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이야기

대기업 포인트제도 이래도 되는 건가요?

by 달그리메 2011. 11. 28.

며칠 전 동네 화장품 가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화장품 메이커는 예전에 배용준이 광고모델로 나왔던 더페이스샵 입니다. 중저가 화장품을 주로 팔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나 저 같은 서민들이 많이 애용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필요한 화장품 하나를 구입하고 계산을 하면서 그동안 쌓인 포인트가 얼마인지 확인을 했습니다. 요즈음은 동네 구멍가게가 아니면 포인트 적립을 하지 않는 곳이 드뭅니다. 포인트는 쌓인 점수에 따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확인을 한 종업원이 1만 200점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18.000천원 짜리 스킨 하나를 구입하면서 포인트 만점을 사용하고 나머지 8천원을 계산해 달라면서 카드를 주었더니 포인트 점수를 사용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왜 포인트 점수를 사용할 수가 없냐고 물었더니 본사 방침이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1만 200점의 포인트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10.200원 짜리 물건으로 교환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살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는 점수에 맞추어서 물건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포인트 점수에 맞추느라고 별 필요도 없는데 구입한 9800원 짜리 제품입니다.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본사 방침이 그렇다고 하니 할 수 없이 10.200원 짜리 물건이 있는지 매장 안을 둘러 보았습니다. 화장품 가격을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화장품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 가지각색입니다.

당연히 10.200원 짜리 제품이 없었습니다. 대신에 별로 필요는 없지만 10.200원에 가까운 9.800원 짜리 제품을 하나 고른 후 나머지 400원은 거슬러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거스름 돈을 내 줄 수는 없다고 거절을 했습니다. 포인트를 현금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불합리한 이야기에도 꾹꾹 눌러 참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오자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포인트 점수에 딱 맞는 10. 200원 짜리 물건을 찾아 달라고 했습니다. 종업원이 한참을 둘러보더니 10.200원 짜리 제품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구요?" 포인트를 쌓으면서 어느 정도 안면을 트고 단골손님처럼 이용했지만 그런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되묻자 또 본사의 방침이 그렇다는 이야기를 반복 했습니다. 이리저리 가게를 옮겨 다니는 게 번거럽기도 하지만 한 곳에 거래를 하면 포인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거래를 해 왔는데 이제 더 이상 이 가게에서 거래할 생각이 없으니 포인트를 청산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강경하게 나가자 10.200원 짜리 물건만 가지고 갈 수 있다던 좀 전의 태도를 바꿔서 9.800원 짜리 제품을 주면서 4백원을 거슬러 준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까는 왜 안된다고 했냐니까 본사의 방침이라서 그렇다는 말만 거듭 되풀이 합니다. 그러면 왜 지금은 거스름 돈을 주느냐고 하니 아무 말을 못했습니다.

포인트 점수를 현금으로 사용할 수 없어서 다른 곳에서 18.000원을 주고 구입한 제품입니다.

결국 그 날 별로 필요하지 않은 화장품 하나를 포인트에 대충 맞추어서 고르고 거스름 돈 400원을 돌려 받았습니다. 대신에 필요한 스킨은 다른 가게로 옮겨서 샀습니다. 당연히 앞으로는 그 가게를 이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새로 옮긴 화장품 가게에서 포인트 점수 운영에 대해서 물었더니 1000점 단위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경우뿐만이 아니라 포인트 제도에 대한 불만은 또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게에서 정해놓은 규정이 5천점 이상 천원 단위로 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계속 거래를 하면 모르지만 5천 점을 채우지 못하고 거래를 중단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면 포인트는 아무 의미가 없게 됩니다. 포인트 점수는 몇점이든 상관없이 본인 의사에 따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포인트 제도라는 것도 알고 보면 단골을 확보하기 위한 영업 수단입니다. 그런데도 마치 소비자에게 선심을 쓰는 것처럼 생색을 내면서 정작 소비자 입장이 아니라 자신들 편리하게 규정을 정해놓았습니다. 그것도 아까웠던지 이제는 물건으로 대신 가지고 가야 한다고 하네요.

언뜻 보면 그거나 저거나 같아보이지만 현금처럼 사용하는 것 하고 물건을 대신 가져 가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다릅니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하나 더 구입하게 하는 말하자면 소비를 조장하는 상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으로 보면 작을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엄청난 매출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 포인트 점수가 너무 많다보니 관리하는 것도 귀찮고 해서 예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저처럼 항의를 하는 것을 번거럽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그런 무심함은 업체들의 횡포를 묵인하는 꼴이기도 합니다. 나아가서는 피해는 소비자들이 보고 그들의 배만 채우게 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꼬치꼬치 따지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이익을 보는 것도 소비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