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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딴에 이야기

버스타고 함양속으로~ 제각각 다른 반응들

by 달그리메 2012. 9. 4.

"버스타고 함양속으로"~ 네번째 이야기

마을 만들기를 위해 사람들을 만나다

 

이틀 동안의 마을 답사를 통해 드디어 주인공을 찾아냈습니다. 임호 마을과 산두 마을입니다. 집짓기로 치자면 터를 잡은 셈입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설계도가 필요한 것처럼 마을 만들기를 위해서 설계도를 만들었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약간의 유동적인 면은 있을 수 있겠지만 앞으로는 마을 만들기 기본 설계도를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맨 먼저 마을을 찾고 그 다음 계힉은 마을 만들기를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입니다. "버스타고 함양속으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왜 하필이면 함양이냐~? 입니다.

 

고향인가? 아니면 함양에 특별한 인연이 있느냐? 그런 물음들이 많습니다. 함양은 두 가지 조건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아주 좋은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군내 버스 노선이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함양 읍내 한 가운데 터미널이 있는데 어디를 가더라도 한 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으면서 운행 시간도 다른 시골에 비해 자주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버스타고 함양속으로" 편에서도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자가용보다는 버스로 여행을 하면서 누리는 즐거움이 훨씬 더 큰 곳이 함양 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연 경관이 더없이 아름다운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기도 합니다.

 

버스를 타고 하는 새로운 여행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의도에 꼭 어울리는 곳이 함양이라 생각을 하면서 "버스타고 함양속으로" 를 기획하게 되었고 그것이 경남문화콘텐츠 진흥원의 '2012년 초록문명 지역아카데미 시범 사업' 이라는 공모 사업에 응모를 해서 선정이 된 것 입니다.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계장님 과장님과 면담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이어하자면 마을을 찾은 후 그 다음으로 계획이 되어 있는 것이 합리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입니다. 무작정 마을 사람들을 찾아가서 "우리가 이런 일을 할테니까 도와주십시오" 그렇게해서는 아무도 따라주지 않을 게 뻔 합니다.

 

그래서 맨 먼저 만날 사람으로 함양 군청 문화관광과 담당자로 정했습니다. 관을 통해야만 사람을 동원하는 것도 수월하겠지만 무엇보다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업이 결정된 후 그러니까 마을 찾기를 하기 이 전에 문화관광과 과장님을 찾아가 이런 일을 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미리 해 두었습니다. 그때 담당자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가상키는 한데 잘 되겄나~~쩝쩝~~" 뭐 그런 정도였습니다.

 

그런 반응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지자체에서 너도나도 나서서 관광 사업에 힘을 쏟지만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어지간한 관광 자원으로는 경쟁력에서 살아남기도 어렵습니다. 별시리 힘도 없어 보이는 단체에서 마을을 만들어서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보겠다고 나서니 그런 우려는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10시에 군청에서 과장님을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을 맞추느라 이른 아침부터 부랴부랴 찾아갔더니 일이 바빠서인지 30분이 지나서야 뵐 수 있었습니다. '첫 날에도 그러더니만 우리가 별 볼 일 없다고 생각을 해서 그러나...' 없는 사람이 서운탄다고 기다리면서 속으로 뭐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랬습니다.

 

어쨌든 말로만 이러쿵 저러쿵 늘어놓을 게 아니라 뭔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하기에 이틀 동안 마을을 다니면서 조사한 자료를 나름대로 꼼꼼하게 정리를 해서 가지고 갔습니다.

 

건내받은 자료를 건성 건성 뒤적거리시는 담당 계장님의 표정은 여전히 심드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임호 마을과 산두 마을에 별 볼 것이 있느냐고 그럽니다. 그래서 제가 우스면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늘 가까이 있으면 좋은지 안 좋은지 잘 구분이 안되는 법이지요.

 

좀 긍정적으로 반응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런 반응에 일희일비 할 까닭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업의 승패를 떠나 일을 진행하면서 얼마만큼 그쪽에다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타지에 사는 사람들이 일부러 들어와서 함양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는데 굳이 마다할 까닭이 없는 것이 그 쪽 입장이기도 합니다. 최대한 협조할 수 있는 일은 협조를 하겠다면서 과장님은 바쁜 일정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 났습니다. 계장님은 임호 산두 마을에 대해서 선입견없이 다시 한 번 찾아보겠다고 했습니다. 30분만에 면담이 끝났습니다.

