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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

창원을, 경선후보들 자신을 한번 돌아봐라

by 달그리메 2012. 1. 2.

201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 해의 끝에서 돌아보면 늘 '다사다난'했던이라고 정리를 하게 되지만 올해는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정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두고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경남도민일보 갱블과 100인닷컴이 4월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창원을 지구 야권단일화를 위한 진보진영 후보 경선을 하게 될 후보들과 블로거 합동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좀 복잡하긴 합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다 알고 계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좀 헷갈릴 것 같기도 한데 이야기를 아는대로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서 있은 창원을 경선후보와의 블로거간담회 모습입니다 (사진-실비단안개)

창원을지구는 울산, 거제와 더불어 노동자들의 힘이 큰 곳입니다. 창원을은 민노당 대표 권영길 의원이 2004년 원내 진출에 성공한 이후 텃밭으로 그동안 아성을 지켜온 곳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국적으로도 관심과 상징성이 큰 지역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권영길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그 자리를 비워준다고 합니다. 한번 쥐었다 하면 걸어서 화장실 갈 힘만 있으면 내려놓지 못한다는 권력을 선뜻 내놓은 권영길 의원의 뚯이 훌륭합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인물이 나설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겠다는 의미는 높이 살만하다 싶습니다. 

지금 창원에서는 과연 누가 그 자리를 꿰차게 될지에 대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노동권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정치 지망생들에게는 그야말로 한 번쯤 도전해 봄직한 꿈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속사정을 알고보니 좀 시끄럽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4년 동안 이명박에게 질려버린 국민들의 바람은 한결같습니다. '돈있는 사람만 사람이냐, 힘없는 서민들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좀 만들어주라.' 이런 정서가 지배적인 분위기에서 정권교체는 절체절명의 지상과제가 되어버렸고 야권으로서는 새로운 기회를 잡은 셈이기도 합니다.

창원을이 야권 힘이 쎈 지역구라 해도 한나라당의 힘을 무시하지는 못합니다. 한나라당을 이기고 수성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야권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진보통합후보발굴위원회'라는 거창한 모임을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진보통합후보발굴위원회'는 판이 깨지고 경선을 하기 위한 과정에서 사단이 생겨버렸습니다. 이런저런 후보들이 우후죽순 출마를 선언했지만 최종적으로 남은 경선 후보는 세 사람입니다. 통합진보당의 손석형 후보와 진보신당의 김창근 후보 그리고 부러진 화살의 주인공 무소속의 변호사 박훈 후보입니다.

갈등의 진위는 이랬습니다. 우선 김창근 후보와 박훈 후보의 입장입니다. '손석형 후보는 원칙을 지켜라. 도의원직을 사퇴하고 출마를 하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다. 원칙이 통하지 않는 이명박 정권을 바꿔야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스스로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자신의 욕심만 앞세우느냐 정권교체가 아무리 중요해도 과정을 무시한 정권교체는 의미가 없다. 처음부터 원칙을 지켜 제대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

이에 대한 손석형 후보의 입장입니다. '당 투표의 결과다. 나는 당의 선택을 따를 뿐이다. 연대의 기본은 이해와 양보이다. 원칙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 명분이 아무리 좋고 원칙이 지켜진다 해도 이기지 않고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김두관 도지사도 겉으로는 무소속이었지만 이해와 양보를 바탕으로 야권 연대를 했기 때문에 당선이 가능했다.'  

손석형 후보 입장으로 보면 인지도 면에서나 당의 투표 결과로 보나 나서서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고, 김창근 후보 입장에서는 손석형 후보가 원칙을 무시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또 나름 밀어부쳐도 된다는 계산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말하자면 한쪽에서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또 한쪽에서는 현실적인 명분을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안경쓴 분이 박훈 후보, 가운데 김창근 후보, 그 옆에 손석형 후보의 모습입니다. (사진-실비단안개)

저는 후보들의 주장을 들으면서 두 이론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둘 다  맞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두 후보의 입장이 틀리지도 않고 맞지도 않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원인을 알고 있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아주 간단합니다. 원칙을 지키면서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으면 되는 것 입니다. 

그럼에도 그 뻔한 방법을 찾지 못하거나 찾지 않은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하는 거지요. 정권교체니 서민을 위하고 노동자를 위하겠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진심 속에 그들만의 사심이 잔뜩 담겨 있다는 느낌을 저는 많이 받았습니다. 내 생각이 옳고 상대방이 틀리지 않았냐고 아무리 고래고래 소리를 쳐도 바라보는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원래 생겨 먹기를 잘못된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타인에게로 먼저 쏠리게끔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절반의 책임은 나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주장이 절대라는 믿음이 클수록 문제 해결의 길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갑니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지금과 같이 개판인 것은 이런 문제를 제대로 보지 않으려 하거나 보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사리사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만이 옳고 모든 원인을 스스로보다는 상대에만 찾으려하고 자신만이 문제를 해결을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대한민국 정치인들에게 팽배한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국민을 위하고 대의를 따른다는 정의 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번 간담회에서 자신의 입장과 명분만을 거듭 강조하면서 문제를 상대에게 돌리고 상대에게서만 원인을 찾으려는 모습 속에서 겉으로는 진보를 내세우고 정의를 내세우지만 결코 기존 정치판과 다르지 않은, 기존 정치판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보았습니다.

죽어봐야 저승을 안다고 하지만, 지금의 진흙탕 싸움에서 허우적거리다 한나라당에 지고 나면 모든 게 끝입니다. 그 책임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정권교체를 원하고 서민들이 노동자들이 잘 살기를 원한다면 지금의 자신을 진심으로 한 번 돌아보는 것이 가장 우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로거 간담회를 하면서 느낀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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