었던 철쭉이 진 자리에 지금은 억새가 지천입니다.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에이번에 합천 황매산으로 블로거 팸투어를 다녀왔습니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백합처럼 한 송이로 더 돋보이는 꽃도 있지만 꽃은 대부분 무리를 지어 있을 때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억새나 갈대 같은 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들풀이나 들꽃이 아름다운 건 더불어 함께 있어서 힘이 세고 아름답습니다. 참 재미있는 건 사람이나 자연이나 나이가 들면 중후한 맛은 있지만 예쁘다거나 아름답다거나 하는 것들이 덜해지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람도 아기가 예쁘고, 꽃도 막 봉오리를 열기 시작한 모습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억새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어린 억새는 뽀오얀 아기 속살처럼 여리고 부드럽습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허옇게 바래지는 억새를 보면 늙어가는 할머니의 산발한 머리를 떠올리게 돼서 마음이 심난해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겉은 세져도 속은 너긋하고 말랑말랑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겉도 세지고 속도 세지면 거들떠 보는 이가 없다고 합니다. 황매산 억새 밭에 가면 여린 잎새뿐만 아니라 그런 저런 사람살이 세상살이도 함께 들여다 볼 수가 있습니다. 산꼭대기까지 길이 나 있어 힘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황매산 억새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산에다 길을 닦는 것과 케이블카를 만드는 것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두 가지 이유를 듭니다. 길을 내거나 케이블카를 만들면 오히려 자연을 상하지 않게 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일이라고 그럽니다. 하지만 마루처럼 반질반질 잘 다듬어 놓은 길을 따라 산꼭대기를 올라가면서 흙 한 점 밟을 수 없는 길이 편할지는 모르겠지만 즐겁지는 않더라는 겁니다. 편리함 = 좋음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지루했던 무더위를 보내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서 어디로 한 번 떠나볼까 망설이시는 분들은 합천 황매산 어린 억새숲을 찾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늦가을의 풍경과는 또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틈을 낼 수 없는 분들은 제가 사진에 담아온 어린 억새들을 보면서 눈으로 실컷 구경하셔도 좋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