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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KBS에 이런 여기자도 있더라

by 달그리메 2017. 1. 2.

2016년 마지막 날, 창원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탄핵이 결정되기 이 전에 비하면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불씨를 끄트리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아마 그 곳에  함께 한 사람들의 심정이 다 그러하지 않았을까!

 

 

 

촛불집회를 마치고 함께 했던 몇몇 사람들과 송념회 겸 뒷풀이 자리를 만들었이런저런 이야기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을 즈음에 마침 켜놓은 텔레비전에서 집회 장면이 나왔다. 창원 KBS 9시 뉴스였다. 사람들은 나누던 이야기를 중단하고 그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냐하면 방금 전까지 있었던 자리였음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에도 함께 했다

최저 임금 1만원을 기원하는 퍼포먼스 장면이 나오고 이어서 자연스럽게 촛불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크로즈업 되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상남 분수광장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오늘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순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사람들의 표정이 일제히 헐~~~이었다. 왜냐하면 그 날 행사는 거리 행진 대신에 합창을 하고 풍등을 날리는 것으로 끝이 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웃긴다~ 이거 허위보도 아닌가~ 오보다~ 등등의 이야기가 오고갔다.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별 생각없이 전화기를 들었다. 몇 번의 과정을 거쳐 담당자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방금 나간 촛불집회 관련 보도 내용을 알고 계시나요" 그랬더니 무슨 일이냐고 한다. "오늘 거리 행진이 없었는데 왜 있지도 않은 엉터리 기사로 뻥을 치시느냐" 정확하게 내가 한 표현이다. 그랬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마 무시한 답변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기분 나쁘게 이야기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번호가 뜨는데 이 번호로 함부로 말한 책임을 묻겠다. 00 해도 좋으냐 (00이 뭔지는 정확하게는 알아들을 수 없었음) 거의 협박 수준이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대로 하시라고 했더니 그 쪽에서 돌아오는 말이 "마지막 날 이런 기분 나쁜 통화를 하고 싶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추워도 촛불을 들었다

통화하는 상황을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면 이 쪽에서 무슨 착오가 있은 모양이다. 알아보겠다. "이렇게만 했어도 이 이야기는 웃기지만 끝이 났을 것이다. 졸지에 그런 꼴을 당하자 오보냐 허위보도냐가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일행 속에 함께 자리를 했던 기자에게 동종 업종에 있는 사람이 하는 게 아무래도  낫지 않겠냐며 다시 통화하기를 거들었다.

 

그렇게 두 번째 통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면 두 번째 통화를 했던 기자님은 어땠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그 기자님도 된통 당했다. 왜 오보를 하느냐는 물음에 "그래서 사람이 죽었거나 다쳤냐 아니면 행사에 차질을 빚었냐 그게 무슨 문제냐"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비가와도 촛불을 들었다

통화를 마친 기자님은 이 사실들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자 사람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당연히 KBS를 욕하는 내용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까운 시청료만 축낸다고 작금의 KBS에 이를 갈고 있는데 말이지... 아무리 그렇더라도 여기서 이야기가 끝이 났으면 지금 이 글을 굳이 블로그에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날 업무로 다시 만나게 된 기자님이 내게 물었다. 혹시 KBS에서 전화가 오지 않았냐고~ 무슨 전화요? 했더니 아침에 어제 통화를 했던 여기자로 부터 전화가 와서 깍듯이 사과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 기세등등함이 하루 아침에 깍듯이로 돌변했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나는 기자님한테 다시 물었다. 그 여기자가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고 생각하느냐? 그랬더니 기자님 왈~ 자기가 만약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면 전화 따위는 하지 않았을 거라고~ 당근이지!! 더 나아가서 전화 통화를 한 후 페이스북에 올린 사람이 누구라는 것도 뒤 늦게 알고 전화를 했을 게 분명하다.

거리행진도 함께 했다

진심이라면 그 날 막말을 하며 오만불손하게 굴었던 나에게도 당연히 사과를 해야 옳지 않은가! 사과를 받고 싶다는 게 아니라 이치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불리한 상황에 처해지거나 자기보다 강한 상대 앞에서 한없이 비굴하게 구는 여기자의 이중적인 태도는 참 불쾌하고 꼴사나운 모습이다. 당당하고 자신만만하려면 차라리 끝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인간적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뻥을 치느냐고 항의를 했을 때 그 여기자는 내가 했던 이야기의 핵심은 접어두고 오로지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은 부분만을 건드리며 억지를 부렸다. 이 사건의 본질은 "뻥을 치느냐"는 표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보 혹은 허위보도를 지적하는 시청자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이다.

 

이런 태도가 그 여기자의 개인 자질 문제인지, KBS라는 언론 권력이 만들어낸 일그러진 행태인지, KBS의 전체 분위기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라 곳곳에서 높고 낮음의 구분없이 기득권 행세를 하려 드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은 한, 백 날 촛불을 든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은 자괴감이 드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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