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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버스 타고 지역 열배 즐기기 원동마을 가봤더니~

by 달그리메 2011. 3. 28.

낮에 동네 식당에 가보면 아저씨들보다는 아줌마들 손님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런 저런 친분관계로 맺어진 아줌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두고 우스개 소리로 지역 경제는 아줌마들이 다 살린다고도 하고 그러지요.

아줌마들이 자리 깔고 앉으면 남편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시댁 이야기, 이웃 이야기 그러다 시들해지면 한창 인기있는 드라마 이야기도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수다 거리가 되곤 합니다. 그게 다 살아가는 모습이겠지만요.

그렇다고 아줌마들이 모이면 다 그런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책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10년 넘게 하고 있는 모임도 있습니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정치 이야기, 교육 이야기, 먹고 사는 이야기도 하고 그럽니다. 글은 가뭄에 콩나듯이 쓰면서 모임 이름을 좀 있어 보이게 글쓰기 모임이라고 부릅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글쓰기 모임 아줌마들 끼리 해마다 꽃놀이를 다녀오곤 합니다. 올해는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 도민일보에서 하는 '시내버스 타고 지역 열배 즐기기'를 따라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자가용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시내버스 타고 지역 열배 즐기기' 이런 기사에 별로 시선이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역 신문이 그런 좋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라며 적극 활용해보자고 했습니다.
 

                      

 

     낙동강변을 따라 기찻길이 보이고 그 옆으로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매화 축제하면 섬진강변이 유명합니다. 섬진강으로 가볼까 생각을 하던 중에 때마침 매주 한번씩 연재를 하고 있는 '시내버스 타고 지역 열배 즐기기'에서 시기에 맞추어 양산 원동 매화마을을 소개했습니다.

내서에서 기차를 타고 원동마을 까지 5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놀라운 정보가 함께 실려 있었습니다. 장소 헌팅은 물론이고 버스 노선 안내를 착하게 해주는 것은 다른 여느 여행 관련 기사와는 차별화되는 점으로 무엇보다 자동차 없이 여행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무척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사진속에 있는 매화가 향기를 막 내뿜을 것만 같습니다.


기사에서 안내한 대로 중리역에서 모여 8시 21분 출발 경전선을 탔습니다. '버스 타고 지역 열배 즐기기'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꼭 버스를 타야 할 까닭이 없지 않냐는 설명은 기차를 타고 보니 정말 맞는 것 같았습니다.

중리에서 양산 원동마을까지 버스를 타고 간다면 얼마나 걸릴까 시간을 계산해봤습니다. 합성동 시외 터미널까지 30분 정도, 마산 시외 터미널에서 양산까지 소요시간 1시간 정도, 양산 시외 터미널에서 다시 원동마을까지 시내버스로 50분 정도, 거기에다 기다리는 시간을 합치면 3시간이 훨씬 넘게 걸립니다.
 
그런 거리를 기차로 단 50분만에 갈 수 있다는 것에 아줌마들의 거의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차비도 달랑 3천원이면 족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20분 후에 도착한 곳이 창원 중앙역이었는데 그곳은 창원대학이 있는 곳입니다. 

내서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창원대학까지 가려면 1시간 정도는 걸립니다. 그런 거리를 20분만에 갈 수 있다니 통학을 하는 학생들이 이용을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며 이렇게 직접 타보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거라며 아줌마들은 이구동성 입을 모았습니다.

그러면서 기차와 버스를 연결해서 환승할 수 있는 노선을 만들어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고 경제적이겠다고 했습니다.

                      

                        

                        

                          매화와 강이 한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습니다. 
                          멀리 기차가 지나갑니다...


9시 10분, 원동 마을에 도착을 했습니다. 원동역사는 낙동강변에 그림처럼 서 있었습니다. 강이 주는 넉넉함은 언제 어디에서든 한결 같습니다. 맞은편 강에서는 열심히 4대강 사업이 진행중이었습니다. 그러든지 말든지 일주일 전 신문에서 본 것과는 달리 세상은 온통 매화 천지였습니다.


기차 시간에 맞추어 해마다 매화 축제가 열리는 영포 내포 마을로 가는 마을 버스를 안내했지만, 시간을 대충 어림짐작해보니 1시 36분 발 기차를 타고 다시 내서로 돌아가려면 너무 빠듯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알려져서 일부러 소개를 하지 않았다는 순매원 쪽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살다보면 적당하게 융통성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요. 순매원은 원동역에서 걸어가도 20분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순매원 매화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때보다 그 속으로 들어가보니 훨씬 웅장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렇게 큰 매화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꽃그늘 속에서 달콤한 향기에 취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다란 매화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원동마을은 자동차로 여러번 다녀와 본 곳입니다. 생각해보면 자동차 안에 앉아 지나가면서 본 매화는 마치 옥수수 뻥튀기를 막 흩뿌려놓은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향기도 맡아보고 꽃잎도 만져보니 그 느낌이 자동차 안에서 바라보았던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땅을 밟아보지 않고 그냥 지나온 곳을 두고 여행을 했다고 하지 마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새삼 실감을 했다고 해야 하나요^^

그러고 보니 '
시내버스 타고 지역 열배 즐기기'를 읽기만 하고 그냥 무심하게 신문을 덮어버렸다면 버스를 타고 하는 여행, 걸어서 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몸으로 느끼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원동 마을은 지금 온통 매화 천지입니다.


풍경이 그럴싸해보이는 식당을 찾아들어가서 파전과 막걸리를 시켜놓고 느긋하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소개된 곳을 따라 여행을 해봐도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집집마다 자가용 한 두대씩 정도는 있는 요즘, 일부러 버스를 타고 불편하게 여행을 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월하고 편한 경험은 쉽게 잊혀지지만 힘들고 불편하고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이 쌓여서 언젠가는 자신을 변화시키고 움직이는 데 에너지로 쓰여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서 몸으로 느끼는 여행의 즐거움을 아무리 설명을 해도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그것의 의미와 즐거움을 알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는 거 겠지만요.

따뜻한 봄날 과감하게 자동차를 버리고 몸이 불편하지만 마음이 즐거운 그래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봄나들이 한번 어떠신지요~^^ 도민일보에 좋은 장소를 자세히 안내를 하고 있으니 참고를 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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