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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고려동과 입곡저수지에서 한나절을 즐기다

by 달그리메 2023. 4. 2.

창원과 진주 사이에 있는 함안은 접근성이 좋은 점도 있지만 두 도시의 위상에 밀려  한편으로는 존재감이 덜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알고보면 보고 즐길거리가 의외로 많아 주면에 있는 지역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고려동과 입곡저수지는 한걸음에 움직일 수 있을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입곡 저수지는 몇년 전 가을 단풍이 텔레비전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기도다. 그런만큼 사계절로 보자면 가을의 풍경이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가을이면 단풍으로 곱게 물든 저수지는 통째로 잘 그려진 한폭의 수채화가 된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입곡저수지는 한층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물위에서는 오리배를 탈 수가 있고. 그 옆으로 오토갬핑장이 조성되어  1박을 하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입곡저수지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뭐니뭐니해도 둘레길을 걷는 일이다.  

 

출렁다리가 생기면서  저수지를 따라 이어지는 둘레길을 몇 배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테크길을 따라 저수리를 한바퀴 둘러도 좋고 출렁다리를 지나 원하는 만큼 즐겨도 좋다. 적당한 나무 그늘이 주는 편안함이 휴식을 취하기에는 그만이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과 몸으로 누리는 즐거움을 이곳에서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입곡저수지 출렁다리
입곡저수지 여름풍경

입곡 저수지에서 차를 타고 5분 정도 이동을 하면 고려동이 나온다. 고려동이 있는 마을은 남쪽으로 반듯하게 자리를 잘 잡은 덕분에 귀촌 마을로 유명하다.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한 집들이 이제 큰 규모의 마을을 이루게 되었다. 고려동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새로 지은 집이 많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고려동 자미화

고려동을 찾으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이 600년 된 자미화다. 자미화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가 알고 있는 배롱나무가 자미화다. 배롱나무를 두고 부르는 이름이 많다. 나무껍질이 맨질맨질하다고 해서 미끄럼나무, 둥치를 흔들면 가지가 흔들린다고 해서 간지럼나무, 백일동안 꽃잎이 피고 지기를 계속해 백일홍이라 부르기도한다.

  

고려동의 역사는 조선시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서자 이오 등 고려 충신들이 망국의 한을 안고 터를 잡은 곳이 고려동이다. 고려인으로서  조선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지나가는 길에 흐드러지게 핀 자미화 꽃잎에 마음이 끌려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하니 특별한 인연조차도 그렇게 우연한 계기로 맺어지는 모양이다.                                    

고려동 흙담장과 자미화

돌담장 너머로  고즈늑한 한옥들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 마루에 걸터 앉으면  마음이 더없이 편안해진다. 시끄러운 세상을 등지고  살았던 그 옛날 고려 사람들도 이런 심정이었을까 싶다. 그들은 스스로 밭을 일구어 양식을 구하고 고려교를 만들어 경계를 삼았다고 한다. 애국이나 충절에 대한 정의나 의미가 많이 달라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한번쯤 새겨볼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 저런 역사 이야기가 더해지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들어가 잠시나마 그 시절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고려동이다. 7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백일홍은 늦여름까지 그 화려한 자태를 이어간다. 꽃그늘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거나 사진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참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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