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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톤즈, 카이스트 학생의 죽음을 떠올리다 바야흐로 봄입니다. 꽃은 지천으로 흐드러져 피고 지고, 사람들의 마음도 덩달아 달뜨는 계절입니다. 가수 안치환은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노래했지만, 무심코 흥얼거리면서도 인간이 꽃보다 아름다운지 어떤지는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사람이 사람에게로 가서 아름다운 꽃이 된 이야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울지마 톤즈' 는 마흔여덟 해를 불꽃 같이 살다 처연하게 떨어진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운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아프리카 남수단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척박한 땅입니다. 그곳에서 태어난 죄로 남수단 사람들은 굶주림과 질병을 껴안은 채 천형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의대를 졸업한 전도유망했던 의사 이태석 신부와 지구 한쪽 끝에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톤즈 사람들과의 인연.. 2023. 4. 2.
고려동과 입곡저수지에서 한나절을 즐기다 창원과 진주 사이에 있는 함안은 접근성이 좋은 점도 있지만 두 도시의 위상에 밀려 한편으로는 존재감이 덜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알고보면 보고 즐길거리가 의외로 많아 주면에 있는 지역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고려동과 입곡저수지는 한걸음에 움직일 수 있을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입곡 저수지는 몇년 전 가을 단풍이 텔레비전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기도다. 그런만큼 사계절로 보자면 가을의 풍경이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가을이면 단풍으로 곱게 물든 저수지는 통째로 잘 그려진 한폭의 수채화가 된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입곡저수지는 한층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물위에서는 오리배를 탈 수가 있고. 그 옆으로 오토갬핑장이 조성되어 1박을 하.. 2023. 4. 2.
장춘사, 그래도 고맙다 함안 무릉산에는 장춘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무릉산 장춘사' 이름만으로는 중국 어디에 있는 엄청난 절간 같지만 이름에서 풍기는 것과는 달리 작고 소박합니다. 장춘사 가는 길은 걸어야 제 맛입니다.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보면 조촐하게 서 있는 장춘사와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 장춘사를 찾았던 게 언제였던가! 기억도 어슴프레합니다. 그 때는 절간들이 지금보다는 덜 화려했고 덜 복잡했고, 욕심이 덜 묻었던 시절이라 장춘사라서 특별히 조용하고 고즈늑하다 그리 느낀 것 같지는 읺습니다. 그런데도 기억에 남아있는 장춘사는 그냥 좋았습니다. 이유없이 그냥 좋은 게 가장 좋아 거라 하지요.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없어야 한다데요. 아무튼 그냥 좋은 장춘사를 그 후로 드문드문 찾았습니다. 처음 장춘사를 찾았던 그 .. 2023. 4. 1.
함안박물관, 나들이 장소로도 멋지다 초 중 고생들을 대상으로 역사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경남에 있는 곳곳을 찾아다니다보니 믾은 곳 중에서 손꼽을만한 곳이 어디냐고 믇기도 한다. 나름 다 특징이 있고 매력이 있지만 굳이 괜찮은 몇 곳을 꼽으라면 그 중에 하나로 함안박물관을 꼽는다. 박물관하면 재미없고 따분한 곳이라고들 생각할 수도 있다. 학생들은 그나마 접할 기회가 있기라도 하지만 그런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어른들에게 박물관은 좀 더 낯선 곳이다. 그럼에도 가볼만한 곳으로 함안박물관을 꼽은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함안박물관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인근에 있는 창원에서 보자면 시간이나 마음을 크게 내지 않아도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해 한나절 시간을 보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넉넉한 공간이며 천천히 산.. 2023. 3. 31.
우해이어보, 김려는 멋진 사람이었다 우해이어보를 썼던 담정 김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줄곧 든 두 가지 생각이 있다. 한 가지는 타고나는 천성과 처해지는 환경 중에 어느 쪽이 사람의 인품을 결정하는데 더 많은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세상이 어느 정도는 공평하다는 것이다. ..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바다 근처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거친 파도에 익숙하고, 산골에서 태어난 사람은 흙과 나무와 친해진다. 그렇다고 같은 조건이 주어진다고 해서 성향이 다 비슷해지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를 두고 어느 쪽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은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김려하면 사람들은 우해이어보를 떠올린다. 우해이어보는 김려가 진해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중에 낚시로 소일을 하면서 진동 바다에서 나는 특이한.. 2023. 3. 25.
노빠와 문빠 뭐가 다를까?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드높이 축배를 들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던 날 꺼이꺼이 소리내어 울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긴 조문 행렬 속에 서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 후로도 종종 봉하마을을 찾아 헌화했고 대통령길을 따라 걷기도 했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노빠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다. ... 그런데 정작 나는 노사모 회원도 아니고 내가 노빠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나만의 충정심은 그런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히려 노빠들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마저 가지고 있었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노사모를 광적인 종교집단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2023. 3. 25.
