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백만이 넘는 창원 사람들은 종종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진짜 놀러갈 데가 없다. 손님이 왔는데 바람 쐬러 갈 곳이 없다. 멀리 시간을 내기는 어중간하고 근처에 갈 만한 곳이 없나" 그런 고민이나 생각을 해 본 적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그래서 찾게 되는 곳이 창원의 집이나 드라마세트장, 돝섬 그런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마음을 내면 근처에 유적지와 둘레길이 잘 어우러진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함안 입곡저수지와 고려동입니다. 이 두 곳은 거의 맞붙어 있어 한 곳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그동안 차를 타고 그냥 지나가기만 했는데 직접 가보니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가보지 않았거나, 아예 잘 모르고 계셨던 분이라면 틈새 나들이 장소로 좋습니다. 사진을 찍기에도 아주 그럴듯한 풍경입니다.

 

함안은 행정구역 상 창원과 구분이 되지만 생활권은 같다고 보면 맞습니다. 마산에서 함안으로 오가는 시내버스가 있습니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마산에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입니다. 창원이나 진해 사시는 분들은 마창대교를 타면 수월하게 갈 수 있습니다.

 

 

입곡 저수지의 명물은 출렁다리입니다. 구름다리라고도 하구요. 이 다리가 놓여진 것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리가 없을 때는 건너편 둘레길을 가기 위해서 빙 둘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만, 출렁다리가 생기면서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둘레길을 몇 배 더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함안을 알리기 위한 팸투어에 강원도 양양에 사는 한사님이 함께 했는데 입곡 저수지에 있는 출렁다리를 보면서 무척 놀라워했습니다. 물론 멋있기도 하지만 한사님이 놀라워한 이유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설악산 근처에 비해 관광객이 많은 것도 아닌데~ 말하자면 이 다리를 놓아서 큰 경제적인 이득을 볼 수 있는 조건도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규모가 큰 다리를 놓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그럽니다. 그러면서 살고 있는 곳에서는 이 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다리 하나를 놓은 데도 몇 년이 걸릴만큼 힘든 일이라고 합니다.  

 

 

저수지를 찾은 날은 35도를 웃돌만큼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이 정도 더위라면 에어컨이 있는 장소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나무 그늘에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일행들은 다리를 건너 저수지를 따라 나 있는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조금만 날씨가 시원했더라면 더 많이 즐길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습니다.

 

잘 다듬어진 둘레길과 주변을 돌아보면서 문득 든 궁금함이 있습니다. 지자체마다 지역의 명소를 관광상품화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문화관광과라는 부서를 따로 두고 서로 경쟁을 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입곡저수지에다 많은 돈을 들여 다리를 놓고 잘 다듬어서 사람들이 찾아들면 함안군에 어떤 이익이 돌아갈까요? 진주 유등축제 유료화 문제를 두고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듯이 축제든 유원지든 최소한 유지를 할 수 있거나 수입이 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내야 하는 건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입곡군립공원같은 경우 입장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식당이 많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함안군의 장기적인 비젼이 무엇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을 환원하는 측면에서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그것을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한다면 더할나위없이 훌륭한 정책이겠지만 말입니다.     

 

 

한여름 저수지는 짙푸른 초록을 띠고 있었습니다. 저수지를 뒤덮고 있는 푸른 식물들은 주로 마름과 개구리밥입니다. 여기서 잠깐!! 퀴즈 하나 나갑니다. 개구리는 개구리밥을 먹을까요? 먹지 않을까요? 

 

이렇게 질문을 하면 눈치 빠른 분들은 개구리가 개구리밥을 먹으면 문제를 낼 까닭이 없지 그리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개구리는 개구리밥을 먹지 않습니다. 그러면 왜 개구리밥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개구리가 물 속에 잠수를 하다 밖으로 나오면 개구리 입에 개구리밥이 붙어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개구리가 밥을 먹는 것 같은 모습이라서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네요. 이 정도 되면 풀 이름 짓는 것도 거의 예술입니다.

