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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이야기

동성애, 초등학교 3학년이 이렇게 말하네요

by 달그리메 2010. 9. 6.

 


요즘은 확실히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독립 영화에서나 은밀하게 다루어질 법한 동성애 이야기가 가족들이 다함께 보는 주말 드라마 소재가 될 정도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물론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도 한편에서는 동성애를 두고 여전히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중학생들에게 물었더니 징그럽다~ 싫다~ 그러면서 손사래부터 칩니다. 딱히 어떤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막연히 동성애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우리의 정서 속에는 뿌리깊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저절로 인식되어진 사회적인 관습에 의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세상살이에 대해서 조금은 쿨하다고 스스로 여기는(좀 자뻑같습니다만^^) 저 역시 그렇습니다. 연애사가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일이긴 하지만, 만약 딸이 여자를 데리고 와서 결혼을 하겠다고 그러면 좀 막막할 것도 같다 싶거든요.
동성애에 대해서 쓴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글이 재미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한테 그런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게 한 건 아니구요. 중학생 언니를 따라와 얼떨결에 쓰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하는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동성애'라는 것도 있으니까. 지금 몇개의 나라에는 그들의 사랑을 허용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국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허용하면 좋겠다. 나는 그 사람들 마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그 사람들의 사랑도 사랑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말라는 건 힘든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 갑자기 호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조절 할 수 없다. 그러니 하지 말라는 것은 억지다. 그래서 동성애를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말라는 건 힘든 일인 줄 이 어린이께서 어떻게 알았을까요. 일부러 동성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갑자기 호감을 느끼는 것이라서 조절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걸 말리는 것은 억지니까 동성애를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것도 그사람들 마음이 아니냐고 합니다.

정리를 해보면 그렇습니다. 그야말로 마음이 가는데로 흘러가는 것이 사랑이고 그 감정은 억지로 조절할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설령 남자와 남자 혹은 여자와 여자일지라도 말입니다.

제가 이 아이에게 거금 천원을 상금으로 주었습니다. 그냥 주고 싶었습니다. 고학년일수록 아니 어른이 될수록 글이나 말이나 생각에 덫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게 쉽지가 않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만. 천 원을 받아들고 깡충깡충 뛰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영판 철없는 꼬맹인데 마음 어느 구석에서 그런 생각이 났는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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