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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

창원시 후보들이 다들 미쳤나 봅니다

by 달그리메 2012. 4. 9.

사슴이 거울을 보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괄호 안에 들어갈 단어를 적어 넣어라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슴이 () () () 봅니다." 정답은 "사슴이 (거)(울)(을) 봅니다" 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아이가 정답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슴이 (미)(쳤)(나) 봅니다. 거울을 보는 사슴이 아이 눈에는 미친 사슴으로 보였던 모양입니다. 물론 웃자고 낸 문제였을 겁니다.

요즘 창원시 청사 유치를 두고 후보들이 하고 있는 행태를 보면 딱 이 답이 생각이 납니다. 후보들이 다들 (미)(쳤)(나) 봅니다. 청사를 꼭 창원에 유치하겠다는 결의의 뜻으로 통합진보당 손석형 문성현 후보가 의기투합해서 삼보일배를 했습니다. 정말 유권자들의 수준을 물로 보는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문성현 후보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갑수는 이런 식의 지역주의가 싫다며 선대본부장 자리를 사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어제 마산시내에 나갔더니 곳곳에 내걸려 있는 선거 홍보 현수막이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시 청사 마산 유치" 후보들이 뒤늦게 완전 쌩쑈를 하고 나섰습니다. 이쯤되면 아무리 정치라는 게 그렇고 그렇다지만 그 속내가 바닥까지 훤하게 들여다보입니다. 안홍준 이주영 후보, 문성현 손석형 창원 후보가 삼보일배까지 한 마당에 마산 시민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겁니다. 창원 후보들은 시 청사를 사수하기 위해서 삼보일배까지 하는데 당신들은 뭐 하냐?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의 갈등에 한 몫을 했던 본인들의 진심은 이 난장판 싸움에 절대로 안 끼여들고 싶을 겁니다. 공약을 했다가 당선이라도 되면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할 테니까요. 그래도 한 표라도 더 얻어서 당선이 되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급기야 뒷 북을 치기 시작합니다. 우리도 " 창원시 청사 마산에 꼭 유치하겠다." 그런데 1년 반 동안이나 이 문제에 대해서 침묵에 침묵을 거듭했던 그동안의 행보를 통해서 미루어 짐작을 해보자면 지금 이들의 진짜 속내는 아마도 이럴 것 같습니다. "안 되면 말고~~~"

청사 하나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따라 주변의 사람들이 누리거나 피해를 입는 경제문제가 엄청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근데 어느 지역에 청사가 들어서든 그 지역 사람들이 골고루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저는 지금 내서에 살고 있는데 마산에 청사가 들어온다 해서 개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이익이나 혜택이 무엇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청사 유치는 결국 경제적인 이해 관계와 맞물려 있습니다. 지금 청사 유치에 목을 매는 사람들을 보자면 적어도 기본적으로 최하층의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청사가 들어서야 지역민들의 삶이 더 나아진다는 논리는 가진 자들의 주장에 더 많은 힘이 실려 있습니다.

대다수 시민들을 위한 일이라면 청사 유치 대신에 차라리 교육이나 생활 환경 개선, 문화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일입니다. 내서에 영화관이 하나 들어서는 게 마산에 시 청사 유치하는 것보다 저는 개인적으로 훨씬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시 청사 유치에 목숨을 거는 것은 좀 더 많은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표를 얻고 싶어하는 후보들의 욕망이 수요과 공급의 원칙에 의해 지금과 같은 기현상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통합 당시 마산에 청사를 짓겠다는 약속의 문제와는 별개로 이익도 손해도 없는 입장에서 보자면 마산 '회원' 후보 블로거 간담회에서 나왔던 창원시 청사 문제에 관한 질문 중에서 진보신당 송정문 후보의 답변에 저는 무척 공감을 했고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문제가 선거 막바지에 화두로 떠오르면서 새삼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송정문 후보의 답변을 정리해보면 이랬습니다.

"창원시 청사를 지금의 합포구청, 옛 마산 시청을 리모델링을 해서 하고 모든 구청을 센터 개념으로 운영을 하면 된다. 시청은 구청을 관할하는 구조로 만들고 시청 업무를 구청에다 분할하면 된다. 모든 업무를 시청에서 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애초에 마산에다 시청사를 두겠다는 약속도 지키고 모든 시민들에게도 골고루 혜택이 갈 것이다. 회원구처럼 구청이 없거나 작은 곳은 짓거나 리모델링을 하면 된다"

저는 이 답변에 쌍수를 들고 환영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시청을 한 곳에다 크게 지으면 부근에 사는 사람들이야 여러모로 혜택도 보고 편하겠지만 반대로 시청과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일수록 피해를 보거나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앞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시 청사를 유치해서 덕을 보는 사람들은 주변 상인들과 땅을 가진 사람들일 것 입니다.

어느 한 쪽에서 크게 이익을 보면 다른 쪽에서는 그만큼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입니다. 그런데 시청을 구심점으로 하고 구청을 센터 형식으로 운영한다면 형평성 문제에서도 더 없이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수도권과 지역을 보더라도 한 쪽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생기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시 청사 문제 역시 정치 논리나 지역주의에 얽매이지 말고 큰 틀에서 이러한 점을 충분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후보들이 내세우는 시 청사 유치 같은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유치한 공약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지역 발전이 중요하지만 후보들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동과 무책임한 공약에 대해서만큼은 유권자들이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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