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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마산 분리? 나는 창원 시민이고 싶다

by 달그리메 2013. 6. 27.

26일자 경남도민일보 1면에 이런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마산 주민 1000명 분리투쟁 빗속 결의" 그리고 글 옆에는 빗속에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 지금 내리는 비는 마산 시민의 피눈물" "죽을 수는 있어도 마산을 포기 할 수는 없다" 이런 자극적인 멘트도 눈에 들어옵니다.

 

이 기사와 장면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칩니다. 마산이라는 도시가 이렇게 되찾을 게 많았던 곳이었던가? 새삼 더 잃을 게 있었던 곳이었던가? 그러면서 과연 빗속에 모여든 1000명이라는 숫자는 마산 사람들의 의견을 얼마만큼 대변하고 있는 것일까에 생각이 미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경남도민일보에서 만든 사회적 기업인 해딴에에서 일을 하면서 저는 정말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과 어른들을 위한 다양한 테마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 정도 내용을 경남도민일보를 업고 한다면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를 은근히 했었습니다.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그것은 그야말로 망구 혼자 생각이었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내가 알고있는만큼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지도 않았고, 세상이 달라져서 여행이나 여가 생활을 즐기고, 아이들의 인성을 키우는 체험학습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달라졌음에도, 여전히 먹고 사는데 허덕거려야 하는 사람들과 체험학습 보다는 영어 수학 학원에 목을 메는 부모들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사실입니다.

 

도민일보를 잘 아는, 그러면서 여행을 즐기고, 체험학습의 가치를 알고 있는 경남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본다면 결코 많지가 않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셈입니다. 내가 알고 있고, 내가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알고 있고, 가치있게 여길 거라는 것이 얼마나 착각이었나를 절감 한 셈입니다.

 

도민일보 1면에 실린 기사를 보면서 저는 문득 마산 분리투쟁을 위해 빗속에 나선 1000명도 저와 같은 착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마산 분리를 당연하게 생각을 하니 분리투쟁에 나서지 않은 많은 마산 사람들도 자신들과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는 착각 말입니다.    

 

1000명이라는 숫자는 전체 마산 인구 중에 목소리를 내지 않은 사람들에 비하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입니다. 그 숫자가 만 명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목소리를 내지 않은 대다수의 마산 사람들은 지금 하고 있는 마산 분리투쟁에 대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마산이든 창원이든 잘 살고 싶은 마산 사람들

 

아마도 제 짐작에는 창원이든 마산이든 살만한 곳이 된다면 명칭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빗속 광장에 모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원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게감이 마치 전체의 의견인것처럼 스스로 착각을 하게 만드는 힘도 생기고요.

 

마산이 창원시로 통합이 될 때 마산 사람들은 이미 마산에 대한 기대가 없었습니다. 시장들이 말아먹은 마산은 희망이 없었습니다. 잘 나가는 도시였는데 창원에 기대서 뭔가를  좀 더 얻을 욕심으로 통합에 찬성을 한 게 아니었습니다. 

 

통합에 동의를 한 바탕에는 다른 무엇보다 쇠락해가는 마산이 좀 더 나은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절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바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마산 분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장을 넘어 선동을 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통합 이 후 별반 나아진 게 없다 하더라도 마산 시민으로 살면서 행복하지 않았던 마산 사람들은 또다시 마산으로 돌아가는 일에 박수를 보태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습니다.

 

 

마산 분리투쟁 각자의 이해관계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마산 분리 투쟁에 나선 단체나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마산 분리를 주장하고 있는 그들의 심중에 아무런 이해타산없이 순수하게 마산의 영화를 되살리고 싶은 열정과, 마산 시민들을 위한 충정이 더 앞선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지요? 마산 분리 후 아무런 매리트가 없는 마산을 지금보다 더 나은 마산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요?

 

3,15, 4,19, 부마항쟁을 들먹이며 민주화의 성지 마산의 이름을 되찾아야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지금도 마산 사람들이 민주화의 성지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지요?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은 민주화 정신을 살리기 위해 여태껏 어떤 노력을 했는지요? 지금 이 쌩뚱맞은 상황 앞에서 궁금한 게 너무도 많습니다.

 

마산 분리를 주장하고 있는 개인 단체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분리를 주장하는 것도 자유고 권리라고 생각하니까요. 다만 자신들이 옳다고 믿고 주장하는 것들이 대다수 마산 사람들을 위함을 빙자해 각자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닌가 돌아보라는 것입니다. 

 

분리든 통합이든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제 경험을 꺼집어 내면서 이야기 했듯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내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이 비록 절대적인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보다는 좀 더 나은 환경 좀 더 나은 생활에 목을 매는 평범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이 현실임을 아셨으면 합니다. 그런 소박한 바람이 하위에 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법입니다.

 

마산에서 나고 자라 단 한 번도 마산을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는 뼛속까지 마산 사람인 50대 중반의 어떤 분이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창원 시민으로 살고 싶다. 창원시 청사가 어디에 있든 이름이 무엇이든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살기 좋은 곳이 되고 내가 태어난 마산이 좀 더 나은 곳이 된다면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냐"

 

분리든 통합이든 그 중심에는 어떠한 계산이나 명분을 떠나 시민들의 삶이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통합이든 분리든 본질은 인간의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하게 마산을 염려하는 정치인이라면, 사람이라면, 단체라면 대안없는 분리보다는 지금의 갈등을 해결하고 마산 발전을 위해, 상처받은 마산 사람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더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 힘을 합하고 움직이는 것이 생산없는 분열보다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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