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1일은 거가대교 무료 통행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어디를 가면 좋을까 망설이다가 마지막 공짜에 낙찰을 봤습니다. 물론 초행길은 아닙니다. 개통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가대교를 달리면서 거제도에서 부산으로 오고가던 뱃길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기도 했습니다.

저번에는 장목에서 빠져 외포항과 고현을 들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장목에서 빠져서 하청 방향으로 가다 칠천도에 들렀습니다. 칠천량은 임진왜란 때 원균이 이순신 장군 대신 나서서 싸우다 대패를 했던 곳입니다. 칠천도에는 옆개라는 손바닥만한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손바닥만한 해수욕장인데 아담하니 그림같습니다. 섬을 한바퀴 빙 둘러서 나왔습니다.

칠천도에서 빠져나와 외포와 옥포를 거쳐 와현에 있는 공곶이에 갔습니다. 이리저리 다녀도 좋지만 한 두 곳을 정해서 천천히 즐기면 여유도 있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 가지않고 공곶이에서 피고지는 동백꽃을 실컷 보고 왔습니다. 

                   
                  
                   
                   

                                         동백숲이 터널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공곶이는 외도처럼 개인이 가꾼 자연 정원 같은 곳입니다. 노부부가 평생동안 나무를 심고 가꾸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봄이면 거제도 길가에 수선화가 화사하게 피어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수선화를 보면서 거제도 공무원들 마인드가 참 좋구나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노부부가 거제시에 기증을 한 것이라고 하네요.

거제도에는 동백이 무척 많습니다. 남쪽 해안도로를 따라가다보면 햇살에 반짝반짝 빛이 나는 동백나무 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동백섬이라고도 불리는 지심도에는 울창한 동백숲이 있습니다. 그리고 공곶이 가면 이렇게 멋진 동백 터널을 볼 수 있습니다.

 
                   
 


동백꽃하면 선운사가 생각이 납니다. 송창식이 부른 선운사라는 노래 중에는 그런 가사가 있습니다.

       "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예요
         동백꽃을 본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동백꽃 말이예요."

이 노래 가사가 좋아서 선운사를 몇 번 찾았습니다. 그런데 한번도 동백이 화사하게 핀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 까닭을 후에 알았습니다. 동백꽃은 우루루 피었다가 우수수 떨어지는 게 아니랍니다.

저 홀로 피었다가 저 홀로 떨어지기 때문에 벚꽃처럼 난분분하게 피고 지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고 하네요. 그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동백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꼭 사람살이 같아서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고마는 모습도 더없이 좋았습니다.

                   

                                    몽돌로 쌓아올린 담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담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바다였습니다.
                   

                                   동백숲 사이로 내도가 보입니다.


동백 터널을 따라 내려가면 하얀 몽돌 바다가 나옵니다. 숲에서는 잠잠하던 바람이 심하게 불었습니다. 몽돌로 쌓은 돌담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느낌을 말하자면 좀 몽환적인 그런 바다 풍경였습니다.

봄이면 동백꽃은 지고 없겠지만 그때 쯤이면 수선화는 화사하게 피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 도시락 싸들고 다시 찾아가고 싶은 곳입니다.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가서 거가대교를 탔습니다. 공짜 마지막 날이지만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습니다. 꽃구경 실컷하고 마산에 도착해도 해가 중천에 있었습니다. 참 세상이 좋아졌습니다.

 

 

Posted by 달그리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