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의당 당원도 후원회원도 아니다. 그런 인연으로 치자면 딱히 노회찬 의원과는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그의 죽음이 참으로 안타깝고 서러웠다. 세상에 죄없는 인간이 어디 있으랴마는 죽음으로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찌는 듯한 더위 속에 창원 문화의 거리에 차려진 노회찬 의원 분향소를 찾았다. 왠지 그래야 마음이 덜 불편할 것 같았다. 황망히 떠난 길에 꽃 한 송이 진심 올리고 싶었다. 생각만큼 붐비지는 않았다. 낮 시간이기도 했고 날씨 탓이기도 하리라. 근처 그늘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히며 찾아오는 조문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유니폼을 입은 노동자들의 무리도 있었고 시민들도 보였다. 그들 중에는 딱히 인연이 없지만 나와 같은 마음으로 찾은 사람들도 있으리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조문객들이 한 쪽에 서서 지갑을 열어 봉투에 주섬주섬 돈을 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당혹스러웠다. 오면서 조의금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시는 길에 꽃 한 송이 올리며...그저 그런 생각만 가득했으니까.

 

가방을 열어 지갑을 뒤져보니 가지고 있는 돈이 많지 않았다. 얼마나 내야 하나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지갑에 들어 있는 만 원짜리 몇 장을 털어서 봉투에 넣었다. 같이 간 일행 중에는 가진 현금이 없어 주변에 있는 은행으로 허겁지겁 달려가기도 했다.

 

방명록도 쓰지 않았고 봉투에도 아무 것도 적지 않았다. 꽃 한 송이를 올리고 절을 했다. '편히 가십시오~ 있을 때는 그 자리가 이렇게 큰 줄 몰랐습니다. 진심 고맙습니다.' 돌아서 나오는데 눈에 들어오는 건 아이스박스로 만든 조의금통 옆에서 봉투에다 주섬주섬 돈을 담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조문을 했지만 조의금을 내거나 받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낸 사람들도 있는데 내가 몰랐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 때는 눈물과 꽃을 봉헌하는 것으로 애도하는 마음이 넘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의금을 챙기느라 당황했던 기억은 없다.

 

물론 조의금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꽃을 올리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아무도 조의금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게 다 마음이라는 것도 안다. 진행하는 쪽에서도 의례적인 일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갑에서 돈을 꺼내 봉투에 담는 모습을 행인들은 무심히 쳐다보며 그 앞을 지나쳐 갔다.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조문객의 숫자와 돈 액수를 계산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 송이 올리고 싶었던 순수한 마음의 사람들이 그 모습 때문에 발길을 돌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좀 더 생각을 뻗쳐 보자면 그렇게 모은 돈이 어떻게 쓰여질까 궁금했다. 정의당 당비로 쓰여지는지 유족들에게 전해지는지 뷴향소 설치 경비나 장례 비용으로 쓰여지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좁은 소견에 어느 쪽이든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거리에 분향소를 차릴 거라면 평소 그를 좋아했던 일반 시민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 짧은 소견인가? 조의금통 대신 그 자리에 "조의금은 받지 않습니다" 그런 안내글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노회찬 의원이 어떤 이유로 세상을 떠났는지를 생각하면 급조된 조의금통은 너무 부자연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분향소에서 돌아와 조금은 불편했던 심정을 이렇게 글로 썼다. 하지만 이 글을 올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좀 갈등이 됐다. 왜냐하면 이런 글이 노회찬 의원에서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을까 싶은 염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덮어두려 했던 조의금 이야기가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다시 거론이 되었다. 노회찬 의원 빈소를 찾았던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은 불편함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조의금에 대해서 나만이 느낀 불편함이 아니었구나...

 

정의당 지지율이 한국당을 제끼고 15%를 넘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았다. 물론 노회찬 의원의 후광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 지지율이 앞으로 계속 유지될지 더 넘어설지 떨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이 글은 조금이라도 정의당이 정진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다.

 

Posted by 달그리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