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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

지방의원 해외연수, 내밀한 이야기는 할 수 없다?

by 달그리메 2011. 8. 30.

사람들은 누구나 고정관념이나 선입견 같은 걸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달라지기도 했고, 실제로 아주 열심히 일하는 지방의원들도 있지만, 여전히 지방의원들은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런 선입견이 작용을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지방의원의 해외연수를 두고는 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25일 저녁 마산역 앞에 있는 아리랑 호텔에서 경남도민일보 주관으로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이라는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일조를 했던 것도 언론보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폭우에 지방의원들 해외연수라니... " 뭐 그런 식의 자극적인 제목을 걸어놓고 기사를 쓰게 되면 사람들은 또 일제히 어째 그럴 수 있냐며 의원들을 비난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번에 언론이 직접 나서서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마련했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의미있는 일이라는 평이었습니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조금씩은 있었지만 지금 이대로의 해외연수는 문제가 있다는 것에는 다들 의견을 같이 하는 분위였습니다. 

 
사진 - 경남 도민일보


지방의원 해외연수 무엇이 문제인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생각할까? 그런 물음으로 실마리를 풀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의외로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서두에서 이야기했듯이 지방의원에 대한 선입견일 수도 있겠지만 "평소 별로 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피 같은 세금으로 해외 관광이나 다니고..." 아무래도 이런 정서가 불만의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좀 그렇습니다. 평소에 열심히 하고 잘하는 사람은 그냥 무조건 믿어주게 됩니다. 그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윤기님이 개인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만약 김해연 의원이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으냐? 가서 놀고 와도 놀만해서 놀았겠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들으면서 저도 그 말에 십분 공감이 되더라구요. 문제는 평소에도 열심히 하지 않는데 밖에 나가서는 얼마나 제대로 할까 그런 불신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해외연수에 대한 의원들의 마음가짐입니다. 어떤 일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은 사람의 마음을 따를 게 없습니다. 마음을 내는 것 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해외연수가 알차고 보람있는 것이 되느냐 마느냐는 결국 해외연수를 떠나는 의원들의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습니다.

20년 동안 반복되어 온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가 으례히 한 번쯤 바람쐬러 나가는 관광 정도로 본인들 스스로 그런 타성에 젖어 있다면,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별반 달라질 게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다, 전문기관이 없다, 사전 준비가 부족하다 등등의 원인 분석을 아무리 해도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구요.

지방의원 해외연수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러 안 중에서 해외연수를 의원들끼리만 가지 말고 공무원이나 시민단체 혹은 시민 공모를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가는 방법이 저는 무척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받은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사람 이상 없습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모르는 정보를 주고 받을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이 모여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같은 집단끼리 갔을 때 생기는 안일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적당하게 견제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에 가서 보고 배운 것들을 벤치마킹해서 실제로 도민들이나 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해마다 연수를 다녀와도 열심히 보고 배워 왔다고는 하지만 아무 것도 적용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해외연수를 통해서 얻어 온 것들이 실제 도정 시정에 어떻게 반영이 되었나를 돌아보는 반성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결과물이 많으면 해외연수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나 불만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을테니까요.


해외연수, 즐기면서 배우는 것도 능력이다.

그날 토론회 장에서 해외연수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180만원이라는 지금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제대로 된 연수를 하기가 힘들다. 해외연수를 담당하는 전문기관이 없다보니 여행사에 맡기게 되고 자연히 전문성이 떨어진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교육이 필요하고, 연수를 하고 제출하는 보고서도 지금처럼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공동으로 작성을 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그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솔직히 그렇게 팍팍하게 일정을 잡고 열심히 일만 해야 한다면 해외연수 같은 건  안가고 싶겠다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하고는 생각이 다른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람은 놀면서도 배우고 일하면서도 배우고 실수를 하면서도 배웁니다. 꼭 열심히 공부를 해야만 좋은 배움을 얻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죽자 살자 공부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죽자 살자 공부만 한다고 해서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구요.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것입니다. 즐겁고 행복해야 이룩하는 보람과 얻는 성과도 자연히 많아집니다. 지방의원 해외연수가 의원들 본인에게도 보람있고 즐거운 경험이 되고 그렇게 얻은 결과물이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가장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만요.

의원들 스스로 반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날 무척 대조를 이루었던 두 의원의 모습에서 지방의원의 해외연수에 대한 현주소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해외연수 지금 이대로는 문제가 있다며 시종일관 강경한 발언을 했던 석영철 의원은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해외연수를 다녀온 의원들이 왜 내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물음은 지방의원의 해외연수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들렸습니다.

반면에 전체 예산 중에 겨우 0.001% 정도밖에 돈이 안 드는데 그것으로 뭐 대단한 것을 얻어올 수 있겠느냐 해외연수를 두고 사람들이 너무 팍팍하게 구는 게 아니냐며 해외연수를 가는 사람과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이 너무 다른 것 같다는 답변을 한 의원도 있었습니다. 

좋은 쪽으로 노력해보자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를 하는 자리에서 모 의원이 날린 뜬금없는 이 한 방은 참석했던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의원 스스로가 그렇게 두루뭉실하게 넘어갈 일은 아닌데 말입니다.

잘못된 관행을 제대로 바꾸어내는 일은 하루 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래 시간 조금씩 조금씩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공감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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