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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딴에 이야기

여름날 하루를 이렇게 놀았습니다

by 달그리메 2013. 7. 22.

여름에는 뭐니뭐니해도 시원한 물이 최고입니다. 그래서 경남도민일보 '해딴에'에서 마련한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7월 추억 만들기 여행 주제는 망설임없이 물로 잡았습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좋은 계곡이 많지만 관룡사가 있는 창녕 옥천 계곡을 선택한 데는 나름 까닭이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대부분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 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들도 반복이 되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 버립니다. 우리가 늘 꿈꾸는 성공이나 행복도 실패나 불행을 통해서 알게되는 것이지 그 자체만으로는 그것의 가치나 보람을 깨우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물놀이를 하면 물의 시원함을 많이 느낄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즐거움도 그만큼 덜 느낄 수 있을거구요. 그래서 보람있게 땀을 흘리고 나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옥천계곡은 그런 장소로 안성맞춤입니다. 관룡사 절 공부를 하고 용선대에 올라가 땀을 흠뻑 흘리고 물에 들어가는 거지요.

 

관룡사는 규모가 크지 않은데 비해 나름 역사와 운치를 지니고 있는 절입니다. 아이들에게 종종 하는 이야기지만, 절은 다만 종교적인 의미만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니라 옛 선인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절은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하루 일정은 관룡사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것으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미션은 총 다섯가지를 주었습니다. 하나~ 오늘 우리가 찾아온 절 이름이 무엇인가요? (너무 쉬운가요? 그래도 아이들은 자신이 찾아온 절 이름을 잘 모릅니다) 둘~ 관룡사에 있는 가분수 전각을 찾아 이름 알아오기, 셋~ 웃고 있는 괴수를 찾아 등에 지고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오기. 넷~ 대웅전에 있는 부처님의 이름 알아오기(부처님 이름이 제각각 다릅니다) 다섯~ 한 때는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았다는 절의 규모를 알 수 있는 물건을 찾아 이름 알아오기

 

이렇게 미션을 주는 까닭은 그냥 설명을 하는 것보다 직접 찾아다니며 본 것들은 오래 각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 몸으로 경험한 것들이 훨씬 힘이 센 법이니까요. 아이들은 아마도 관룡사에서 자신들이 찾아나섰던 것들에 대해 오래 기억을 하게 될 것입니다.

 

 

 

체험학습을 통해 공동체의식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싶어 팀을 만들어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때와는 달리 도시락을 싸오지 않고 점심을 직접 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3팀으로 나누어서 움직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팀을 나누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각자의 이해관계과 얽히고 설켜 팀을 나누는 것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물론 강제로 팀을 정해주어도 되겠지만 아이들의 기분이나 입장을 무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각자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 결과 남자팀 여자팀 이렇게 두 팀으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몇 사람의 마음을 맞추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데 앞으로 살아내야 할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이 아이들이 지금은 알 까닭이 없겠지요~~^^::

 

 

남자 팀이 열심히 미션 수행 중입니다. 비슷한 또래끼리 움직일 때 얻게 되는 장점도 있지만 연령층이 각각 다른 아이들끼리 팀을 만들어도 그만큼의 보람이 있습니다. 서로 챙겨주면서 배우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서는 왕따 같은 건 없습니다.

 

 

여자팀들도 중학생 언니를 중심으로 아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랄 때는 돈을 주고 물을 사 먹는 시절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세상에 흔하고 흔한 게 물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물을 사 먹는 것이 당연합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물이냐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좋은 물을 마시기 위해 집집마다 정수기가 있기도 하구요.

 

제가 예전에 어떤 분에게 지금 우리고 마시고 있는 물 중에서 가장 좋은 물이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들었던 답이 절에서 먹는 물이었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깨꿋한 물~ 아이들이 절에서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실컷 마셨습니다.

