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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남자의 자격'이 고마웠습니다

by 달그리메 2010. 10. 13.

얼마 전에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던 오락 프로가 있었지요. '남자의 자격'팀이 합창대회에 참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합창 단원을 뽑는 오디션 장면이나 연습과정도 재미있었다고들 하던데 제대로 보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무한도전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거제 합창대회라는 글이 눈에 들어와 채널을 고정시키고 보게 되었습니다.
'거제'는 제가 나고 자란 곳입니다. 고향을 떠나와 살지만 바람결에 고향 이름만 주워들어도 그냥 반갑고 그렇습니다. 그게 사람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지난 주에 '남자의 자격' 합창대회가 열렸던 거제 문화예술회관이 있는 장승포에 가게 되었습니다. 수십 년을 만나지 못하고 살았던 친구들과 뜻밖에 연락이 되어 추억 더듬기 여행에 나서게 된 거지요. 

 

               멀리 왼쪽 뒤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거제 문화예술회관입니다
       '남자의 자격' 팀이 참가를 해 재미를 더한 거제 합창대회가 열렸던 곳입니다. 
                                    밤에 보니 더욱 멋져 보였습니다.



거제도하면 해금강이나 바람의 언덕, 외도, 학동 등 관광지로 이름난 곳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1박 2일 동안을 줄곧 장승포에서만 머물렀습니다. 주로 우리의 추억이 만들어진 곳이 장승포이기 때문에 이번 여행의 테마에 걸맞게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온 국토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결과, 이제 어디를 가도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 드뭅니다. 사는 모습도 풍경도 비슷비슷해져 버렸습니다. 장승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개를 잡던 앞바다는 매립이 되었고, 빨래를 하러 다녔던 개울도 아스팔트 큰 길로 변해 있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던 그 무렵 장승포는 거제도의 중심지였습니다. 성포나 둔덕, 장목, 동부 등 거제도 곳곳에서 아이들이 유학을 와 하숙을 하고 자취하고 그랬습니다. 그야말로 시끌벅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추억 더듬기를 하면서 장승포가 이제 더 이상 거제의 중심지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우 조선이 들어서면서 인근의 아주나 옥포, 고현으로 중심이 이동을 하게 된 거지요. 그 때문인지 수요가 많았다면 벌써 아파트나 빌라가 들어서고 남았을 자리에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집들이 대부분 그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나마 퇴락한 장승포를 빛나게 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거제 문화예술회관이었습니다. 거제 문화예술회관은 사진으로 봐도 알겠지만 조용한 포구와 어우려져 건물만으로도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대도시 어느 문화예술회관에도 뒤지지 않을만 합니다.

 

    친구들과 추억 더듬기를 하면서 둘러본 조용하고 아담한 장승포항의 모습입니다.
                                  멀리 거제 문화예술회관이 보입니다.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서울 사람들은 외국의 무슨 무슨 도시는 알면서도 우리나라 지역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구요. 그러면서 마산이 어디 붙었는지 창원이 어디 붙었는지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다고 했습니다. 서울에 유학을 간 아이들도 그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납니다. 서울 사람들이 지방을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방 사람들이 서울을 모르면 영판 무식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겁니다.

그런 게 다 생각해보면 높은 자리에 있거나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자기들 것을 놓기 싫어서 죽자살자 서울만 키워 논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방으로 뭐 하나 이전을 할라치면 땅값 집값 떨어질 걸 걱정해서 절대 반대를 합니다.

그 결과 이제 대한민국은 서울 공화국이 되었습니다. 지방은 서울 들러리 정도 될까요. 정책적으로 지역에 대한 배려가 없다보니 서울 사람들의 생각마저 그렇게 만들어지는 모양입니다. 서울 사람 나무랄 탓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거제 문화예술회관을 바라보며 유치한 자부심도 느껴보고 지역을 무시하는 힘있는 사람들 욕도 실컷했습니다. 거제를 알리는데 조금이나마 일조를 해준 '남자의 자격'이 고맙다는 말도 했습니다. 

서울이 꽃이라면 지방은 뿌리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꽃이 아무리 화려해도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열매를 맺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온통 꽃에 정신이 빠져있습니다. 부실한 뿌리들이 정말 걱정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쓰잘데기 없는 나라 걱정이 되버렸네요. 삼천포로 빠져버렸습니다.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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