 

마름은 먹을 게 귀했던 시절에는 좋은 먹을거리였다고 합니다. 열매를 먹으면 밤 맛이 납니다. 지금에야 먹을 게 넘쳐나기때문에 마름 열매를 먹는 사람이 없습니다. 대신에 말린 열매로 목걸이나 열쇠고리 등 장신구를 만들기도 하지요.  

 

저수지를 뒤덮고 있는 마름으로 인해 눈이 시원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시원함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네요. 마름이 저수리를 뒤덮으면 물 속으로 산소 공급이 어려워 다른 생물들이 사는데 지장이 많다고 그럽니다.

 

한 쪽에서는 번식 본능에 충실하고 또 한 쪽에서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그런데 번식 본능도 다 욕심입니다. 다른 생물들이 살 수 없는 조건에서는 자신도 생존하기 어렵거든요. 더위에 마름의 뿌리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번식 본능에 충실한 결과입니다. 적어도 눈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수면 위의 평화로움과는 달리 물 속에서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진행 중입나다, 

 

 

입곡 저수지에서 차를 타고 5~10분 정도 이동을 하면 고려동이 나옵니다. 고려동이 있는 마을은 남쪽으로 반듯하게 자리를 잘 잡은 덕분인지 귀농보다는 귀촌 인구가 많아 보입니다. 귀농이 생활이라면 귀촌에서는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그런 까닭인지 한 쪽으로는 한옥이 또 다른 쪽으로는 새로 지은 집들이 한가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고려동은 돌담장으로 둥그렇게 둘러쌓여 있습니다. 고려교를 건너 서 있는 600살 먹은 배롱나무가 사람들의 시선을 가장 먼저 잡아끕니다. 600살이나 먹었다는 배롱나무 둥치는 뻗어 올라간 가지나 늘어진 줄기에 비해 그렇게 튼실해보이지는 않습니다.

 

고려가 망한 후 조선에 얹혀살기 싫다던 호기로운 선비들이 이곳에다 터를 잡고 살았다고 합니다. 이 곳에 처음 들어와 배롱나무에 말을 묶어두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나무가 그 나무가 맞다면 600년 전 부지깽이만 했을 배롱나무가 말한테 묶여 제대로 견딜 수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나무와 관련이 있는 역사에는 허와 실이 서로 엉켜 있기도 하고 그런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오래된 배롱나무는 고려동을 휘어잡을 만한 기세로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꽃은 여름이 다가도록 피고 지고를 계속합니다.

 

 

고려와 조선을 구분지었던 경계입니다. 그 비장함에 비해 돌담장이 참 이쁘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터를 잡고 살았던 사람들의 심정은 늘어진 배롱나무 그늘 아래 유유자적 앉아있는 돌담장처럼 그렇게 평화로웠을까요? 아니면 끝임잆이 흔들렸을까요? 

 

먹고 사는 일에 허덕였을지도 모릅니다. 세상과 타협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하얗게 밤을 지새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굶어죽어도 조선의 녹은 먹지 않겠다던 다짐은 당대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를 이어 그 맹세를 지키라했지만 후손들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못한 게 아니라 지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신념은 자신이 지키는 것으로 그만입니다. 남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족을 두고 남이라는 개념을 가지는 것은 지금에도 어려운 일인데 그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렇게 한 것이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조선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울타리 하나를 건드리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요. 그럼에도 눈감아 준 것은 사람들에게 충에 대한 본보기로 삼고자 했을 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너희들도 나라를 위해 저 사람들만큼 해야하느리라..." 열녀비 효자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려동이 지금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충'입니다. 충의 근본은 나라를 위함이라 해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색깔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지금 만약 나라를 잃는다면 우리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충은 무엇일까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국가는 개인의 삶을 보듬어주는 거대한 울타리임에는 분명합니다. 

 

 

입곡저수지에서 자연을 즐기고 고려동에서 역사의 흔적을 되짚어 보는 정도의 나들이라면 꿀 아닌가요. 살아가는 모든 것이 마찬가지지만 여행의 질을 결정하는 것 또한 개인의 몫이고 역량입니다.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거대한 그 무엇이 아니라 소소한 곳에 숨어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찾아낼 수 있는 장소로 함안에 있는 입곡저수지와 고려동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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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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