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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딴에 이야기

보림사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것

by 달그리메 2014. 10. 29.

어느 계절이든 제각각 품고 있는 느낌이 있지만 가을 문턱에 들어서면서부터 잎이 떨어지는 초겨을 즈음의 절은 운치가 굉장합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작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거기에 더해지는 자연의 조화가 없다면 모든 것이 그저 삭막하다는 것을 한층 더 느끼게 됩니다. 그러고보면 종교와 상관없이 자연을 가장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해딴에'에서 올해 마지막 기행을 전남 장흥으로 떠났습니다. 장흥하면 떠오르는 게 많습니다. 편백숲이 있고, 제암산 철쭉과 천관산 동백과 억새, 그리고 특색있는 장터로 자리매김한 토요시장도 있습니다. 여름이면 탐진강에서 열리는 물축제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장흥 기행을 떠나면서 첫 번째로 찾은 곳은 보림사입니다.

 

 

도착한 일행들은 보림사의 자태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때마침 깊어가는 가을 속에 담긴 고즈늑한 절간의 분위기는 일행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절을 다들 한 두번쯤은 다녀본 사람들이라 정말 아무 기대없이 보림사를 찾았던 거지요.

 

일주문 안으로 들어서자 평지 가람에서 느껴지는 형언할 수 없는 안정감, 적절하게 비워져 있는 공간이 주는 여유와 평온함에 사람들은 빠져들었습니다. 요즈음은 어느 절을 찾아도 경쟁적으로 들어서는 전각들에서 비워냄이 아니라 욕심이 느껴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신선함이었습니다.

 

 

절은 운치를 즐기는 것 뿐만이 아니라, 조금 욕심을 내서 저마다 담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게 되면 누릴 수 있는 꺼리는 배로 늘어납니다. 보림사에는 국보와 보물이 많습니다. 머리장식인 륜부가 온전이 보전되어 있는 탑과 대적광전에 모셔져있는 비로나자 철불상이 국보입니다.

 

임진왜란 이 전의 목조 사천왕상의 모습이 아주 깨끗하게 보존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손질을 해서 최근 것 처럼 보이지만 형상은 그런 전통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밖에도 동부도나 보조선사탑비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볼 거리가 됩니다.  

 

눈에 뜨이는 물건들이 아니더라도 눈을 돌려서 살펴보면 아주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대적광전의 꽃무늬 창살이 그렇습니다. 창살 꽃무늬의 아름다움은 어떤 절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균형미를 갖춘 휼륭한 자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창살 무늬 하나에도 그런 정성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새삼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겉모습이 화려해서 단 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수하지만 보면 볼수록 질리지 않고 매력이 우러나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림사는 곰탁곰탁 숨어 있는 국보와 보물을 찾아다니며 마치 숨은 그림찾기를 하듯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함께 간 일행들은 보너스처럼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 심취했습니다. 특별한 무엇이 아니더라도 그저 이런 느낌, 이런 장소를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가을은 깊어가고 함께 한 사람들의 마음도 깊어갑니다. 더함도 덜함도 없이 이 정도가 행복이라면 우리네 삶도 살아볼만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다들 가슴 가득 담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한 곳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뭔가를 보고 있습니다.

표정들이 다들 심각합니다.

국보나 보물 그런 것들의 관심에 비길 것이 못됩니다.

과연 무엇일까요?

그 까닭은 아래에서 이어집니다.~~~~!!

 

 

사람들이 넋을 놓고 바라본 것은 명부전 벽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살았던 삶에 대해서 심판을 받습니다. 업경대를 통해 전생의 모습을 보게 되는 거지요. 죄를 지은 무게만큼 벌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 벌이 무시무시합니다.

 

칼이 무수히 솟은 산에 던져버리는 지옥, 기름 가마에 놓고 끓이는 지옥, 얼음속으로 재어 냉동시키는 지옥, 혀를 빼어 쟁기로 밭을 가는 지옥, 독사 구렁이에 던져지는 지옥, 방아와 맷돌로 찧고 가는 지옥, 톱으로 켜는 지옥, 아무리 고르고 골라도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습니다.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태어난 것 자체가 죄를 짓는 일이라구요. 사람들은 누구나 용선를 타고 극락왕생을 꿈꿉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착하게 살려고 해도 그만큼의 죄를 짓게되는 것이 인간의 슬픈 운명이 아닐련지요... 

 

이 재미있고 무시무시한 그림은 제가 수많은 절을 다녀봤지만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서 잠깐이나마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돌아서면 또 금방 잊어버릴망정...보림사에 가면 이 그림을 꼭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보림사의 가을을 아쉽게 즐깁니다. 돌아서는 발걸음에 미련이 남아있습니다.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것보다야 서운하겠지만 미련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언젠가는 제각각 좋은 사람들과 다시 보림사를 찾게 되겠지요. 잘 놀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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