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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진주의료원, 홍준표지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by 달그리메 2013. 4. 10.

 

지난 주 블로거 간담회를 위해 경남 도청 앞에 갔을 때 도청 정문 앞에는 두 군데의 갬프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진주의료원 노조에서 설치한 것이었고, 그에 비해 규모가 더 큰 갬프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반대하는 도의원들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진주의료원을 지키기 위한 목적은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색깔이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한 쪽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또 다른 한 쪽은 개인적인 권익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지금 진주의료원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 입니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반대하면서도 한편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의료원에다 도민들이 낸 아까운 세금을 무작정 쏟아붓는 게 맞냐,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 병원 관계자들은 무엇을 했느냐, 공공 의료 기관이라는 특성에 기대어 누리기만 했지 안일하게 운영한 것이 아니냐" 라는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의외로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생각은  돈 없고 몸이 성치 않은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드나들 수 있는 제대로 된 공공 의료기관의 필요성입니다. 사람들은 주어진 삶을 살아내기 위해 끝임없이 돈을 벌어야 합니다.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하고, 자식들 교육비며 이런 저런 비용으로 지출되는 돈이 엄청납니다. 그런데 들어가는 돈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부담을 가지는 것이 주택 구입비며 교육비 그리고 의료비일 것 입니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평생 부금을 넣고 아이들 사교육에 쏟아붓다보면 노후 준비는 꿈도 꾸지 못합니다. 그러다 큰 병이라도 걸리면 아둥바둥 장만한 집을 팔아야 하는 것이 서민들의 현실입니다. 주택 문제와 교육 문제 그리고 의료비 부담이 줄어 든다면 우리의 삶이 지금처럼 이렇게 팍팍할까? 그런 생각을 종종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년 자살률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의료원이 우리가 희망하고 기대하는 의료 써비스를 제공해 주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진주의료원이 사라지는 것에 기를 쓰고 반대 하는 까닭은 돈을 벌기 위해 환자들을 상대로 이것 저것 과잉 진료를 하지 않고, 돈 없고 오갈데 없는 사람을 무작정 거리로 내몰지 않는 그마나 공공 의료기관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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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도지사가 내세우는 페업 논리는 이렇습니다. "적자 운영으로 세금이 줄줄 세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고 자신의 권익만 지키려는 강성 귀족 노조들의 행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그러니까 더 이상 운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강성 귀족 노조라는 도지사의 표현이 옳든 옳지 않든, 내세우는 논리가 맞든 맞지 않든,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도지사가 내세우는 논리가 아주 틀렸다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도민들 역시 자신이 낸 세금이 아깝게 세는 것을 누구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진주의료원 페업을 반대하는 까닭을 홍준표 지사는 들여다 봐야 합니다. 의료원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공공 의료 써비스의 지향점에 그래도 손톱만큼이나마 가깝게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의료 써비스의 목표를 의료원이라는 공공 의료 기관을 통해 이룩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지금 진주의료원 폐업에 동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나를 없애는 것보다 새로운 하나를 만들어내는 일이 백배 어렵습니다. 돈의 논리로 진주의료원이 폐업이 된다면 이런 경우가 앞으로 다른 의료원에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지금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는 다만 진주의료원의 문제로만 국한 될 수 없는 대한민국 공공 의료기관이 나아가야하는 방향과 연관되어지는 문제라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도지사는 적자 투성이인 진주의료원을 요양원으로 바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노년 인구 증가율이 큰 현실에서 보자면 당연히 돈이 되겠지요. 그런데 진주의료원이 요양원으로 바뀌면 수 많은 요양원 중에 요양원 하나가 더 늘겠지만 하나 밖에 없는 공공 의료기관이 진주에서는 사라지게 됩니다. 드러나는 가치에 목을 매고 살아가는 게 너무 많긴 하지만. 공공 의료기관 조차 그런 논리에 의해 존폐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진주 의료원 직원들이 도민들로부터 듣는 비난 중의 하나가 신의 직장입니다. 그동안 안일하게 일해서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았냐는 것이지요. 그런데 홍준표 지사가 내세우는 강성 귀족 노조 타도라는 대목을 떠올리며 찾은 농성장에서 진주의료원 관계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전혀 의외였습니다.

 

 "밖에서 어떤 소리를 하는 지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7개월 반 치 월급이 체불되어 직원들의 대부분이 카드 대출을 받아 생활비에 충당하고 있다. 일부는 밤에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그냥 그만 두면 될 일이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도 억울하다"

 

 

의료원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병원장과 직원들의 주인의식이라고 합니다. 어려운 사정을 백 번 이해한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에서 그들이 책임에서 완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람들이 진주의료원 폐업을 반대하는 것은 노조원들의 입장을 이해해서라기 보다 의료원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에 생각을 같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지금 도지사와 진주의료원 노조원들과 날을 세우며 존폐 의부를 두고 싸우는 것은 공공 의료기관을 희망하는 대다수 서민들에 대한 태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칼자루를 쥐고 있는 도지사에게 더 많은 책임을 묻는 것은 도지사가 이런 중대한 문제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정치적인 이해 관계나 개인의 감정을 떠나 가장 먼저 도민을 생각하는 위민의 태도와, 큰 틀에서 어떻게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가에 대한 혜안과 방향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홍준표 도지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도민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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