함양 지리산 고속 버스 사장님과 면담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 째로 찾아간 사람은 함양 지리산 고속 사장님입니다. 이 분 역시 일을 시작하기 전에 군청 담담자를 만나던 날 미리 만나서 운을 떼 놓기는 했습니다. 첫 인상은 젠틀했고 사업 마인드가 아주 좋았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함양 지리산 고속 사장님은 군 담당자들보다는 훨씬 적극적이고 호의적이었습니다. 물론 "버스타고 함양속으로" 프로젝트가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여겼겠지만,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하고 있을만큼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버스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 일상 생활에서는 기동력의 한계로 인해 버스 이동으로는 비전이 없지만, 버스 여행은 삶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눈으로 보고, 먹고, 즐기는 여행에 머물러 있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색하고 느낌을 즐기는 쪽으로 바뀌어져야 하는데 그것이 버스 여행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지면 세상살이가 한결 느긋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스타고 함양속으로" 는 크게 두 가지 사업을 하게 됩니다. 군내버스 만들기와 마을 만들기입니다. 그 중에 하나인 군내버스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전적으로 함양 지리산 고속 사장님과 해야 합니다. 예전부터 군민이나 함양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버스를 한 번 바꾸어 보고 싶은 생각을 하면서 여러가지 궁리를 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장님을 만난 것은 우리 쪽으로 봐서는 더없이 운이 좋은 일입니다.

 

일단 버스 노선 안에 있는 마을의 특징이나 이야기를 모아서 버스 안에서 안내를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마을 이야기를 모으는 일은 우리가 하고, 그것을 가지고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구체화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다시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버스를 어떻게 만들어낼지에 대한 기본 가닥은 잡은 셈입니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일의 승패는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고 보면 맞는 것 같습니다.

휴천면장님 임호 산두 마을 이장님과 면담을 하고 있습니다.

함양 지리산 고속 사장님이 사주는 점심을 맛있게 먹고 세번째로 찾아간 사람은 임호 산두 마을이 속해 있는 휴천면장님입니다. 군청 과장님의 전화 연결로 아주 쉽게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역시 조직의 힘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군청 담당자들의 반응과 상관없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아부(?)를 해야 합니다. 

 

면장님은 나이도 젊었고 인상이 김두관 전 도시사 삘이 날 정도로 호남형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임호 마을 출신으로 마을 만들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넘어서 적극 성사를 시키고 싶어했습니다. 군청 관계자는 적극적인데 정작 담당 마을 면장님은 심드렁한 것 보다 백배낫다며 식구들은 내심 환호를 했습니다.

 

준비해간 자료를 보여주니 처음부터 끝까지 볼펜으로 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그날 면장님과 함께 만났던 분들이 있었는데 앞으로 가장 많은 일을 하게 될 임호, 산두 마을 두 분 이장님이었습니다. 뭐가뭔지 어떨떨해하는 두 분 이장님께 면장님은 자료를 직접 읽어가며 아주 열심히 설명을 했습니다.

 

이장님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하니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술술 나왔습니다. " 시골 사람들은 표현력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한 동네에 다섯 이상 이주민이 들어오면 지역민과 편이 갈라져서 갈등이 생긴다. 그러다보니 시골 사람들은 외부 사람들에 대한 경계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이야기도 우리가 앞으로 일을 진행하면서 참고로 해야 할 중요한 것들입니다.

 

산두 마을 이장님이 나이가 몇 살 쯤 보이는지 물길래 인심을 좀 써서 예순 일곱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예순 다섯이라고 그럽니다. 속으로 좀 더 많이 쓸걸 후회를 하는데 사실은 이른 둘이랍니다. 예순 일곱이라 해서 기분이 좋다며 싱글벙글이십니다. 돌아오는 길에 악수를 청하며 앞으로 별명을 예순 일곱으로 불러 달랍니다. 농담 한 마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습니다.      

 

내친 김에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버스타고 함양속으로" 설명회 날짜를 8월 23일로 잡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모으는 일은 면장님과 두 분 이장님이 맡아 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걸음도 이 정도면 잘 내디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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