곽재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떠올리다 의령은 인구가 3만이 채 안 되는 작은 곳이다. 그런데 의령은 그냥 유명한 인물이 아니라 아주 유명한 인물들이 많이 배출된 것으로 유명하다. 호암 이병철, 벽산 안희제, 망우당 곽재우는 의령이 배출한 3대 인물인데 경남이 배출한 인물이라고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면면이 아주 짱짱하다. 그 중에서도 오늘 가장 중심에 놓고 이야기 할 인물은 망우당 곽재우다. 곽재우는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킨 장군으로 홍의 장군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태어난 곳이 의령이고 마지막 죽은 곳도 의령이다. 마지막 여생을 보낸 망우정이 지금은 창녕으로 되어있지만 창녕이나 의령의 경계가 그 당시에는 지금과는 좀 달랐다고 하니 의령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전쟁이 끝난 후 망우당 곽재우는 선조로부터 2등 공신으로 책봉를.. 2023. 3. 25.
창동 오동동, 재래시장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마산 창동 오동동 부림시장 일대가 몰라보게 바뀌었다. 창동 오동동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난 건 다 창동 오동동 살리기 사업 덕분이다. 2010년 마산, 창원, 진해가 창원시로 통합되면서 마산은 쇠락해가는 도심 상권을 살리는 것과 새로운 야구장을 건립하는 수혜를 입었다. 여기에 구 원도심 재개발도 더 할 수 있겠다. ... 이렇게 말하면 그런 것은 꼭 통합이 되지 않아도 가능한 사업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수출자유지역의 쇠락, 한일합섬의 이전 등 마산 재정에 기여했던 요인들이 사라지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사업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싶은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니까. 창동 오동동 일대 살리기 사업은 겉으로 드러난 변화.. 2023. 3. 24.
제주도 조가비 박물관~보석같은 조개껍데기 제주도는 여러가지 박물관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조가비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조개껍데기가 마치 보석처럼 아름답습니다. 눈에 담기는 아름다움이 여간하지 않습니다. 보고 즐길거리가 많다보니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한번 들러볼만한 곳이기도 합니다. 2023. 3. 23.
노회찬 의원 분향소 조의금 불편하더라 나는 정의당 당원도 후원회원도 아니다. 그런 인연으로 치자면 딱히 노회찬 의원과는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그의 죽음이 참으로 안타깝고 서러웠다. 세상에 죄없는 인간이 어디 있으랴마는 죽음으로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 찌는 듯한 더위 속에 창원 문화의 거리에 차려진 노회찬 의원 분향소를 찾았다. 왠지 그래야 마음이 덜 불편할 것 같았다. 황망히 떠난 길에 꽃 한 송이 진심 올리고 싶었다. 생각만큼 붐비지는 않았다. 낮 시간이기도 했고 날씨 탓이기도 하리라. 근처 그늘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히며 찾아오는 조문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유니폼을 입은 노동자들의 무리도 있었고 시민들도 보였다. 그들 중에는 딱히 인연이 없지만 나와 같은 마음으로 .. 2018. 8. 4.
노인들이 문재인을 싫어하는 이유는? 지금 나는 늙지도 젊지도 않다.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늙어갈 것이다. 물리적으로 나이들어가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한 섭리고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하지만 나는 최근 나이들어가는 것에 약간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나이 들어가면서 인간은 연륜이 깊어지고 그래서 지혜로워진다고 우리는 도덕시간에 배운 듯하다. 하지만 근래 만난 나이든 사람들을 보면서 적어도 객관적이거나 지혜롭거나 합리적이거나 하는 것과 나이 들어가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무수히 확인을 하게 된다. 얼마 전 60대 초반부터 80이 넘은 어르신들과 나들이를 갈 기회가 있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는 6시간 남짓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을 견뎌야 했다. 차 안에서 오고가는 대화들 때문이다. 대.. 2018. 3. 22.
태극기집회,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궁금하다 지난 토요일 하루 동안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 두 곳을 다녀왔다. 촛불집회는 주말마다 참여하지만 태극기집회는 텔레비전 화면으로만 봤지 실제로 현장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집회 장소 주변에는 나처럼 현장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해서 구경을 하듯이 모여든 사람들도 드물지 않았다. 처음 생각으로는 그 속에 들어가서 분위기를 생생하게 경험해 볼 참이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기선 제압을 당해버렸다. 장소가 협소하다보니 발디딜 틈이 없었고, 참여한 사람들의 결기에 찬 표정이며 흔들어대는 태극기의 물결에 기가 질려버렸다, 유연하게 즐기는 촛불집회의 분위기를 상상하고 나온 것이 실수였다. 무리에서 빠져나와 비교적 현장이 잘 내려다보이는 커피집을 찾아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마침 태극기를 손에 쥔 일행들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2017.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