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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내가 진주유등축제에 감동할 수 없는 이유

by 달그리메 2011. 10. 12.

지난 주에 딸과 함께 진주 유등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촉석루를 중심으로 축제가 열리고 있는 남강변을 돌아보는 동안 딸은 거의 감동의 물결이었습니다. 우와 대단하다~가는 곳마다 탄성을 지르며 환호를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딸과는 반대로 좀 무덤덤했습니다. 

두사람의 반응이 정반대였던 것은 두 가지 까닭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한 가지는 저는 유등축제를 해마다 봤기 때문에 별시리 감동적일 것도 새로울 것도 없었습니다. 반면에 딸은 유등축제가 올해 첫걸음이었던 만큼 눈길 닿는 곳마다 새롭고 신기하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엄마와 딸의 성격이 서로 닮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저는 매사에 썩 즐거운 것도 못마땅한 것도 없이 다 그러려니 싶은 성향인 반면에 딸은 그렇지 않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티셔츠를 입고 텔레비전 앞에 앉아 광분하며 눈물을 흘리는 딸을 보면서 저게 내 속으로 낳은 게 맞나 싶을 정도 였으니까요.^^



아무튼 그런 이유가 원인인지는 몰라도 진주 유등축제에 대한 두사람의 반응은 극명하게 달랐습니다. 두 가지 이야기를 끄집어낸 건 그런 개인적인 성향이나 경험의 차이를 넘어서 유등축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짚고 넘어가고 싶은 아쉬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진주 유등축제가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수 많은 축제 중에서도 손가락 세개 안에 꼽을 만큼 유명한 축제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대한민국을 대표할 축제라고 하기에는 솔직히 그게 참 거시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멀리서 남강변에 띄워져 있는 등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둠이 좋은 건 가려야 할 것은 적당하게 가려주고 도드라져 보이게 하고 싶은 것은 많이 드러낼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요.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참 오종종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물위에 떠있는 등이 아름답습니다.

물위에 떠 있는 등을 살펴보면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놓은 만물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생각나는대로 적어보면 자유의 여신상, 마징가제트, 달마시안, 중국에서 건너 온 듯한 용도 있고 장군도 있고 선녀도 있고 그렇습니다. 우리가 보고 들었던 동화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동서양을 망라해 거의 다 등장을 합니다.
조금만 마인드를 가지고 보면 참 조잡하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수많은 등이 둥둥 떠 있지만 마음으로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장치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로지 사람들의 눈을 자극하기 위해 주최측이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를 짐작게 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암컷 수컷 공작새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나 움직이는 용을 보면서 그런 느낌은 절정에 달했습니다.

요즘 한창 대세가 스토리텔링입니다. 말하자면 온갖 등을 여기저기 모아두는 형식보다 는 테마를 정해서 등을 만드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등을 보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고, 그런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축제라면 훨씬 풍성해질 것 같다는 거지요.

돌아다니다 보니 외국인들도 드물지 않게 만나졌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인데 그들 눈에는 오종종한 유등축제가 어떻게 보일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국인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올 때는 그런대로 볼만했는데 이거 뭐 똑 같으니 별 재미도 없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온갖 소재의 등이 전시가 되어있습니다.

1인당 천 원을 주고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올해는 세 개로 늘어났더군요. 근데 다리 하나를 건널 때마다 돈을 줘야 했습니다. 물론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 다리는 유등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 필요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다리 하나를 건널 때마다 천 원을 줘야 한다는 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인 가족이 함께 오면 다리 셋을 건너는데 1만 2천원이 듭니다. 공짜로 하기가 뭐하다면 적정한 금액을 정해서 티켓을 끊으면 다리를 다 건널 수 있게 해야 맞지 않을까요? 다리 하나를 건널 때마다 입구에 줄을 서서 표를 끊자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번거롭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새로 만들진 다리입니다.

축제 구경을 마치고 마산으로 돌아오기 위해 개양에 있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차를 기다렸습니다. 축제 기간이라 그런지 출발점에서 정원을 다 채우고 온 버스는 더 이상 손님을 태우지 않았습니다. 늦은 시간에 두 번씩이나 버스를 그냥 보내고 하염없이 차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개양은 창원에서 경상대학교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버스를 타는 곳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과 모여드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참 난감했습니다. 택시를 타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생각이 복잡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택시비가 한두 푼 할 것도 아니고 그것도 아니다 싶었습니다.

막차 시간이 가까워지고 또 한 대의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버스에는 빈 자리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부산에서 온 듯한 분이 매표소 직원에게 항의를 하는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차 문이 열리고 운전기사가 내리더니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쳤습니다. " 만약에 사고가 나서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타세요 우리는 책임 못집니다."

저는 생각하고 말고도 없이 목숨을 걸고 차를 탔습니다. 물론 죽을까봐 겁이 나서 차를 타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말을 저 따위로밖에 못하느냐는 손님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1시간 가량을 몹시도 불편하게 서서 오면서도 태워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했습니다. 예비석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맨바닥에 주저앉아서 와야 했습니다.
행사 때마다 주차공간이 부족하니 뭐니 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면서 정작 대책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진주 유등축제가 아름답고 훌륭한 축제로 거듭나려면 큰 틀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보고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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