 

 

관룡사에서 용선대까지는 680m 정도 됩니다. 물론 사람들이 다니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다듬어진 길이기는 하지만 무더위에 만만찮은 거리입니다. 이 길을 아이들과 함께 올랐습니다. 무엇보다 관룡사의 백미는 용선대이기 때문에 관룡사에 와서 용선대를 오르지 않으면 제대로 구경을 했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것도 있지만 물놀이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나름 의미있는 땀을 흘려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땀을 흘리고 난 후의 물놀이는 그만큼 느끼는 시원함이나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을테니까요. 용선대 산행에는 일석이조의 뜻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된 형윤이, 한이. 소희 같은 또래 셋 친구들입니다. 처음 합류를 한 형윤이는 이런 분위기가 낯설었을텐데도 잘 따라 주었습니다. 최고의 귀차니스트 한이는 체험학습을 하면서 '한이가 달라졌어요' 그런 경우입니다. 처음에는 뭐든 힘들다 싫다 그랬는데 지금은 반대로 뭐든 씩씩하게 잘 합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앉아있는 소희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입니다. 차를 타고 오면서 멀미를 해서 걱정을 했는데 아주 적극적이었습니다. 땀을 흘려야 물놀이가 시원하다며 다부지게 산을 올랐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와~~ 놀랐습니다. 세 친구들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예쁘게 꾸며 봤습니다.

 

 

몸이 빠른 친구들이 벌써 용선대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태현이, 시현이, 재희, 원규입니다. 이 친구들은 무엇을 해도 몸이 빠르고 적극적입니다. 아마 세상을 열심히 잘 살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처님이 앉아있는 자리보다 더 좋은 곳은 부처님이 바라보고 있는 세상입니다. 탁 트인 세상을 아이들은 마음껏 내려다 봤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용선대를 내려와 관룡사를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오늘의 하일라이트 점심 만들기입니다. 볶음밥으로 점심을 만들어 먹기로 하고 약간 갈등을 했습니다. 어느 정도 재료를 다듬어서 갈까? 아니면 아이들에게 통째로 맡길까? 결론은 아이들을 믿기로 했습니다. 믿음은 옳았습니다. 조금은 어설프고 불편한 구석이 있었음에도 토닥토닥 다듬고 썰기를 돌아가면서 잘도 했습니다.

 

 

아이들 숫자만큼 도구를 다 준비해갈 수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애초부터 만들기에는 관심이 없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뒹굴뒹굴 거리는 친구들~~

 

 

토닥토닥 썰고~

지글지글 볶고~

재료를 모아 모아 요리저리 섞고~~~

소금으로 간을 하고~~~

 

 

드디어 완성된 밥을 각자 알아서 먹을만큼 퍼서 담가갑니다.

기대만발~~~!!!

 

 

과연 밥 맛은 어떘을까요?

집에 돌아간 아이들이 엄마에게 이야기를 해서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날 밥 맛은 한마디로 "엄마가 해준 볶음밥보다 더 맛있다" 였습니다~~!! 

대성공입니다. 준비를 해서 바리바리 싸들고 가느라 했던 고생들이 한꺼번에 날아가버렸습니다.

 

 

땀도 흘렸겠다~

배도 채웠겠다~

이제부터 제대로 물놀이 시작입니다~~

 

 

뭐니뭐니해도 배부른 게 최고입니다. 물놀이를 하다 먹는 컵라면 하나~ 비록 불량식품이긴 하지만 컵라면 하나가 아이들에게 주는 즐거움과 위안이라니, 사는 거 뭐 별 게 있나요~~^^

 

 

물놀이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게임을 했습니다. 남자와 여자팀으로 나누어 진행을 합니다. 네모 칸에 숫자을 적어놓고 각각 세번씩 던져 숫자가 높은 팀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이게 만만치 않습니다. 마음은 훤한데 던지는 동전이 종이 위에 잘 올라 앉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새롭게 배우는 것들이 많습니다. 잘 노는 친구들이 적극적이고 에너지가 많습니다. 에너지는 살아가는데 힘이 됩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를 하는 만큼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하는 공부는 잘 하면서 잘 놀 줄을 모른다고 합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부모님께 아이들이 많이 고마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잘 놀아야 잘 산다~~함께 떠난 친구들 화이팅입니다~~!!!" 이번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를 합니다. 8월 여행은 남해로 갈 예정입니다. 추억만들기 여행에 함께 떠날 친구들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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